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연애소설 쓰는 법 (소설가 김해양)
문학을 하다보면 간혹 소설에서 중시해야 할 것이 무어냐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답이 어려운게, 특히 소설 같은 경우
그 특성상 딱히 이거다 하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캐릭터, 주제, 소재, 구성, 스토리셀링, 문장및 문체등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첫째로 소설가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여기에서 말하는 문장은 일기문이나 신변잡기수준의 다소 평이한 수준의 평서문 형태를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전체 문맥의 흐름에서 리듬을 타야 하고 그에 맞는 어휘나 어법이 자연스럽게 구사되어 맛깔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방대한 독서량과 글쓰기를 통해서
숙성된 문장의 숙련도가 따라 주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것은 곧 작품의 몰입도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둘째는 문체가 중요합니다.
문체는 한 작가를 확연히 다른 작가와 구별짓는 개성내지는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작가의 색깔이나 냄새를 나타내 주는 것이죠.
작가가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면 이미 작가로서의 존재가치가 그다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 문체를 편의상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는 정형화 된 것만 고수하고 있는 작가는 프로 작가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같은 소재를 쓰더라도 어떤 작가가 썼느냐에 따라 작품의 흡인력이 달라지는데 그것은 문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부단히 노력하여 자기만의 문체를 확립하고 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프로작가가 갖는 노하우겠죠.
세 번째는요. 플롯입니다. 플롯은 구성이나 스토리가 아닙니다.
구성은 외형적인 방식을 말하는 것이죠. 그러나 플롯은 말발, 글발을 말합니다. 즉, 이야기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박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했다. 그래서 부하의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것은 스토리가 됩니다.
다만 '이것을 박대통령은 장기집권을 했다.
그는 국민적 저항에 부딛혔고 측근들간의 불화로 인해 권력내부에 보이지않는 심각한 갈등과 암투가 있었다.
그 와중에 불행히도 측근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라고 한다면 이것이 플롯이 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요.
소설에 있어 여러 가지 이야기 쓰는 법이 있지만 특히 역량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연애 소설은 꼭 한번 거쳐 봐야 할 관문이라고 해요.
연애소설을 못쓰면 다른 소설 쓰기가 그만큼 힘들어져요.
왜냐하면 연애소설은 모든 작가가 한번 제대로 된 연애소설을 써 봐야 겠다고 꿈꾸는 매우 매력적인 장르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죠.
제가 이것은 '로맨스소설의 정의'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말하는 러브스토리를 엮는 방법론은 어디까지나 로맨스 소설이 아니고
정통 클래식 소설이라는 것을 반드시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사랑 플롯' 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를 소개하지요.
참고로 그 이야기를 하기전에 우선 정통 연애소설의 예로 어떤 것이 있는가를 먼저 언급해보겠습니다.
☆ 로미오와 줄리엣(희곡이지만 세계사에 길이남을 뛰어난 사랑 플롯을 갖추고 있음)
☆ 왕자호동과 낙랑공주(비극으로 결말을 맺는. 그러나 너무나도 멋진 우리의 사랑이야기)
☆ 기사 서어 트리스탄과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세계 모든 연애소설의 전범이 되었음)
☆ 젊은 베르테르와 샤롯데(괴테가 썼죠. 19세기 이책이 독일 전역에서 공전의 히트를 하자 당시 독일의 청춘남녀들사이에 작품속의 여 주인공 샤롯데가 입었다는 노란 셔츠가 대 유행을 했다고 해요. 아! 정말 활자매체의 전성시대가 너무 낭만적이죠? 그립습니다.)
☆ 에로스와 프쉬케(희랍신화. 신화지만 그 옛날 매우 짜임새있는 사랑플롯의 효시로 유명하죠)
☆프로방스 지방의 양치기 목동과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한여름 밤 뤼브롱 산에서 펼쳐지는 알퐁스 도데의 누구나 다 알만한 목가적인 사랑이야기!)
