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운에서 서안까지(1)중국 가는 길(8.16-17)
몇 년 전만 해도 광복절이 지나면 한 여름의 더위가 거의 물러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올해는 찌는 듯한 더위가 대지를 점유하고 있다. 피서를 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것인데 마치 더위를 피해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국 여행을 위한 가방을 챙기고 약속된 장소에 나가니 함께 가기로 한 일행들 중에서 반쯤 나와있었고 즐거운 여행을 위한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은 학교에서 연수비를 일부 지원해주고 나머지를 부담해서 가게 되어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고 특히 이번 팀은 우리 학교와 인근 학교 선생님 그리고 한 선생님의 가족과 선생님의 친구 한 분 등 18명과 다른 지역의 여행자 등 33이 한 팀을 이루도록 되어있다.
하나로 마트 앞에서 교장선생님의 환송을 받으며 버스를 타고 예산을 출발하면서 '의미 깊은 여드렛날의 황토테마 기행'은 시작되었다. 출발지인 예산을 떠나 아산을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하고 다시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인천에 닿았는데 제 2국제 터미널을 찾지 못해서 한참동안 시내를 배회하다가 한 시민의 도움을 받고 그 곳에 닿을 수 있었다.
어느 곳을 가도 궁금증 때문에 그 곳을 둘러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서 여객터미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입국장과 출국장을 돌아보며 보따리 상인들이 중국에서 가져온 농산물을 풀어서 다시 포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한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약속시간에 대합실에 가서 우리들과 함께 이번 여행을 할 여행사 측의 P가이드와 합류했다. 인천에서 연운항까지 배표와 출국신고서를 작성해서 여권사이에 넣고 줄을 섰다. 출국장에 입장하여 여권 및 Boarding Pass를 제시하고 본인 여부를 확인 받아 입장하고 보안검사와 휴대품 검사를 받았고 출국심사창구로 이동하여 여권, 출입국카드, Boarding Pass를 제출했고 직원이 나를 훑어보더니 여권에 출국스탬프를 날인하여 입국카드와 여권을 되돌려주었다.
탑승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면세점으로 갔는데 사실 살 물건이 있는 것은 없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사는 모습이 보였고 일부는 술을 사기도 했다. 잠시 후 항구 내의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자옥란호로 이동하여 탑승하였는데 여행에서 늘 어려운 부분은 계단을 오르는 것인데 첫 번째가 바로 배에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배에 오른 후 객실 열쇠를 받아 방으로 향했다. 나와 L선생은 함께 302호에 짐을 풀었다. 원래 4인실로 계약이 되었는데 여행사측의 배려로 2인실로 옮길 수 있어서 좋았다.
승객들이 모두 탔지만 화물을 적재해야하기 때문에 예정 시간 보다 출항이 늦게 늦어진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저녁식사를 했다. 한 테이블에 9명씩 앉아서 식사를 하도록 되어있었다. 식탁에 앉자 우리들에게 준비되어있던 음식이 중국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이들의 얼굴엔 그리 밟지 않은 모습이 찾아들었다. 지난 1월 욱금향호를 타고 북경을 여행했을 때는 한식이 주 메뉴가 되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배에서 중국식을 먹여야한다니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먹었지만 입에 맞지 않았다.
안내 팜플렛을 보니 인천과 연운을 운항하는 자옥란호는 인천 제2국제 여객터미널에서 매주 화요일 19:00와 토요일 15:00시 출발을 한다고 한다. 클럽 코인의 여행계획에 의해서 우리들은 8월 16일부터 23일까지 7박 8일 동안의 여행을 한다. 인천과 중국 롄윈강(連雲港)을 잇는 국제여객선 항로 개설은 지난해 2004년 11월 열린 제12차 한·중 해운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사업자인 ‘연운항중한윤도유한공사’는 한국과 중국이 총 자본금 300만달러를 50%씩 출자해 설립한 중국법인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타고있는 자옥란은 시속 18.5노트의 속도로 승객정원 392명과 컨테이너 293TEU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선박인데 선내에는 식당, 면세점, 오락실, 체력 단련실, 잡화점, coffee shop, 한국 식당 등 다양한 위락시설을 제공하고 있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저녁 식사 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했고 배가 인천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인천항은 갑문식독(閘門式-enclosed lock)으로 간만의 차가 심한 항만에서는 상시 선박이 입출항하고 내항의 수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여 대형 선박이 접안 하역할 수 있도록 항만 입구에 갑문시설을 갖추고 있어 갑문의 수위 조절로 선박이 입출 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그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자 항구의 불빛이 또 다른 밤의 꽃으로 피어났다.
