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는?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는 박점규 운영위원이 격주 금요일 낮 12시마다 직장인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글을 연재합니다.
Q. 남자 상사가 “예쁘다, 귀엽다, 청바지랑 입으니까 더 예쁘네, 안경 끼고 머리 묶은 모습 보여주세요”라며 하루에도 여러번 저한테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팀장에게 가해자의 행동이 불편하다고 얘기했는데 장난처럼 넘기고, 신고하지 말라고 말리고, 가해자가 일 잘한다며 편을 들고, 저에게 잘못이 있다며 행동을 돌아보라고 합니다. 2차 가해 아닌가요? -2024년 8월, 닉네임 ‘제이지’
A. 성희롱인지 여부부터 따져봅시다. 직장 내 성희롱은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는 성적인 언동의 언어적 행위로 음란한 농담,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성적인 내용의 정보 소문, 성적인 관계 요구, 술을 따르라는 강요 등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예쁘다, 귀엽다”는 말만으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예쁜데 아직 결혼 안 했어요?”라는 말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시로 “예쁘다”고 외모를 평가하면서,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해 성적인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면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씨같이 예쁜 여성이 있으니, 여기 남자 직원들이 일할 맛이 나겠어”와 같은 말들은 비록 상대의 외모를 칭찬하려는 의도였다고 할지라도, 예쁜 여성의 매력이 업무 외적으로 다른 남성들에게 활력이 될 수 있다며 여성을 대상화한 표현으로,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희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성차별적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외모 평가, 교제 강요, 아줌마 등 부적절한 호칭, 성차별적 편견 발언, 성역할 강요 등은 성희롱 또는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옷차림이나 화장 등 외모를 지적하거나 간섭받았다”는 응답이 14.5%였는데 여성은 20%였습니다. 직장 여성 5분의 1이 ‘얼평’(얼굴평가)을 당하고 있다니.
제이지님 회사의 더 심각한 문제는 ‘2차 피해’입니다. 여성폭력방지법 3조에서 2차 피해는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 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서도 △화해 종용 △행위자 옹호 △피해자 비난 △조사 내용 유포 등의 행위를 2차 피해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이지님 회사의 직장 내 성희롱 또는 괴롭힘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신고하세요. 1차 피해보다 더 무서운 게 2차 피해입니다. 명심하세요.
직장 상사님들, 제발 남의 ‘얼평’, ‘몸평’(몸매 평가) 좀 그만하세요. 칭찬도 못 하냐고요? 직장 생활이 삭막하다고요? 정신 차리세요. 시대가 바뀌었다고요. 남 사생활에 관심 좀 끄시고 본인 사생활 관리나 잘하세요. 사생활 간섭 갑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거나, 걸그룹에 대해 “쭉쭉빵빵”이라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분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되겠다고 하니. 음, 직장 내 성희롱 조사하는 근로감독관 ‘면이 설랑가’ 모르겠네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