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 제천으로 떠나는 웰빙 여행
애절한 사랑이 깃든 박달재 고개를 지나 제천의 별미를 맛보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짜릿한 쾌감을 경험한다. 산과 호수의 고장 제천. 그 아름다운 하늘과 물의 경계를 따라 그녀들만의 웰빙 여행이 시작된다. | |
거창하게 큼지막한 전국 지도까지 펼쳐놓고 여행지를 고민하던 그녀들은 호반의 도시 제천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예쁜 호수와 산길을 따라 드라이브도 하고 피부 미용에 좋은 참숯가마 찜질과 테라피,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결정!
“이래 봬도 난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원래 제천이 숯가마와 자연 음식 묵요리로 유명하잖아. 아∼, 오랜만에 스파테라피도 받고 싶어.”
“난 지난번 TV에서 봤던 숯가마삼겹살구이가 꼭 먹고 싶어. 참, 제천에 가면 60m가 넘는 번지점프도 있대!”
09:30 | 출발 긴 생머리 찰랑이며 나타난 두 여자. 청담동 한복판에서 걸어나온 듯 스타일리시한 두 여인은 의류회사 MD인 현정 씨와 그녀의 친구 유경 씨. 와인빛 PT크루저에 몸을 실은 그녀들, 우아한 손짓으로 뜬금없이 ‘오라이∼’를 외친다. 깔깔. “나 어때? 왜 있잖아, 여자들끼리 여행 가는 걸 불쌍해하는 사람들. 흥, 신경 좀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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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12:00 | 말캉말캉 도토리묵으로 시원하게 뻗은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제천 IC를 통과해 묵마을 식당에 도착. 박달재에서 자생하는 도토리로 만든 묵은 진하고 고운 황톳빛과 알싸한 도토리 향으로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묵마을의 인기 메뉴는 채묵밥과 묵무침. 가늘게 채 썬 묵에 양념한 육수를 붓고 따끈한 밥을 말아 먹는 것이 바로 채묵밥이다. 미끈미끈 좀처럼 젓가락에 잡히지 않는 묵조각을 건져 먹느라 한바탕 야단법석이다. 고소하고 말캉한 묵에 홀딱 반해버린 두 여자. 그녀들의 특기인 수다 떨기도 잊은 채 열심히 젓가락질만 해 댄다.
제천 묵마을 ●042-647-5090 ●10:00~20:30 ●채묵밥 4000원, 묵무침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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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드라마 <왕건> 촬영장 “드라마 촬영장이라고 뭐 별거 있겠어? 그까짓 거 뭐.” 청풍호에 자리한 <왕건> 촬영 세트를 보고 싶어 하는 현정 씨와 거길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던 유경 씨의 툭탁거림은 현정 씨의 승리로 끝났다.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금수산 밑으로 펼쳐진 청풍호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과 기와집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호수로 떨어지는 절벽 위 정자에서 잠시 넋을 잃은 그녀들은 이내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고려시대 저잣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에서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본다.
<왕건> 촬영장 ●043-640-5446 ●상시 개장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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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 번지점프, 청풍호 위로 몸을 날리다 ‘사는 동안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의 목록에 ‘번지점프’가 있다는 유경 씨. 평소 겁이 많아 바이킹도 못 타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청풍랜드의 62m 점프대로 올라가 본다. 점프대 아래로 보이는 시퍼런 호수에 잔뜩 겁을 먹는다. 용기를 내 보지만 역시 그녀에게 번지점프는 넘을 수 없는 산. 반면 어느새 점프대에 서 있는 현정 씨는 태연하기만 하다. “5, 4, 3, 2, 1, 점프!” 구령과 함께 그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멋지게 점프에 성공한 그녀를 향해 유경 씨가 손뼉을 치며 뛰어간다. “어땠어? 무섭지? 정말 멋있었어!” “히히, 생각보단 괜찮았어. 할 만하던데?” 당당히 말하는 현정 씨. 하지만 뒤돌아선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던 것은 아무도 몰랐다.
청풍랜드 ●043-648-4151 ●10:00~18:00 (주말 20:00까지) ●번지점프 3만5000원, 빅스윙 1만8000원 ●<왕건> 촬영장에서 청풍 방향 자동차로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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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 청풍리조트 스파 & 야외풀 ‘간 떨어질 뻔한’다음에 찾은 곳은 숙소인 청풍리조트.청풍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276개의 객실을 가진 특급 호텔.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테라피룸에 나타난 그녀들. 현정 씨는 아로마 향이 가득한 욕조에서 공기 방울로 마사지를 받는 입욕요법을, 유경 씨는 공기의 압력으로 하체 근육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공기요법을 선택했다. 혈압계처럼 생긴 장비로 다리를 꽁꽁 매니 공기가 들어가 점차 부풀어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 현정 씨가 신장 개업 때 춤추는 풍선 인형 같다고 깔깔거린다. “아∼, 시원해라!” 회사 생활에서 받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아간다. 이번엔 야외 풀장 차례. 한낮의 기온이 30℃까지 오른 터에 지쳤던 그녀들은 쉴 새 없이 첨벙대며 여름을 만끽한다.
