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아내'라는 꼬리표는 길다. '연극인' 송현옥(61)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이야기는 더 길고 흥미롭다. 그는 "나는 정치인의 아내지만 한 사람의 연극인이자 교수다", "제가 남편의 일을 존중하고 응원하듯이 제 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다.
역대 서울시장 배우자 대부분은 남편 뒷바라지에 집중했다. 송 교수는 다르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나와 미국 드라마(석사)와 영국 드라마(박사)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서경대 전임강사를 거쳐 2005년부터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8년 자신의 극단 '물결'을 창단하고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다.
- 교수님 같은 여성 연출가, 그것도 '60대 현역'은 드문데요.
"연극이 재미있으니까 버텨요. 하지만 여성은 물론이고 많은 연극인이 떠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저도 (코로나19로) 작년엔 우울증이 왔어요. 제자들에게 해답을 제시하기 어려워 자괴감을 느꼈죠."
극단 경영난에 허덕이고, 이젠 연극을 관둬야 하나 고민할 때마다 '열정'이 솟아났다. 2017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엑스포 국제연극제'에 초청돼 '오델로'를 선보일 때다. 러시아, 중국, 그루지야 등 각국의 내로라하는 극단들과 함께 초대받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들아, 우리는 국가대표다!" 두 달간 밤새 연습했다. 출국 전 양쪽 발가락이 모두 부러졌다. 휠체어를 타고 카자흐스탄에 갔다. 의사가 혀를 내둘렀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후로도 러시아, 체코 등 다양한 국제 연극제에 초청 받았다.
"제자들에게 '연극이 즐겁다면 20년만 버텨라. 그럼 성공한다'고 했어요. 20년은 생각보다 짧고, 여러분이 살아갈 '100세 시대'에는 재능을 늦게 꽃피워도 괜찮다고, 길게 보길 바란다고요."
"15년 연극 여정을 돌아보니 제 작품은 '여성주의적 세계관'이 두드러져요. 의도한 건 아닌데, 제가 여성이라서 여성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보게 돼요. 자연스레 가부장적·이분법적 틀을 깨는 시도로 이어졌죠."
2020년작 '의자 고치는 여인'은 한 남자를 위해 일생을 바친 여인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은 무엇인지 묻는다. 기 드 모파상의 원작을 각색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데 초점을 뒀다. 공연 때도 관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눌 수 있게 했다. 매 공연이 달랐고, 그래서 즐거웠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창작산실 선정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CGV가 공연 활성화를 위해 지원한 '아르코 라이브(ARKO LIVE)'의 하나로 극장 개봉했다. 네이버 실시간 스트리밍 동시접속자 수로는 연극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제가 남편의 일을 존중하고 응원하듯이 제 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더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남편 때문에 제가 연출가로서 더 명성을 떨치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제 성취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첫댓글 세훈이 사퇴하고 뒷바라지해라
모 한남 경험담이래..😌
오세훈이 그만 쇼하고 얌전히 집에 가서 살림했으면 좋겠어
대놓고 현역, 60대, 여성이라고 물어볼 정도면 남자들의 엄청난 텃세 때문에 많이 힘든 직종이구나
하긴 상영 중인 거의 모든 극에서 여자는 팜므파탈 역, 아내 역 밖에 없는 걸 보면...
와 멋지네...코로나땜에 힘들었겠네ㅜ
오세훈 취가한거라며 교수님 모시고 살아라
오세이돈이 뮤지컬 피맛골연가 지원한것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ㅋㅋㅋ
와 멋지시다
와 되게 인터뷰 자체가 탄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