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구로 디지털 단지역(옛 구로공단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 건널목을 두번 건너 조원병원을 돌아서 50미터 정도 걸으면
길 건너편에 복덕방, 이발소, 장미다방(지금은 장미커피숍으로 이름이 바뀌었더군요.)
이 들어있는 노란색 타일 건물이 있습니다.
그 건물 3층에 <민들레 교회>란 예쁜 이름의 교회가 있어요.
왕뼈 감자탕, 왕궁 이용원, 노래방등...시장통과 동네로 이어지는 골목 주변은
상점 이름이나 간판이 촌스러워서 정이가는 서울 변두리 구로동.
민들레교회는 구로동 한 모퉁이 허름한 건물에 이십년도 넘게 세들어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가로수에 가려 교회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작은교회입니다.
스무평 정도나 될까 하는 공간은 내가 처음 이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섰던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요즘에 이렇게 초라한 교회도 다 있을까 싶으리만치
검소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끝이 휘어진 조그만 나무십자가가 걸린 앞으로 강대상과 올갠이 있고,
한쪽 벽에는 접이식 의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맨 뒤에 파란색 쇼파가 있고 원탁 두 개가 놓여있는데
그 중 한 원탁에서 매주 화요일 교회력에 따른 성경공부를 합니다.
민들레교회가 생긴 이후 28년간 계속되고 있답니다.
원탁 하나를 넘어 본 적이 없는 성경공부 식구들도 바뀌지 않는건 마찬가지.
오십대이시던 목사님은 이제 칠십이 낼모레이고
같이 공부하던 분들도 귀밑머리가 희어져 가고 있습니다.
성경공부를 할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노숙자들이 한 푼을 구걸하며 들어옵니다.
창 넘어로는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장사꾼의 목소리가 걸찍하게 곁들여집니다.
그야말로 세상 한복판에서 진리를 배우는 셈이죠.^^
분당에서 구로동까지 화요성서모임을 다녀오면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빠지지 않고 가는 것은 먹을 것 없이 소문만 뻑적지근한 잔칫집같은 요즘 대형교회에서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진리의 고갱이를 맛볼 수 있기 떄문입니다.
세상 한 귀퉁이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는 민들레를 닮은 교회,
이 시대에 이런 교회가 숨어있다는 것이 사뭇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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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교회카페에 와서 딴 교회를 소개하고 가는 저 센스라니...ㅉㅉㅉ
혀를 차실 분들을 위해 살림교회이야기도 함 올려야 겠네요.
살림교회 홧팅~~!!
첫댓글 흐흐흐....그유명한" 돼지오줌통 사건의 "(아는사람은 다안다)최완택목사님 아얘그곳에서 바위가 되셨네요..........
장하신 목사님!!!
오래 묵은 된장 같은 분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그곳, 따듯함과 정이 느껴지네.
원탁에서 함께 늙어가는 정겨움이 눈에 그려진다..
그러네~~ 목사님 뵙고 싶네요...만화에서 모습이 언뜻비쳐져 더 그립다....^^*
이현주 목사님...아하 ....임영수 목사님...나에게 어떤 이정표들을 힘들때마다 가르쳐 주신분들이네요...!
모두모두 한 번 시간을 내어 뵈야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