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48회 을지연습이 끝났다. 1975년부터 북한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유사시 대비 범국민적 훈련이다.
금년에는 오랜만에 싸이렌 소리를 듣고 전 국민이 대피하는 훈련도 있었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18년간 비상 사태시에 착용해 왔던 의복을 바꾼 점이다. 노란색 점퍼 대신 청녹색 점퍼로 소위 민방위복 색상을 바꿨다는 말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민방위법을 고쳤다. 그리고 전 공무원들에게 이 옷을 입도록 법제화했다. 이를 위해 의복비만 600억 원 가량이 소요된다. 기존에 있던 옷들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잘 입어왔던 민방위복을 윤석열 정권에서는 왜 바꾸는 것일까? 국민들은 으아(疑訝)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
국가의 재난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기능을 보강해서...”라고 이유를 설명 했다. 기능보강이라면 노란색 민방위복에 기능을 추가하면 되지 굳이 법까지 고쳐가며 색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근까지 복착(服着)해 온 노란색 민방위복은 노무현 진보정권 당시 국가나 지방 주요 재난에 전 공무원이 착용(着用)해 왔다.
최근 윤 정권의 진보 행적(行跡) 지우기가 도(度)를 넘었다. 곳곳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앞세워 국민적 정서와는 동떨어진 채 파헤쳐 폐기처분을 자행(恣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보수 색깔을 입히기 위해 과거 7-80년 이전의 냉전시대로의 회귀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육사 교정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라든가, 광복절 경축사에서의 공산주의 척결이라든가, 종속 논리로 우리 사회를 2분법적 재단이라든가, 친일행적을 강화하고 고수(固守)하려 한다든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지지발언 이라든가, 숭미 일변도의 칼질 외교라 든가... 곳곳에서 민족정기를 말살시키면서 친 미·일에 아양을 떨며 굴복하는 단세포 외교가 나머지 임기 4년 내내 이어질 것을 생각하면 나라의 앞날이 우울하다.
15년 이상 국민에게 각인되어 온 민방위복이 노무현 진보정권 때 입혀 왔다며 이를 바꿔야 된다는 메시지가 다분히 녹아 있는 것 같다. 재난안전과 유사시에도 보수 지키기를 해야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온 것이며, 누구를 위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며 국정에 헛발질을 연신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라가 부강하여 돈이 철철 넘친다 해도 그렇게 쓸 곳이 없다는 말인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그런 돈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절규하며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한 사람의 국민을 찾아내어 구제하는 일이 청록색 민방위복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 권력은 기껏해야 5년이고, 보수정권이 잘해야 10년 갈까 말까 한다. 권력은 화무십일홍이지만 문화 역사는 유구(悠久)하다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더 이상 선량한 국민들에게 고통과 분열을 조장(助長)시키지 말고,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헤아려 쓸데없는 일을 접고, 이 시점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