‘ .. 조심해서 가세요 ..’
‘ .. 들어가요 ..’
‘ ..
딩동 ..‘
소곤거려도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새벽녘이라 크다.
지난 저녁 내 집으로 온 김여사.
아내가 배웅하는 것을 모른 체 했다.
남편이랑 다퉜다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고
대면하고 수인사를 나눌까.
아내의 당부가 없었더라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불편코 언짢았던 마음은 이렇게 밤잠을 설치게 한다.
내 집에서 이런 껄끄러운 경우를 겪어야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김여사의 남편인 김 선생은 나보다는 사오 년 윗연배.
첫 만났을 때 무척 다변이었다.
이후론 그런 공력이
부담스러운 나와는 데면데면 지내는 분이다.
아내도 김여사에 대한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가끔 차도 한 잔씩 하는 사이인가 본데,
달가워하지 않는 나의
눈치에
동문이라 어쩔 수 없다며 겸연쩍어 했었다.
근년에 결혼한 아들 내외가 집으로 올 때마다 소리가 나는 모양이다.
은퇴 후의 적적한 부부에게 아들 내외의 방문은 기쁘고 반가운 일일 텐데,
어쩐 일인지 큰소리가 나게 되고,
급기야 부부는 다툼까지 하여
이번엔 정도가 심한지
외박이 내 집까지 번진 셈이다.
호텔도 여러 지인들도 마다하고 무슨 까닭으로 내 집으로 왔는지 알순 없지만,
외박도 마다 하시는 김여사,
그 배포 참 크시다.
김여사의 아들은 이곳에서 조금 먼 지역에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몇 해 연거푸 낙방하고 포기한 아들을,
김여사의 부추김으로 결국에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는데,
십여년도 훨씬 넘은 뒷바라지에 힘이 부쳤을 테다.
이젠 그 아들이 자리를 잡고 결혼까지 하였으니 한시름 덜었을 텐데,
여사께서는 무례함을 무릅쓰고 내 집까지 와서 외박을 했다.
아들 내외에 대한 섭섭함과,
그 못마땅함을 척척 해결해내지 못하는 남편의 우유부단을 탓하는 일이
김여사의 지나친 욕심 일까 ?
그리고 김여사는,
왜 또 그렇게도 섭섭하고 못마땅한가.
반면교사다.
나는 김여사의 처사가 부박하다 흉볼 수 있을까 ?
쉽지 않은 일이다.
이래저래 잠까지 설쳤으니
오늘 꽤 힘이 부치겠다.
첫댓글 그저 다 내려놔야 하는데 쉽지 않은가 봅니다.
자식한테 서운한게 비단 김여사님 뿐 아니라
이 시대 대부분의 느낌일 텐데 스스로 마음
다침이 아쉽네요.
그래도 혼자 속 끓이지 않고
하루 머물고 가시며 마음
풀고 간다면 현명한 방법이겠죠.
편안해서 찾아 오시는 거니
잠 설차지 마시고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신 듯 너그럽게
봐 주세요. ㅎㅎ.사모님께서
참 좋으신 분 같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
네, 고마워요. 가장 기쁜 금요일 저녁입니다. 좋은 주말이길요
살다보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집을 등지고싶은 날들이 있지요
갑갑한 속 달래려고 집나온 김여사~
잘 보듬어 주신다면 복받으실겁니다ㅎ
어이쿠,
외간 여잘 보듬어 주다니요.
고마워요.
부인께서 사람의 맘을
편안케 해주시는 좋은 분인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후후, 남에겐 그렇습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요.
오죽하면 새벽 네시에
집을 나왔을까요.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새벽에 불청객 받으시느라고.
그럼요, 불청객입니다.
반갑지 않은 여인이지요.
부인이 참 좋은 분인가
봄니다
그래도 마음을 보이고 싶은 분이기에 늦은 시간에 찾아오는것
아닐까요~^^
네, 그렇게 생각해야겠지요. 고마워요.
그분은 그래도 그집이 안식처로 생각되나보네요...
단풍님의 은덕이 큽니다..^^
아이고, 무슨 은덕식이나.
저는 엄청 불편했고, 왠 여자가 외박이냐고 한마디 할뻔 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