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을 위해 사진을 찍고 사연을 컴퓨터에 올리는 건 괜찮습니다. 도움을 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자가 사춘기라서 마음을 다칠 수 있으니 손자의 이름이나 얼굴은 공개하지 말아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 밑반찬을 후원해드리고 있는 박정석 어르신을 찾아뵈었을 때 들었던 당부 말씀입니다. 어렵게 손자를 홀로 돌보신다고 하여 어떤 도움을 더 드릴 수 있는지 면담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손자를 염려하시는 할아버지의 자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75세인 박정석 어르신은 6년 전 아내 분과 사별하고 지금은 유일한 피붙이인 중1 손자와 함께 살고 계십니다. 1남1녀의 자제분 중 하나뿐인 장남은 13년 전, 손자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가버렸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리하여 늙은 노부부는 오갈 데 없는 손자를 갓난아기 때부터 돌봤습니다. 어느덧 사춘기를 맞은 손자는 유일한 식구인 할아버지에게 뭐 하나 사 달라 조르지 않는 속 깊은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13살 된 아이가 왜 먹고 싶은 것이 없을 것이며 갖고 싶은 것이 없겠습니까.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을 뿐이겠지요. 보통의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에 치킨도 마음껏 먹고, 게임기를 가지고 눈이 뻑뻑해질 만큼 놀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여름이면 놀이동산에도 한번쯤이면 가보고 싶겠지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부모에 대한 재롱 한번으로 가능한 일이 이 아이에게는 이루기 쉽지 않은 소망입니다.
어르신은 아내가 살아 있을 때는 노점에서 장사를 하면서 손자를 키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홀로 되신 지금은 유일한 소득이 친구 분의 구멍가게에서 배달일로 받는 월 10만원과 기초연금 20만원이 전부인 까닭에 손자에게 해주는 게 없어 늘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30만의 수입 중에서 손자의 유일한 요구사항인 학원비 22만원을 내주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여건상으로 보면 어르신은 충분히 기초수급자가 되셔야하나 생사도 확인하기 힘든 아들과 딸이 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어 그럴 수도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손자가 기초수급자여서 매달 40여만 원이 입금된다는 사실 뿐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르신은 올 초부터 2~3개월에 한 번씩 원자력 병원에서 15만원을 주고 CT 촬영비로 쓰고 계십니다. 9년 전 완치 판정을 받은 폐암이 올 초부터 재발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받은 백내장 수술비 25만원은 아직 갚지도 못하셨지요.
어르신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손자가 좋아하는 학원을 마음껏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아파트 거주입니다. 어르신 댁을 방문하면서 놀랐던 것은 집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다는 점입니다. 지붕 가운데는 빗물을 막기 위한 노란 장판이 깔려 있고 불룩 내려앉은 천장은 벽에서 천장을 지나 반대편 벽으로 연결된 ‘?’자형 받침목이 겨우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장롱 위에는 빗물받기용 플라스틱 대야가, 거실 한쪽에는 밤이면 어김없이 들어오는 쥐를 잡으려는 녹슨 쥐덫이 놓여 있었습니다. 주인에게 여러 차례 보수 요청을 해도 나가라는 말만을 반복한다며 어르신은 분통해하셨습니다. 엄연히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내고 있음에도 주인으로서 어떤 의무도 질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어차피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언젠가 헐릴 것이고 무허가 집이기에 고쳐도 별 쓸모가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탓입니다.
임대아파트는 어르신이 수급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고, 손자는 수급권자이지만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서조차 작성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아파트 대신에 비가 새지 않는 곳으로 이사하실 수 있도록 월세 보증금 200백만원을 모으고자 합니다. 또한 손자 분이 6개월간 비용 걱정 없이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학원비 132만원도 함께 모으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