밤 9시경에 갑판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름하여 '수박 파티'였는데 한국에서 가져온 수박과 소주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로 시원한 바람과 아늑함 그리고 바다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행복에 젖어 보았다. 그러다가 우리들은 황당한 일을 만났다. 갑판을 비추던 불빛을 꺼서 갑자기 갑판이 어둠에 휩싸이게 된 것이었는데 어이가 없었으나 우리들은 어둠 속에서도 하던 일을 계속했다.
선실로 돌아와 TV를 보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좁은 샤워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몸집이 큰 사람은 이용하기가 어려우리라 생각이 될 정도 였다. 그래도 배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중의 한 가지 고통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지난번에서 2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진황도까지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배를 타면 비행기 보다 여행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좋고 넓은 공간이 좋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배가 넓기 때문에 배멀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물론 비행기 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간단하게 여행메모를 하고 침대에 누워 다음 날의 일정을 생각하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아직 어둠이 창문에 서성이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그대로 누워 있다가 다시 잠에 빠졌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어둠이 사라진 뒤 였다. 밤을 완전히 밀어내기 위해서 샤워를 하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글자 그대로 망망대해였다. 배 한 척 지나가지 않고 섬 하나 보이지 않았다. 흐린 날씨로 일출을 보지 못했다는 말에 조금 위안을 삼으며 아침 식사를 했다. 식탁에 앉으니 입맛을 돋우는 미역국, 찐 계란, 마늘 피클, 마늘꽁 무침이 반찬의 전부였다. 그저 여행을 위해서 바람이 불면 금방 날아갈 것 같은 밥을 먹었다. 미역국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입맛을 돋우지는 못했다.
식사를 한 후 매점에 들렸다. 그 곳은 면세점이 설치되어있지 않았는데 물건값은 비싼 편이었다. 그 곳을 나와 4층으로 내려갔다. 4층으로 내려간다는 말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 배는 윗 쪽이 낮은 층수를 아래층이 높은 숫자를 사용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그 쪽은 주로 중국인들이 묶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주로 묶고있는 3층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빨래를 선실 내에서 말리는데 중국인들은 복도에 말리고 있어 보기에 좋지 못했지만 그것이 한 문화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카페에 들렸는데 컴퓨터 3대를 설치해 놓았는데 인터넷은 되지 않고 깔아놓은 게임만 가능했다. 갑판의 수영장은 사용되지 않고 망을 쳐 놓은 상태여서 '빚 좋은 새 살구'와 같았다.
무리한 시간을 없애는데 책을 읽거나 배 위에서의 산책 혹은 인공위성으로 가능해진 한국 TV시청을 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물론 한국 오락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 다시 갑판에서 수박파티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맞기고 갑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다시 객실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데 식사를 하라는 방송을 들었다.
식당에 가니 종업원들이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잠시 후 식당에서 우리를 위한 식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가이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식사를 하라는 방송을 듣고 식당에 갔는데 우리는 웃고 말았다. 물론 간식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된 것이지만 중국식 자장 국수와 김치가 전부였는데 불행하게도 김치가 금방 동이 났는데 가져다 줄 생각을 하지 않고 김치를 요구하자 먹고 남은 것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유쾌하지 못한 간식을 먹은 후에 객실로 돌아와 잠시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가이드가 전해 준 중국입국카드와 검역신고서를 작성했다.
8시가 넘어서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연운항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다가오는 연운항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바자에서 24시간도 더 보냈으니 육지에 나가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생각이었다. 짐을 완전히 꾸린 후 갑판에 나가서 연운항의 야경을 찍었다. 그리고 기다림의 대열에 합류했고 입항 30분이 지난 후에 배에서 내려 셔틀버스에 탈 수 있었다. 검역신고서를 내고 입국 심사를 받는데 단체비자를 받았기에 순서대로 서야만 했다.
입구에서 나는 우리말이 잘못된 것을 발견했다. 'sidewalk'을 '츨입구'라고 표기를 했는데 일행 중 누군가 잘못된 것을 말하자 괜찮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여유인지 아니면 뻔뻔함인지 알 수 없었다. 밖으로 나와서 다른 일행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십분 쯤 지났을까 전부 그 곳을 나왔고 현지가이드인 '方虎(방호)'씨를 만났다. 그는 우리들을 근처의 식당으로 데리고 갔고 그 곳에서 최초의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지난 번 북경여행에서 들은 것이지만 그 곳에서 우리들이 먹은 식사는 3,000원에서 4,000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식탁마다 맥주 두 병과 콜라 한 병이 제공되었는데 여행 내내 맥주와 콜라는 제공되었다. 오이, 생선, 닭고기, 맛 조개와 야채 그리고 이름 모를 요리가 제공되었고 나는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한 후에 서주(徐州)를 향해서 버스를 타고 떠났고 늦은 시간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으니 중국의 일부분이 나의 몸에 닿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