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나타샤
장대규
비가 억수 무진장으로 내리는데
나는 처마 아래 나와 앉아
나타샤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면서
맥 빠진 소리로 중얼거린다.
비 그치면 오겠지
비가 그쳐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야지
수백 리 길, 이 억수의 비속에는
흰 당나귀 의 방울 소리도 들리지 않을 텐데
나는 염려와 아쉬움으로
커피 한 모금을 넘기고
왜 그리움엔
미운 모습은 없고 웃는 모습만 있을까를
생각한다.
커피 한 모금
혀를 쓸고 목을 쓸어
가슴으로 내려간다.
시집 『우야꼬』 2022. 시와실천
섬 3
섬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듯 홀로
외로우면 섬이다.
때론 뜨겁게 때론 차갑게
외로움 그리움 숨겨둔 가슴에서
물 없이 파도 일고
나무 없이 바람 일고
뭉클뭉클
섬이 자란다.
시집 『우야꼬』 2022. 시와실천
섬 4
- 일요일 밤
다 갔다.
밀물로 썰물로 파도로
비도 가고 바람도 가고 사람도 가고
나는 다시 섬이 되어
어둠에 떠 있다.
이렇게 오고 감이 어제오늘 아닌데
익숙해지지 못하는 건 무슨 연유로
눈에 삼삼 남은 것이 맘에도 남아
저 깊은 물속에서
파도가 된다.
시집 『우야꼬』 2022. 시와실천
비 오는 날의 시
비 오는 날 시를 쓰면
시가 젖는다
비 오는 날 시를 읽으면
시가 젖어 있다
비 오는 날의 시는
써도 젖고
읽어도 젖고
가을비에 낙엽처럼
모두
젖는다.
시집 『우야꼬』 2022. 시와실천
장대규 시인
경북 영천 출생.
2010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시문학 문인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외
시집 『어물다』 『우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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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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