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쟁점 - ISD란?

[장성욱(경영)]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Investor State Disment)>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해당기업에게 불합리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즉,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 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ICSID의 중재부는 총 3명으로 이루어지는데, 해당국에서 1명씩을 추천하며,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이 선택하는 자로 구성된다. 

FTA라는 것이 자유무역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맺는 조약임을 상기해보죠.

이 ISD는 자유무역이 올바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투자 협정에(전세계 2,676개 중 2,100개) ISD가 포함되어 있을 만큼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7개국 중 EU제외)와 맺고 있는 FTA에서도

ISD 조항을 찾아볼 수 있지요.

(EU 회원국들과는 개별 투자협정에서 ISD를 반영하였습니다.)

이에 사전동의조항이라 하여 피소된 국가는 반드시 소송에 응해야 하는 조항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 사전동의조항이 바로 ISD를 한미 FTA의 주된 쟁점으로 만든 원인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7개국과 맺은 FTA에도 이 조항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ISD의 순기능

ISD는 일종의 보험으로 작용합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심한 나라와 투자 협정을 맺는 경우 투자자가 국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주된 장치가 되는 것이지요.

ISD가 있는 경우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갑작스러운 제재를 당했을 때 제소를 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기 중국에 투자하였던 회사 중에는 중국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공장이 헐릴 위험에 처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적당한 보상은 제시되지 않았었죠.

이러한 손실을 막아주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 ISD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대다수의 국제 투자협정에서 ISD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를 한-미 FTA에 적용한다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차후에 설명하겠습니다.)

또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할 때(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 규모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 규모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ISD가 미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ISD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FDI : 외국인 직접투자(누적수치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신문>

ISD의 역기능

자. 그렇다면 ISD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반대하는 것일까요. 

바로 국가의 공공 / 복지 정책에 대해 기업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공공 / 복지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개인이나 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을 국가가 대신해서 맡는 것을 말합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그리고 LH공단의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둘째로 사회 정의나 공정성의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규제하는 것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출 규제법, 각종 환경 관련 규제, 공정거래법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 / 복지 정책이 자유무역의 관점에서는 잘못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러한 ISD 자체는 그 효력이 크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일종의 중재안으로서,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국가가 받아주지 않으면소송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애초에 ISD를 만든 이유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되었죠.

많은 분들께서 ISD에 관련해 알고 계시는 사례 중에

미국 택배업체 UPS가 캐나다 우체국을 제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우체국(캐나다 포스트)의 자회사인 소포배달업체가

모회사의 우편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특혜이며

이로 인해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라며 제기한 소송인데요,

2005년 1월 시작된 이 소송은 2007년 6월, 약 2년반 만에 UPS의 패소로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캐나다 정부가 이김으로써 우체국을 지킬 수 있었지만

국가의 주된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일 수 있다는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소송이 걸린 분야! 딱 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차후에 입법부가 다른 법안을 상정함에 있어서 소송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죠!

이를 일컫어 된서리 효과(Regulatory Chill)라고 합니다.

결국 외국 기업의 눈치를 보면서 법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 ISD는 나쁜것일까요?

지금까지 ISD에 대한 양 극단의 관점들을 보셨습니다.

 이 외에도 논란에 오르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합니다만, 그 사례들이 대다수 논란의 소지가 있기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자 합니다.

 다만 논리적으로 ISD가  좋은 작용을 할 ‘가능성’과 나쁜 작용을 할 ‘가능성’이  모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ISD 자체는 중립적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국에서 ISD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미 간의 경제 구조가 대칭적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시장이 우리나라보다 더 자유롭기 때문에)많은 우려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ISD를 폐지하는 것이 능사일까요?

 그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미 FTA에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관한 법안은 예외 조항으로 명시하여

ISD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도록 처리해 놓았습니다.

(물론 예외조항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커버하지는 못한다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또 만약 다국적 기업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평균 2년여가 소요되기 때문에 소송을 남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아울러 예상되는 우려들로 인해 ISD를 폐기하고자 하는 경우,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추진하면서 ISD를 제외하는 대가로 투자 사전심사 기준액을 2억 호주달러에서 10억 호주달러로 상향조정 해 주었습니다.

 이는 한화로 추정시 2천 3백억 규모에서 1조 천억 규모까지 상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외자에 대해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포기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미국과 ISD에 대해 재논의를 한다고 했을 때

그만큼 양보해야 할 부분이 생길 것이라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향후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

ISD를 제외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중국처럼 우리보다 폐쇄성이 큰 국가들의 경우에는 투자자보호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종합하면,

ISD는 분명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한-미 FTA에서는 그것이 표면화 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장치들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ISD를 폐기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기회비용의 고려도 필요하다.

이상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건은 얼마나 많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막기 위한 장치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까요?

우리나라 기업은 얼마나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ISD문제로 재협상에 들어간다면 어떤 것을 얼마나 포기해야 할까요?

결국 속 시원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모두 가능성일 뿐이죠.-_-;;

이러한 ISD문제의 특성이 우리 사회에 계속된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ISD를 둘러싸고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윤기택(경영)]

와우 성욱이 자료 굿~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