청풍리조트 ●043-640-7000 ●스탠더드룸 8만원부터 스위트룸 27만원까지 테라피 ●043-640-7153 ●09:00∼18:00(성수기 22:00) ●입욕요법 2만원, 공기요법 1만원
▒E.S 리조트클럽 산책
테라피로 피로를 푼 다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장소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시설을 자랑하는 ‘E.S 리조트클럽’. 리조트 입구의 예쁜 꽃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들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네∼’를 연발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리조트는 스위스나 지중해 스타일의 별장식 숙소가 자연 지형과 멋지게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전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넓고 보드라운 잔디밭에서는 거위와 토끼, 염소 등과 쫓고 쫓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언덕 위 재즈 카페 ‘루나예나’에서는 칵테일 한 잔과 음악에 홀랑 취해버린다. 그녀들, 발그레해진 얼굴로 여행지의 여유와 낭만을 느껴본다.
E.S 리조트클럽 ●02-508-3082 ●www.clubescon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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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별로 없는 유경 씨는 일찍 일어나 벌써부터 나갈 준비를 한다. 부산한 기운에 현정 씨도 눈을 비비며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펴더니, 밤새 재잘거리다 제대로 잠을 못 자 눈이 퉁퉁 부었다며 투덜투덜. 아침은 블랙 커피와 함께 창 밖을 보며 우아하게 시작하리라 마음먹은 그녀들,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모닝 스테이크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10:00 | 솟대마을 ‘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 7월에 정식 오픈하는 능강의 솟대문화공간의 안내문에 쓰인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높은 장대 위에 앉은 기러기와 오리를 보며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마당 가득 깔려 있는 자갈을 밟으니 ‘도로록’소리가 난다. 하늘을 향해 솟은 갖가지 모양의 솟대를 구경하며 계속 감탄사를 연발. “하나 갖고 싶다∼ 우리 쓰윽 하나 뽑아 가면 안 될까?”
능강 솟대문화공간 ●043-653-6160 ●09:00∼21:00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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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 금수산 정방사 호숫길을 따라 상천 방향으로 달리는 길은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길 어느 곳에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도 ‘예술’이 된다. 그렇게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도착한 곳은 청풍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방사. 금수산 입구에서 10분 정도 산길을 따라 오르면 보인다. 숲이 깊어 청풍호 주변의 느낌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사찰은 거대한 절벽을 등지고 서 있어 그 위엄을 더 한다. 주지스님이 내준 차 한 잔에 그녀들 갑자기 요조숙녀가 된다. 바람이 전해준 땡강이는 풍경 소리, 차 향기 그리고 고즈넉한 호수의 풍경이 그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금수산 정방사 ●043-647-7399 ●금수산 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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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 천연 염색 체험 점심식사 후 찾아간 곳은 약초나 흙, 나무와 같은 천연 재료로 염색을 하는 천연염색마을. 마당 한가득 형형색색 빛깔 고운 천이 줄에 널려 펄럭인다. “아, 예쁘다.” 즉석에서 천연염색 체험에 나서기로 결정. 각자 스카프를 만들겠다며 하나씩 집어든다. “나는 분홍색으로 할래!” “얘, 좀 촌스럽다. 난 엘레~강스한 바이올렛으로 할래.” 하얀 천을 증류수와 염료에 번갈아 담갔다 꺼냈다 하는 사이 어느덧 조금씩 고운 물이 든다. 선인장 벌레를 갈아 염료를 만들었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흠칫 놀라는 두 사람. “그럼, 이게 지금 벌레 즙이란 말이에요? 아이구, 징그러워!” 고운 빛 스카프를 두르고 외출할 생각에 두 사람 배시시 웃는다.
약초생활건강 ●043-651-3336 ●일반인 구입과 염색 체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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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 상천 참숯불가마 여행의 마무리는 참숯가마 찜질로! 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그녀들은 최근 제천시에서 조성한 상천 참숯불가마를 찾았다.“숯을 만들고 난 다음에 조금 식혔다가 가마 안에서 찜질을 하는데, 피부가 맨들맨들해진대!” 피부에 좋다는 말에 냉큼 옷을 갈아입고 뛰어 들어가는 두 사람. “아휴∼ 더워!” “그래도 꾹 참고 앉아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노폐물 다 빼고 가자고!” 참숯 기운이 담긴 황토 가마에 들어앉은 두 사람의 수다로 가마 안이 시끌벅적.찜질을 끝내고 나오니 저녁으로 숯불구이 돼지갈비가 준비돼 있다. 빨갛게 달아오른 숯 위에서 노릇하게 익는 고기를 보고 두 여자 숨도 안 쉬고 젓가락질에 여념이 없다. “아, 평생 이런 맛은 처음이야!”
상천 참숯불가마 ●043-653-5501 ●09:00∼20:00 (주말 22:00까지) ●찜질 (일반) 6000원, 숯불돼지갈비 (1인분)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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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 | 돌아오는 길 제천을 구석구석 훑으며 보낸 1박 2일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주홍빛으로 물드는 청풍호의 저녁 노을을 보며 어제, 오늘의 제천 여행이 마치 먼 옛날 일처럼 아쉽다. 유경 씨는 피곤했는지 어느새 소로록 잠이 들어 버리고 현정 씨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노을 지는 호숫가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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