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20일~31일 메주고리예 성모님
광필, 그 숨은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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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내용 : 비치카의 기도실을 방문한 한국인은 아마 내가 최초일 것이다. 김영환 몬시뇰이 메주고리예를 방문 했을 때 "네 부채가 왜 거기있노?"라고 하셨다.
게시판 : [67]광필, 그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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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의 성모님
'왜 그런 꿈을 꿨을까?'
이른 새벽 눈을 뜨자마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간밤에 꾼 꿈을 떠올렸다.
어디론가 하염없이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코를 싸쥐게 하는 악취와 함께 쓰레기 매립장이 나타났다.
"아이쿠, 어쩌다 이런 데로 왔을꼬!"
나는 서둘러 되돌아나가려 하였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샛별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매립장 한쪽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여전히 코를 싸쥔 채 샛별이 떨어진 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오색 빛을 띤 큰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어느새 냄새 따윈 다 잊은 채 후다닥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찬란하게 빛나는 금관을 쓴 성모님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세상에! 성모님이 저렇게 누추하고 냄새나는 곳에 계신다니!"
평소 천주교 신자로서 성모님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던 나는 얼른 성모님을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신비로운 향기가 바람결에 날리더니 조금 전까지 쓰레기 매립장에서 풍겨오던 그 썩은 냄새는 간 곳이 없고 은은한 향기가 진동했다. 게다가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수많은 쓰레기들이 모두 하얀 꽃잎으로 바뀌어 마치 하늘을 향해 춤추듯 나풀거리는 게 아닌가?
"참 이상한 꿈이구나!"
나는 꿈속에서 맡았던 향기를 코끝에 느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루 내내 쓰레기 매립장에서 울고 있던 성모님과 오색 빛을 띤 큰 촛불, 신비로운 향기를 떠올리며 그게 무얼 뜻하는 꿈인지 해석을 해보려 안간힘을 썼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점심을 먹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뒤로한 채 나는 꿈속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며 산책에 나섰다.
어느 틈에 내 발걸음은 대구의 상동 성당 쪽으로 향했다. 예전에 상동에 살 때 그곳 상동 성당에 모셔놓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의 모습이 보기 좋아 가끔 꽃 한 송이씩을 가져다 놓곤 하던 곳이었다.
나는 성모상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렸다.
성모님은 언제나처럼 나를 향해 빙긋 웃어주시는 듯했다. 성모님을 만나 뵙고 발을 돌리려던 나는 갑자기 성당 후문 앞에 있는 고물상이 떠올랐다.
'혹시?'
쓰레기 매립장에서 울고 있던 성모님이 나타난 꿈이 어쩐지 그 고물상과 관련이 있을 듯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성당 후문으로 나갔다. 그 앞에는 부서진 자전거며 냉장고, 텔레비전, 철물 등 온갖 버려지는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마구 쌓아놓은 고물상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고물상 안으로 들어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를 마구 헤치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당신, 거 뭐요? 찾는 물건이라도 있소?"
임시 사무실에서 일을 보던 주인이 나와 퉁명스레 물었다. 하긴 남의 영업장에 들어와 말도 없이 이것저것 들춰내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아니, 뭐가 있나 좀 보는 게요."
나 또한 물러서지 않고 고물상 이쪽 저쪽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그때였다.
"어, 어어······서, 성모님께서······."
녹이 슬어 다 찌그러져 가는 냉장고 밑에 신음하듯 성모상 하나가 눌려 있는게 아닌가! 냉장고 밑에 깔린 성모님은 먼지와 때가 묻은 채 눈물을 흘리듯 물기가 어려 있었다.
"아아, 도대체 누가 이, 이런 고약한 짓을 했단 말인가!"
나는 터져 나오는 울화통을 간신히 억누른채 허둥지둥 성모님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냉장고를 번쩍 들어내곤 조심스럽게 성모님을 모시고 나왔다.
"이봐요, 이봐! 남의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법이 어디 있소?"
나를 지켜보던 주인이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였다.
"이 사람이, 서, 성모님을 이 지경으로······."
나는 한바탕 꾸지람을 퍼부으려다간 가만히 입을 닫았다. 성모님을 구해낸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폐 몇 장을 건네주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달려왔다.
"세상에, 이 지경이 되도록 얼마나 슬프셨을까?"
집에 와서 보니 성모님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옷 주름 사이사이엔 때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상앗빛 얼굴에도 온통 땟자국이 가득했다.
나는 물을 따뜻하게 데워 성모님을 목욕시켜 드리려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당신이 성모님을 목욕시켜 드려도 돼요?"
"이렇게 때가 꼬질꼬질 묻었는데 목욕이라도 깨끗이 시켜 드려야잖겠소? 걱정 마요. 성모님께서도 기뻐하실 테니."
나는 성모님을 말끔히 씻겨드렸다. 성모님은 세월의 더께가 앉아 색이 바래긴 했지만 깨끗하고 인자한 모습 그대로 되살아나셨다.
'아, 내가 엊그제 꾼 꿈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내게 고물상에 갇혀있는 성모님을 구해드리라는 계시였던 거야.'
나는 성모님을 우리 집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소중하게 모셨다.
그 순간 꿈속에서 맡았던 그 신비롭고 향긋한 향기가 온 집안에 진동하였다.
"내가 네 친절을 잊지 않으마."
성모님은 마치 내게 그렇게 인사하는 듯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아, 성모님! 제가 더 감사하나이다!"
나는 두 손 모아 공손히 기도를 올렸다.
출처 : 나도 기적이 필요해 2017년 4월 17일 초판발행
2017년 5월 3일 초판 3쇄 P. 206-210
고물상의 성모님 이야기 언제 들어도 참 신비롭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물상의 성모님~ 빚이야기 감사합니다.
고물상의 성모님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물상의 성모님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고물상의 성모님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고물상의 성모님 이야기 ...빛역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메주고리예 성모님 고물상의 금관을 쓰신 찬란히 빛나시는 성모님 천상의 오색빛향기 빛안의 함께 특은의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올립니다 감사드립니다...
ㄱ물상의 성모님
가슴 벅차고 신비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정말 신비롭네요. 천주교인이 아니어서 참 친숙한 느낌은 아니지만 제가 성모상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