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가 2026년 열리는 월드컵부터는 본선 출전 국가를 48개국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FIFA는 위원회를 열어 월드컵 본선 출전 국가를 늘리는 것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였고,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되었다고 밝혔다. 월드컵 출전 국가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남에 따라 대회 진행 방식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대회 진행 방식은 각 조에 4개국씩, 8조가 리그전을 통해 예선을 진행하고 상위 1, 2위팀, 즉 16팀이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였다. 하지만 출전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각 조에 3개국씩, 총 16조가 리그전을 통해 예선을 진행하고 상위 1, 2위팀, 즉 32팀이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이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축구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정말 큰 규모의 대회이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대회의 질 또한 높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구상 최고의 축구 축제인데, 월드컵 출전 선수들이 전 세계인들을 실망시키고 눈살 찌푸려지게 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어느 누가 실망하지 않겠는가. 관중들을 흥분시키고, 눈을 즐겁게 해 주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각 대륙에서 몇 년간의 예선을 거쳐 소수 국가들을 뽑는 것인데 이렇게 월드컵 출전권을 확 늘리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한 가지 정말 와닿을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으며, 분명히 이것때문에 한 번쯤은 화가 치밀어 올랐을 거다. 바로 '침대축구'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예선을 치를 때마다 한 경기 이상은 침대 축구에 당하곤 한다. 여기서 침대 축구란, 먼저 선제골을 넣은 팀이 지나친 할리우드 액션으로 거짓 부상을 호소하고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플레이를 말한다. 주로 중동 국가들이 자신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국가에게 선제골을 넣을 때 자주 선보이는 플레이다. 물론 중동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들도 침대 축구를 보여주곤 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객관적 전력에서 두 수 아래인 온두라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침대 축구에 당해 8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적이 있다.
내가 갑자기 침대 축구를 이야기한 이유는, 월드컵 출전 국가를 늘리게 되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에서 침대 축구같은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경기를 자주 볼 수도 있다는 거다. 아시아에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국가를 8개까지 늘린다고 하는데, 중동 국가들 중 한 국가 이상은 분명히 그 8개국 안에 들어갈 거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우승을 목표로 출전한 강호들을 상대로 고의적인 부상을 입힌다거나, 그 외의 다른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모두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축덕'으로서 월드컵에서까지 그런 플레이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월드컵 출전 국가가 늘어난다는 소식이 정말 싫었고, 만장일치라는 결과는 더더욱 믿겨지지 않았다. 물론 다른 변방 국가들이 기회를 잡아 강팀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출전 국가를 늘리지 않더라도 매 대회마다 이변은 생기기 마련이다. 다크호스를 보는 재미보다는 경기의 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 어찌되든, 출전 국가가 늘어났으니 9년 뒤 월드컵에 출전하게 될 모든 나라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