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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교체당한 이스라엘 백성
축구 시합을 관전하다 보면 팀의 승리를 위해 탁월한 기량의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용병술도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사사로운 개인적 감정이 휘말리지 말아야 합니다.
전반전을 뛰고 나서 그 결과에 따라 라커룸을 향하는 감독의 머릿속에는 벌써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됩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 그래서 최대한 빨리 교체해줘야 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그 포지션에 누구를 투입하면 좋겠는지, 등등.
그리고는 계획한 대로 가차 없이 교체를 실시해야 합니다. 교체 대상인 선수의 성격이 아주 과격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물병을 발로 걷어차거나 욕을 해도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때로 팀워크 상승을 위한 선수 길들이기 차원에서 일부로 빼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낡은 포도주와 새 포도주가, 옛 백성과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어떻게 교체되는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반전에 출전했던 과거의 옛 백성들의 처신은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참다 참다 인내심에 한계에 도달한 하느님께서 즉시 선수 교체를 단행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으로부터 좋은 포도밭을 선물로 받았으나, 흥청망청 놀고먹고 마셨으며, 엉뚱한 곳에 신경 쓰느라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밭은 정직합니다. 주인이 조금도 관심도 가지지 않는데, 풍성한 소출은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주인의 아들까지 죽여버린 포도밭의 소작인들은 이중적인 처벌을 받게 됩니다. 자신들이 임대한 포도밭은 다른 소작인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아들을 죽인 결과로 주인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충실하신 하느님을 향한 반역과 불충실의 역사였습니다. 그 역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깊은 탄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너희 조상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내 모든 종들, 곧 예언자들을 날마다 끊임없이 너희에게 보냈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예레 7,25-26)
하느님의 말씀도 무시했던 그들은 메시아로 보내신 당신의 아들 예수님 역시 무시했습니다. 사악한 소작인들이 한 것처럼 아들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죗값을 톡톡히 받을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선물은 이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백성들의 손에 넘어갈 것입니다.
오늘의 비유 말씀은 심판의 말씀인 동시에 희망 가득한 약속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불의한 옛 백성들에게는 심판의 말씀이나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는 새로운 백성들에게는 구원과 기쁨을 주는 생명의 말씀입니다.
옛 백성의 실패와 멸망은 새로운 아들이신 예수님을 처형함에서 절정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흘리신 계약의 피로 인해 새로운 백성이 출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은 이스라엘의 불충실과 실패로 인해 무산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영광스러운 부활로 인해 새로운 백성이 탄생한 것이고, 그 백성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영광과 구원이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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