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서 떨어지다라는 의미의 해어지다. 이별을 맞아 서로 흩어진다는 뜻의 헤어지다. 이 두 낱말은 발음만큼이나 닮아 있습니다. 내가 가진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 안타깝고 허망한 것. 속절없는 것. 해 뜨고 다시 해 지는, 시간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것. 한 시절 스스로를 남루하지 않도록 해준 눈부신 순간들과 영영 멀어지는 것. 물론 이밖에도 또 다른 닮음이 있습니다.
해어졌다고 혹은 헤어졌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해어진 것들을 깁고 헤어진 누군가를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시간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박준 시인〉
Sheku Kanneh-Mason - Leonard Cohen: Hallelujah, arr. Tom H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