☆ 견우와 직녀(동양의 전래 동화. 동화치고 매우 탄탄한 사랑 플롯을 갖추고 있죠. 연애소설 쉽게 쓰려면 이러한 플롯을 그대로 소설에 응용하되 리얼리티만 확보하면 성공)
☆ 성춘향과 이몽룡(우리 고전문학으로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러브스토리)
☆ 단테와 베아트리체(신곡이란 이름의 장편 대 서사시로 장대한 스케일 이면에 플라토닉한 사랑의 극치를 이룬다)
☆ 초등생 5년의 경호와 서울에서 시골로 요양차 내려온 경호친구인 동수의 누나(22세가량의 처녀. 손소희의 창포 필 무렵에 나옴)
☆ 황순원의 소나기(나어린 소년과 소녀의 지순한 사랑 이야기)
☆ 벙어리 삼룡이(애잔한 주인 아씨에게 충직한 머슴 삼룡이의 애절한 사랑이 소설가 나도향의 붓끝에서 살아 움직이죠.)
☆ '밤이면 내리는 비' 의 가희에 대한 사빈의 애잔한 사랑(박범신 소설로 아주 오래전에 나왔죠)
☆ 장총찬이와 다혜(김홍신의 인간시장에 나오죠. 이 소설은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파헤치고 고발한 일종의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 일지매 등과 같은 소설의 아류작으로 볼 수 있으나 80년대 초, 암울한 군사정권의 시대적 절망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문학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분량으로 보아 대하소설인데 틈틈이 장총찬과 연인 다혜의 사랑이 요즘 신세대들 못지않게 종래와는 매우 달리 깜찍하고 재기발랄하며 신선하게 터치되었죠)
※ 로맨스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정통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쓴다.
(출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플롯에서)
● 사랑의 대상은 항상 중요한 장애요소와 함께 만난다.등장인물은 상대를 원하지만 어떤이유에서든지 함께 할수 없다.적어도 지금당장은 그렇다.
● 연인들은 어떤 면에서 서로 어울리지않는 면이있다. 서로 신분이 다르거나 신체적으로 서로 평등하지 않다.이를테면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몬테그와 캐플릿가문의 결합등이다.
● 장애요소를 극복 하려는 첫 번째 노력은 항상 무산된다. 성공은 쉽게오지 않는다 사랑은 헌신과 끈질김으로 입증되야 한다.
● 사랑은 한사람이 입을 내밀면 한사람은 뺨을 내미는 식으로 한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적극적이기 마련이다. 적극적인 파트너는 추구하는 사람이며 행동의 대부분을 완수한다.수동적인 파트너는 그도 사랑을 똑같이 원하는 사람이다.적극적인 파트너가 장애요소를 다극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 러브스토리는 해피앤딩으로 끝날 필요는 없다. 당연하지도 않는 해피앤딩을 만들면 관객은 이를 거절한다. 할리우드는 해피앤딩을 좋아하지만 잘만들어진 작품중에는 슬픈 결말도 많다. <안나까레리나>,<보봐리부인>,<헬로이즈와 아벨라드>가 그렇다.
● 주인공은 매력있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라. 상투적 관계의 연인은 피해야 한다. 주인공과 상황을 아주 독특하고 흥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랑은 작가들이 너무나 많이 탐구해온 주제여서 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등장인물에 깊이 느껴야 한다. 작가가 느끼지 않으면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 정서는 사랑에 대한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설득력이 있어야 할뿐 아니라 정서의 여러 측면, 두려움, 실증, 혐오, 매력, 실망, 재회, 소모 등등을 다뤄야 한다. 사랑은 복합적 느낌이 많아서 플롯의 요구에 따라 제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정서와 감상주의의 역할을 잘 이해하여 어느쪽이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지 판단한다. 표본적인 낭만소설을 쓴다면 감상주의의 트릭을 발휘해도 좋지만 제대로 된 러브스토리를 쓰고 싶다면 감상을 피하고 등장인물의 느낌을 가진 진정한 정서에 의지해야 한다.
● 주인공을 사랑의 고행에 전부 데려간다. 연인들은 시험을 당하고 마침내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랑을 받을만큼 받는다. 사랑은 수고하여 얻는 것이지 선물이 아니다. 시험받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