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래휴양주거단지 ‘암초’ 만나 대법원 행정인가처분 무효 판결 사업비 11%인 2500억원 기성 道, 배상 이유 공사 계속돼야 자초지종 도민에 알렸어야 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식 대안 우려 최근 예래휴양주거단지 조성사업이 행정인가처분에 대한 대법원 무효판결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냐 회생이냐의 기로에서 뾰쪽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는 개발사업자가 본심에서 공사 중단을 선언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에 공사 중단을 통보하면서 이 사안은 더욱 꼬이는 양상이 현저하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예정사업비 2조2000억원 중 11%인 2500억 원을 투자한 기성고(旣成高)때문에 조만간 사업자 측과 도(道) 및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간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도나 JDC가 그간 역점사업으로 그 개발성과를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관계기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는 제주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라 할 것이다.
최근 도지사는 한 간담회에서 “인가처분 무효판결에 따라 사업 중단조치가 이루어지고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기성고 등에 비례하여 도는 필연적으로 사업자 등에게 막대한 피해배상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도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므로 도는 “그런 파국을 막는 차원에서 최우선 ‘특례 규정을 두는 특별법 개정’을 서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도지사로서는 도가 패소하여 몇 천억 원을 배상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이 그 대안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돈을 우리 뜻대로 할 수 없기에 사업자 측과 절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정의당 제주도당은 “도지사가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공사 중단 요청이 있었다”며 이는 사전에 “도지사가 공사 중단요청 사실을 알면서 사업 추진을 돕겠다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민 피해 방지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도지사의 혜안(慧眼)은 본말이 전도된 정치적 수사라고 힐난했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바른 말을 하고 있는가? 얼핏 보기에는 양 쪽 모두 외형상 도민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이들의 의중을 충분히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는 양 쪽의 주장이 나름 일리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필자로서는 그동안 도는 행정의 자율성과 독자성 강화차원에서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사업인·허가에 대한 권한 있는 자의 위법한 행정조치로 사업자는 물론 관련 이해당사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야기됐다면 권한행사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입장에서 대안제시 운운하기에 앞서 도는 응당 그 기관 또는 감독기관의 책임 소재 여부 등을 검토하여 자초지종을 도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절차를 취했어야 했다. 그간 추진경과에 비추어 권한행사는 적극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무시 또는 생략하여 일사천리로 밀어 붙여 왔으면서도 정작 중차대한 부정적 결과에 대하여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며 상황논리를 내세워 감정에 호소하듯 도민 피해 운운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관점에서 전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깊은 고민 없이 행정은 언제나 선(善)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주의와 행정편의주의를 내세워 입법가능성이나 그 효과예단이 쉽지 않은 사후입법을 당연시 하는 것은 임시방편으로는 부각될지 모르나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짜고 치는 고스톱’식의 베팅(대안제시)이라면 문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셋째로 법적 해석논리상 사업비총액의 11% 정도 사용한 기성고 때문에 사업추진이 계속돼야 한다는 논리 또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차제에 가능하다면 행정체제의 질적 혁신과 기능제고에도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아울러 현행 특별법도 탈(脫)국가주의 사고 하에서 개발에 따른 도민의 권익신장이 보다 우선되는 방향으로 개정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