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인사이드]
대통령 관사를 지키는 진돗개가 이정현 수석을 알아보고 짖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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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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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상주하는 춘추관에는 매일 최소 한두번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이정현(56) 홍보수석이 공식·비공식 브리핑을 하러 온다는 ‘예고음’입니다.
일요일인 15일 오전 11시쯤에도 그 소리가 났습니다.
그는 중앙기자실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진상 규명이 먼저다”는 입장을 밝히고 떠났습니다.
올 6월 3일 홍보수석으로 자리을 옮긴 그는 지금까지 100일 넘는 날 동안,
하루에 많게는 세번 이상 기자들을 찾아왔습니다.
워낙 자주 들리다보니 춘추관 직원들이 아예 ‘전용(專用) 초인종’을 설치한 것입니다
. ‘딩동 수석’이라고 그를 부르는 기자도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한 주간지는 정치전문가 100명(정치부 기자 78명과 정치학 교수 및 정치평론가 22명)에게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실세(實勢) 3명을 꼽아달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정현 홍보수석이 71표를 얻어 2위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67표)를 4표차로 제쳤습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새 정부에 흔히 생각하는 ‘실세’가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언론에 ‘실세’ ‘그림자 권력’으로 언급되기만 해도 대통령의 질책과 외면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그래선지 이정현 수석 스스로도 '실세'니 '왕수석'이니 하는 말을 몹시 경계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과 정부 출범 초기에 "이정현이 인사에 관여한다"는 말이 돌아 더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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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좌)와 이정현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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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보다 더 자주 박 대통령과 통화하고 만나는 핵심 實勢
이정현 수석에게 세간의 눈총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이정현의 말은 곧 대통령의 뜻”이란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수석이 '내 이름으로 인용해 달라'면서 브리핑한 내용은 박 대통령이 직접 했던 워딩(말)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의미있다고 생각한 행사나 정책의 경우,
언론 보도내용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과 이 수석 간에는 직접 소통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종합된 정보가 필요하다 보니 홍보 수석에게는 여러 분야에 걸친 정보가 모이게 되는 점도 한 요인입니다.
“‘대통령의 신임’과 ‘종합적인 정보’라는 측면에서 김기춘 실장을 빼고 이 수석과 견줄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수석은 실제로 여권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자주 직접 통화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도 이정현 수석의 가장 큰 ‘미덕’은 대통령의 의중에 자기 생각을 절대 보태거나 오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경호실장’ 격인 이 수석은 모든 일을 철저히 박 대통령에게 물어서 처리합니다.
어떤 현안에 대해 “아직 VIP(대통령)를 뵙지 못했으니, 뵙고 나서 다시 브리핑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도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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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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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수석이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절대 보여주지 않는 한권의 ‘비밀 책자’
유심히 보면 이정현 수석은 늘 한 권의 책자(冊子)를 끼고 다닙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손때가 덕지덕지 묻었고, 해질 대로 해진 이 책자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이책자는 일종의 박 대통령 발언록입니다.
이 수석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대변인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오면서 줄곧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해온 것입니다. 워드프로세스로 정리한 뒤 책자 형태로 제본했습니다.
이 수석은 이 책자의 내용을 외부인사는 물론,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에게조차 절대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책자에는 남북관계,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부동산대책, 의료보험, 복지정책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말한 내용들이 정리돼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당대표, 대선후보 시절 만났던 인사들에 대한 촌평도 담겨있다고 합니다.
종합하면 이 수석의 진정한 영향력은 본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권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이나 정부의 핵심 인사라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뜻을 수시로 확인하기는 현실적,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가령,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도 이 수석을 통해 청와대 기류를 파악한다고 합니다. 이 수석이 “부총리님”, “장관님” 하면서 전화를 받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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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기르는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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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실 기강 일신… 바쁜 와중에도 유머와 재치 발휘
이 수석이 홍보수석이 되고 나서 3개월 동안,
홍보수석실 분위기와 기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수석은 해외순방 중이나 주말을 빼고는 하루 2~3번씩 기자들 앞에 서는 대변인 역할까지 합니다. 매일 아침 7시쯤 기자실로 출근해 조간신문에 난 현안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그날 일정 중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알려줍니다.
오후 5시를 전후해 한번 더 기자실에 들러 그날 중요 사안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히거나, 박 대통령이 행사장 등에서 했던 발언의 배경을 부연설명합니다.
특별히 발표할 사항이 있거나 급히 언급해야 할 게 있으면 낮에 따로 브리핑을 합니다.
김행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주로 하고 다른 수석들은 거의 간담회를 하지 않습니다.
홍보수석실에는 홍보기획비서관, 국정홍보비서관, 대변인, 춘추관장 등 5명(현재는 남성 대변인의 공석으로 4명)의 비서관이 있습니다.
이남기 홍보수석 시절에는 비서관들 간의 알력이 있어 홍보수석이 이들을 완전 장악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지금은 그런 말이 쑥 들어갔습니다.
다른 수석실의 비서관들도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자들에게 넌지시
"이정현 수석님은 뭐라고 하시더냐?"고 묻습니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 수석의 말이 곧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증표입니다.
이 수석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기분 나쁘지 않도록 재치있게 받아넘기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남북 대화 재개와 관련) 미리 북한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내 전화번호를 잘 모르는가 봐”라는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검찰 수사 관련 물음에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수사는 검찰에게 물어보라”며 빠져나갔습니다.
지난 6월 14일자 조선일보에 ‘대통령 관사를 지키는 진돗개가 자주 출입하는 이 수석을 알아보고 짖지 않는다’는 기사(☞ 해당 기사 바로가기)가 실리자
“내가 같은 종(種)이라서 그랬다. 난 58년 개띠”라고 눙치는 재치를 보였습니다.
이 수석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다가 온몸을 던져 일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선 정무 능력을 갖춘 최고의 홍보수석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수석이 청와대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 게 있다면 골프를 못친다는 점 정도입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뒤늦게 골프를 배운 그는 당시 자장면 시켜 놓고 스크린 골프 치는 게 거의 유일한 낙(樂)이었는데 요즘엔 그나마도 못한다고 합니다.
올 7월 여름휴가 때 오랜만에 친구들과 자비(自費) 골프를 쳤고,
이제 다음 휴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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