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원신협산악회 최 건 차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가 처서를 고비로 한풀 꺾이는 듯싶은 8월 말 주간이다. 우리 서수원신협 일반산악회에서는 늘상 지정된 대형관광버스 2대로 움직이는데, 8월 셋째 주 화요일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을 찾아 일부는 산으로 하이킹을 하고 나머지는 계곡을 트레킹 하면서 시원하게 멱을 감고 왔다. 우리보다 한주 늦게 산행하는 장수산악회에서는 여름을 보내는 나들이 마감으로 춘천 봉화산 구곡폭포를 택했다.
서수원신협은 수년간 전국 최우수신협으로 선정되고 있는 알차고 든든한 신협이다. 산행을 즐기는 남녀회원들이 자원으로 가입하여 일반산악회와 장수산악회가 운영되고 있다. 일반산악회는 문자 그대로 일반적으로 40, 50대로부터 그 이상의 일부인데, 체력의 한계를 고려한 희망자로 구성되어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아침 7시에 목적지로 출발한다. 반면에 장수산악회는 주로 60대 후반에서 그 이상으로 장수를 누리는 건강한 분들이 모여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아침 8시 버스 3대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나는 높은 산을 향해 하이킹을 하면서 계곡으로의 트레킹을 좋아한다. 지난번 우리 서수원신협 일반산악회의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 트레킹이 그지없이 좋았었다. 굽이굽이 계곡에서 맑고 시원한 물이 상당히 넓게 그리고 좁게 흐르며 작은 소沼와 웅덩이들을 이루고 있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고 안전 요원들까지 있는 곳이라, 우리 일행은 마음 놓고 적당한 데를 골라 거침없이 풍덩풍덩 물에 빠져들었다. 애들처럼 물장구를 치며 멱을 감는데, 주변을 맴돌고 있던 큼직한 버들치와 물고기들이 마구 모여들었다. 모두가 매운탕거리로 좋겠다고 입맛을 다시며 신나게 여름을 날렸다.
계곡을 내려와 하산지점에 거의 이르렀다. 오늘 산행을 무사히 즐겁게 마친 것을 축하는 의미로, 상임 이사장님께서 맛있는 토종음식과 음료수로 뒤풀이를 배설해주어 더 즐거웠다. 다음 주 화요일 우리 장수산악회에서 버스 3대로 춘천 봉화산 구곡계곡을 가는데 자리가 남게 되어 우리도 같이 갈 수가 있다고 했다. 이에 나와 산행 중에 가까워진 분들이 나를 추천하는 통에 당일 회비만 내고 옵서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비가 내릴 듯 말 듯 구름이 약간 낀 날씨다. 모처럼 스틱 대신 긴 우산을 들고 일행들과 합류했는데, 지난 주 나와 함께 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강촌 춘천 막국수집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자던 지인들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좌석이 배정된 3호차에 올라 아침 8시 춘천을 향해 달렸다. 비는 오후에나 내리려는지 구름낀 날씨가 오히려 덥지 않아 좋았다. 춘천 초입에 있는 강촌에 도착하여 봉화산을 향해 전나무들이 쭉쭉 뻗은 물가 길을 걷다 보니 오래전에 와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햇볕이 들지 않을 만큼 나무로 그늘이 드리워진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른다.
수량이 많은 계곡에는 크고 작은 소와 웅덩이가 있어 멱을 감을 수 있다. 그런데 이곳 구곡폭포계곡은 숲은 좋고 시원하지만, 계곡의 폭이 좁아 멱을 감을 만한 곳이 아닌 게 아쉬웠다. 나는 지난 주에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에서 멱을 실컷 감았었기에 오늘은 시원한 계곡의 바람을 맞으며 트레킹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모두 들 삼삼오오 짝이 되어 가는데, 나는 낯설어서 적당하게 주변과 보조를 맞추며 걸었다. 하산길에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가 있어 끼리끼리 모여 도시락을 펴고 있다.
나는 매일 조반을 빵과 우유로 먹고 커피를 마신다. 산행 도시락도 빵과 컵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뜨거운 물과 후식으로 과자 정도만 준비해 다니며, 점심때면 여럿이 모여 걸판지게 먹는 데를 피해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차츰 산악회원들과 친해지면서 그분들이 준비해온 이런저런 반찬들과 밥을 같이 먹게 되었다. 나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바람에 내가 준비해간 도시락은 내놓지 않은 채, 점심을 넉넉하게 먹는다. 내려가서는 뒤풀이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즐겁게 같이 먹고 마신다.
오늘은 장수산악회원들의 하산길에 어울리고 있다. 노변 식탁에 넉넉한 분들이 준비해 온 음식 자리에 권하는 데로 끼어 앉았다. 여럿이서 골고루 맛있게 준비해온 음식을 푸성하게 차려놓고 인사를 나누면서 주거니 받거니 먹고 마신다. 그냥 오늘만 참여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며 음식을 권하는 이들은 전력이 다양한 분들로 노년을 아름답게 능력있게 즐겁게 보내는 이들이었다. 누가 나를 알렸는지 베트남전 유공자로 목회를 은퇴하고 글을 쓰며 산행을 즐기는 작가라고 소개가 되어 그냥 송구했다.
더 내려가 맛집식당에 들려 막국수로 마무리하고 버스에 올랐다. 2024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