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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25강(44장)
(1) 제44장 원문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명여신숙친, 신여화숙다, 득여망숙병. 시고심애필대비, 다장필후망.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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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與) : 주다. 베풀다. 무리. 더불다.
숙(孰) : 누구. 어느 것. 무엇.
친(親) : 친하다. 사랑한다. 사이좋게 지내다. 가까이 하다.
다(多) : 많다. 넓다. 겹치다. 낫다. 더 좋다. 중히 여기다.
득(得) : 얻다. 이익. 이득. 손에 넣다.
망(亡) : 망하다. 달아나다. 죽다. 잃다. 없어지다.
애(愛) : 사랑하다. 소중히 하다. 물욕. 탐욕. 친밀하게 대하다. 아끼다.
비(費) : 쓰다. 소비하다. 손상하다. 해치다. 비용이 들다.
장(藏) : 감추다. 간직하다. 저장하다.
욕(辱) : 욕. 욕되다. 수치스럽다.
태(殆) : 위태하다. 위태로워하다.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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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명예와 몸 중 어느 것을 더 가까이 해야 하는가? 몸과 재화 중 어느 것을 더 중히 여겨야 하는가? (명예와 재화를) 얻는 것과 (몸을) 잃은 것 중 어느 것이 더 병(문제)일까? 그런 까닭에 (명예를) 심하게 사랑하면(마음 쓰면, 아끼면) 반드시 크게 비용이 들고, (재화를)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두텁게 망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하면 길게 오래 간다.
(3) 해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노자도 이번(44) 장에서 다루는 제재(題材)는 돈(재화)과 명예(명성)과 건강(몸)이다. 세 가지 중에서 재화와 명성은 같이 묶어서 하나로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몸이다. 노자의 주장은 물론 몸이 재화나 명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며, 그 이유를 이 장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몸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삶을 오랫동안 온전하게 유지(可以長久)하기 위해서’이다. 노자는 12장에서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마라”고 말한다. 이때의 ‘배를 위한다는 것’은 오직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몸을 위하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 비해 ‘눈을 위한다는 것’은 남의 눈을 의식해서 남과 비교하여 자신이 우위에 서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즉 남보다 잘나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보다 잘나보이려면 남보다 명성이 높아야 하고 재화가 더 많아야 한다. 눈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몸을 상하면서까지 명성과 재화를 얻기 위해 분투하기 때문에 제명에 못사는 모습을 노자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노자는 이번(44) 장에서 왜 몸이 명성이나 재화보다 더 소중한지를 밝히고 있다. 노자는 먼저 “명성과 몸 중에서 어느 것이 더욱 자신과 가까운가”(名與身孰親)라고 묻는다. 몸이 있고 난 뒤에 그것에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이름을 붙인 후에 그 이름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 명성이다. 당연히 명성보다 몸이 자신에게 가깝다. 따라서 이 물음 속에는 ‘왜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하려고 하는가’라는 질타가 담겨져 있다.
그 다음에 수많은 재화들보다 하나 밖에 없는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몸과 재화 중 어느 것이 많은가”(身與貨孰多)라고 물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재화가 소중하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재화의 일차적 목표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도외시 하더라도 재화는 숫자가 많기 때문에 줄어들어도 어느 정도 있지만, 몸은 하나밖에 없으니 줄어들면 망한(죽는)다. 따라서 하나밖에 없는 몸이 수많은 재화보다 월등히 소중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명성과 재화를 얻기 위해서 몸을 상하는 행위를 쉽게 한다. 그래서 노자는 이어서 “명성과 재화를 얻는 것과 몸을 망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병(문제)인가”(得與亡孰病)라고 묻는다. 물론 아무리 명성과 재화를 얻는다 해도 몸을 망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것에 대해 바르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 질문에 대해서도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의 질문은 ‘몸을 상하지 않기 위해 명성과 재산을 포기하는 행위는 병(문제)이 아닌가?’이며, 이것에 대해 병(문제)이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성과 재화도 없이 몸만 건강하면 바람직한 인생인가? 노자는 명성과 재화를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몸을 상하는 것보다는 명성과 재화가 없어도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것을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것을 넘어 명성과 재화를 더 차지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인간끼리의 투쟁을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존재를 자신의 명성과 재화를 차지하려는 목적을 위한 수단(도구)으로서 지배하게 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의 최재천 석좌교수는 통섭학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는 『호모심비우스』라는 책에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호모사피언스(Homosapiens)와 다른 인종으로 마음과 소통을 강조하는 공생인 호모심비우스를 말하고 있다. 그는 호모사피언스는 머리는 좋은 데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호모사피언스는 그 좋은 머리로 지구를 지배하면서 타자(다른 인간이나 자연의 존재들)를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 공멸해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에 비해 새로운 인간형인 호모심비우스는 인간의 공생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의 존재들과도 공생한다고 말한다.
(4) 문제 제기
1. 노자가 이 장에서 주장하는 길게 오래(長久) 사는 삶은 ‘가늘고 길게 사는 것보다 짧게 굵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이 아닌가?
2. 명성과 재화를 추구하면서도 건강을 잘 유지해서 길고 오랫동안 사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 다음 주 강의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