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연예가 파일에 최진실 사건이랑 이경실 사건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하셨는데 왜 이경실만 TV 뉴스에 나왔죠?” 얼마 전 독자로부터 이런 발칙한 질문을 받았다. 정답은 ‘최진실은 맞고도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달 “스타선행대상 시상식 취재하러 오라”고 잘 아는 TV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연예인들 좋은 일 하는 건 뉴스거리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이 변해 대한민국이 ‘연예공화국’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고, 사실 그 영향력 또한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TV와 함께 살고 있으며 여성지들 또한 스타 스토리로 도배돼 있다. 남자들도 오늘 스포츠신문에 무슨 연예기사가 났는가 모르면 술자리에서 왕따 당하기 일쑤다. 서세원이 만든 영화 ‘긴급조치 19호’의 과장된 대사가 그 정도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이 손짓 하나에 아줌마 표가 1000만표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이 노래에 전국의 잡초 같은 인생 1500만표가 들고 일어납니다.”
“2000만 민족 대이동을 상징하는 송대관의 ‘차표 한 장’도 있습니다. 사실은 이 놈이 더 위험합니다. 각하!”
하지만 아직도 연예인과 연예계에 대한 편견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이러니하게도 방송국이다. 들어갈 때는 똑같이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뚫었지만 PD는 멀고도 험한 ‘딴따라’의 길을, 기자는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다. 만약 보도국만 따로 떼내 독자적으로 먹고 살라고 하면 방송 3사 보도국은 다 파산신청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방송사 수익은 제작국에서 거의 다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방송사 사장은 기자 출신이 주류다. 현재 KBS 박권상 사장이나 얼마전 사표를 낸 MBC 김중배 사장은 방송기자도 아닌 신문기자 출신이다. 이번에 그 옛날 ‘웃으면 복이 와요’를 연출했던 이긍희씨가 MBC 사장이 되었다. 오랜 MBC 역사 속에서 ‘PD출신’ 사장은 이번이 겨우 두번째다.
‘오아시스’의 명감독 이창동씨가 문화관광부 장관에 오르자 일부에서는 “과연 영화감독 출신이 문화, 예술 뿐 아니라 언론, 체육, 관광, 청소년, 종교 등 다양한 업무를 잘 관장할 수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다 이해해야만 성공한다는 영화감독의 경륜과, ‘정치권력’을 뛰어넘는다는 ‘연예권력’의 힘으로 조직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장관의 취임 일성(一聲)대로 “딴따라의 별난 개성과 관습을 버리고 국민들의 생각에 다가 설 수 있다면” 대한민국 연예공화국에서 ‘딴따라들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