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모처럼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3월의 눈을 보았다.
오영수와 정영숙이 주연을 하는 프로를.
미리 로열석을 예약을 하였어도 좌석은 뒤편.
경로우대로 둘이 합쳐서 관람료는 5만원.
그러나 입장권을 찾을 때는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하다.
연극은 3시부터라 미리 점심은 시원한 대구지리를 먹으려고 단골인 성원에 들렀더니 하필 휴일이다.
할수없어 꽁시면관에 들러 딤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까지 마시고는 극장에 들어갔다.
연극은 철거되는 집에서 일어나는 노부부의 소소한 일상.
마지막에 남편은 양로원으로. 그러나 부인은.
3월의 눈은 오자마자 녹는 눈이 아닌가.
끝나고 관객들에 대한 인사
이에 대하여 인터넷에서 찾은 글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 연극 <3월의 눈>
손진책 연출가는 말했다. “<3월의 눈>은 내리는 순간 찬란하지만 땅에 닿으면 곧 녹아 버리는 우리의 인생살이 같은 이야기입니다. 가뭇없이 사라짐에 대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3월의 눈은 요란하지 않다. 가만가만 찾아든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흩날린다. 이렇다 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빛나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기억하는 이들 속에서 영원을 살기도 한다. 마치 이 두 노부부처럼.
낡은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부인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고운 붉은 색 실로 남편의 옷을 뜨고 있다. 이발소를 찾아 나섰던 남편은 헛걸음을 하고 돌아온다. 단골 이발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노부부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오래된 집과 낡은 건물들이 자리한 동네, 익숙한 것들은 떠나가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자신들과 함께 세월을 버텨온 이 집을, 이제는 손자를 위해 팔고 떠나야 한다. “섭섭헐것두 없구, 억울헐것두 없어... 이젠 집을 비워 줄 때가 된 거야, 내주고 갈 때가 온 거지” “온 것은 언젠가는 가야하고 한 번 온 것은 다시 가는 것”이라고. “그러나 다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성과 소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사라지는 것이 꼭 애잔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 엄숙한 순리를 <3월의 눈> 은 소리 없이 짚어준다. 하여, 역설적으로, 이 작품만은 사라짐 없이 끝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신세계 백화점을 들러 삼송 옥수수 빵과 축하카드를 사고 오는데 버스가 태극기 집회에 막혀 늦게 들어왔다
첫댓글 한가지 분명한 사실 하나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또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변화다. 오랜 동안 지켜온 삶의 터전을 변하는 세상에 던져버려야 하는 현실은 요즘의 현실에 비추어 아주 성공하기 쉬운 과제의 하나이리라. 연극을 보지는 않았으나 아마 보고난 후에는 길이길이 오래 뇌리에 남을 연극이었을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출연지들이 우리와 아주 낯이 익으며 같이 세월으로 보내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변화를 싫어하여 78년 입주한 아파트에 아직 살고 있다가 재건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타던 차를 12년 타고 바꾸어서 다시 10년째 타고 있으며, 단골 병원 옆 이발소는 머리를 깎을 때 우정 거기에서 깎는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저 나이의 배우들이 대본을 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한 배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