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바다
이재부
나는 그의 주소를 기록하고, 외우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소풍을 앞둔 어린이처럼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늙으면 마음도 시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사춘기 충동이 아직도 남아 사랑의 도원을 꿈꾸기도 한다. 오늘 여행은 청주에서 동해까지 기차를 갈아타며 가야하는 먼 여행이다. 너무나 일찍 집을 나섰기에 청주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후에 제천행 첫차를 탔다. 왕복차표를 끊어놓은 오늘의 일정은 집에서부터 6시간을 가서 4시간 50분간을 바다를 돌아보며 마음을 섞고, 6시간 걸려 밤늦게 귀가하는 일정이다. 늙은 몸이라 건강이 염려되지만 흠모하는 분을 찾아가는 여행이라 자신감이 생긴다.
제천에서 차를 바꿔 타고 도착시간을 알려줄 작정이었는데 충북선을 타고가면서 그의 전화를 받았다. 금시 사랑의 바다가 눈앞에 전개 되는 듯 마음이 출렁거린다. 청록색 산간(山間)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가면서도 푸른바다를 헤치는 꿈을 꾼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손을 잡고 모래톱을 달리며 자연을 품는 청춘이 된다. 마음을 섞는 바다풍경을 떠올리며 유토피아의 환상이 현실로 바뀌는 느낌이다. 택시를 타고 그를 찾아가려고 주소를 외웠었는데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온단다. 행복이 가득 담긴 음색의 전화는 내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 비상의 자유를 얻는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찾아가 정을 나누고 정경을 즐기는 풍류에 빠졌다. 나를 유인하는 화조풍월(花鳥風月)의 진경(珍景)이 소통하는 심경(心境)의 바다임을 알았다. 마음을 섞는 심전(心田)을 깊이갈이 하는 만남이 삶의 보배인 사랑의 내부로 통하는 길임을 확인했다.
내가 찾아가는 만인(萬人), 만상(萬象)이 환희의 만복(萬福)을 옮겨준다고 확신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생의 바다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항로를 알려주고, 위험을 피해가는 등대 불빛이 되어준다. 대화 속에서 지혜와 사랑을 내 맘껏 퍼 날라도 눈치 주지 않는다. 포장해 올 수도 있다. 마음이 마음을 품는 마음의 바다에서는 교호(交好)하는 융합이 항로를 알려주는 인생의 나침반이요, 삶의 향기이다. 사람이 만드는 사랑의 경치 그것이 인류 최상의 관광지이리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나이 들수록 향기와 단맛을 더한다. 매달 열리는 시 낭송회 같은 문학회 참가도 마음의 바다를 정기적으로 관광하는 유람의 코스다. 참가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 새로운 환희를 마음껏 퍼 온다. 오늘은 동해의 푸른바다를 독차지한 시인을 독대하는 날이다. 하얀 파도를 타고 마음의 수평선을 넘어서는 항해를 즐기리라. 그의 푸른 마음의 바다에 성화(聲華)의 시정(詩情)을 마음껏 탐하며 인정의 꽃을 함께 심고, 가꾸는 심전(心田)에 꽃씨를 뿌리리라.
조금 연착된 차에서 급히 내려 출구로 향했다. 그의 환한 미소 속에서 푸른 바다를 본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듯 그의 손을 잡았다. 차를 타고 안내를 받으며 수학여행 온 어린이가 된다. 할 말이 많았는데 다 잃어버리고 삼척의 명물 곰치탕과 소주로 정담을 나누었다. 그는 술을 따르고 나는 행복을 마셨다. 주기(酒氣) 승천(昇天)이요 신선놀음이다. 마음의 바다와 아름다운 항구를 소유 할 수는 없지만 마음껏 누리고 가리라.
기승전결의 시를 쓰듯 이곳 상황설명을 들려주고 보여주면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그의 별궁에서 하룻밤 자고가기를 권하지만, 나는 나를 단속하고 있었다. 기대어 살기 좋아하는 내가 그의 정겨운 마음의 바다에서 세월을 낚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아!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관광지를 가 본 일이 있는가. 사람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바다여! 그것은 지고(至高) 지순(至純)한 행복의 원산지다.
행복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리. 마음의 바다에 출렁이는 행복은 끝없이 더해지고, 이어져서 넓어지는 바닷물의 형상이다. 눈으로 보는 바다라면 그 한가운데 서서 사진이라도 찍어 올 텐데, 가슴으로 보는 바다라서 마음은 놓아두고 몸은 돌아간다. 그와 함께 머문 시간이 돌아서는 마음에서 파도를 또 일으킨다. *“바다가 아프다”라는 그의 시를 꺼내 읽으면서 그 여백에 오늘의 만남, 마음의 바다를 그리며 돌아간다. 기적 한 번 울리지 않는 밤기차가 내 마음의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강동수 시인의 시 제목
(2014년 6월 15일 즐거운 시간을 회상하며)
첫댓글 "늙으면 마음도 시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사춘기 충동이 아직도 남아 사랑의 도원을 꿈꾸기도 한다.
금시 사랑의 바다가 눈앞에 전개 되는 듯 마음이 출렁거린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손을 잡고 모래톱을 달리며 자연을 품는 청춘이 된다.
마음을 섞는 바다풍경을 떠올리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나이 들수록 향기와 단맛을 더한다.
기대어 살기 좋아하는 내가 그의 정겨운 마음의 바다에서 세월을 낚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이 시들다니요...당치 않으십니다.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나이들수록 향기와 단맛이 더욱 깊다는 말씀 적극 공감하옵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제월 수필가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의 바다에서 인생의 행복을 찾아다닙니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나이 들수록 향기와 단맛을 더한다. 매달 열리는 시 낭송회 같은 문학회 참가도 마음의 바다를 정기적으로 관광하는 유람의 코스다. 참가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 새로운 환희를 마음껏 퍼 온다. 오늘은 동해의 푸른바다를 독차지한 시인을 독대하는 날이다. 하얀 파도를 타고 마음의 수평선을 넘어서는 항해를 즐기리라. 그의 푸른 마음의 바다에 성화(聲華)의 시정(詩情)을 마음껏 탐하며 인정의 꽃을 함께 심고, 가꾸는 심전(心田)에 꽃씨를 뿌리리라."
교수님이 읽어 주셨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