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警備日記 > 희망퇴직을 하면서
정문초소에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제조팀 여사원 이수빈(가명)이가 차를 멈추고
“아저씨 저 퇴직해요”하며 인사를 한다. “아니 왜? 언제?” “이달말 까지요”
“오 - 그래? 나도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기로 했는데“ 하니까 끼고있든 장갑을 벋고
먼저 악수를 청한다. 반갑다는 뜻인지!.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 .....
이틀후 그 시간에 또 만났다.
“수빈이는 집이 어디야?”“대전이에요”
“여기 입사한지는 얼마나 됐나?” “삼년반이요” 손가락을 꼽으며 말하는 폼이 이제는
동료들 중에서도 고참측에 든다는 표정이다.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런데 여기 그만두면
어디로 가려고?“ ”공부할려고요. 대학교 갈거에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3분여동안
“퇴직후에 가끔씩 안부전화라도 하자”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 뒤에서 차가 온다.
차 빼야 되겠네 . “수빈이 잘가 ~ ” 인사를 나누고 차를 보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니까 박사. 석사. 사장. 상무에서 말단
사원. 청소하는 미화원까지 각자 하는일도 다 다르고. 복잡다양한 사회의 일부분처럼
애환도 많고 사연도 많다. 나도 이 곳에 입사한지 벌써 오년이 흘렀다.
하던사업에 실패하고 이곳 저곳을 떠돌다 안주(?)한 직장이다.
반도체를 연구 개발하고 생산하여 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체라서 정보유출을 중요시
하고있기 때문에 보안경비 라는 직책으로 검문검색. 출입차량 체크. 내방객안내.
순찰등. 社內질서유지를 위해 우리같은 사람들의 역할도 필요한 곳이다.
나름대로는 젊은사람들 틈에서 열심히 하느라고 했는데 ..... 이제 퇴직을 며칠
앞두고 보니 지난 5년간의 추억이 하나 하나 새롭게 떠오른다.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 그래도 보람을 느꼈든 때와. 외로웠든 시간들 ...
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 근무하면서 수빈이같은 여공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막내딸같은 녀석들이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할때는. 고맙기도하고
이쁘기도 하고..... 야근을 하고 나가는 초췌한 모습을 보면 측은한 생각도 들고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는데 . 집안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한 아이들
우리네같은 어른들의 생각엔 그 나이에 이백여만원씩 월급을 받으니 잘됐구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아이들의 생각은 다른것같다.
같은또래 친구들은 좋은대학에 가서 원대한 희망을 꿈꾸며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시간에 . 밀폐된 공간에서 갑갑한 방진복을 입고 야간근무도 하는 일상생활에서
더러는 부모원망도 했을테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흘린 눈물도 많았으리라.
옛날 어린시절. 내가겪은 ...“배우지 못한 서름”같이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기에 그 아이들의 아픔을 조금은 이해할것 같다.
그래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정시에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저들이 회사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얼굴들 이란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전자산업에서 만큼은 세계최고 수준 이라고 한다.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출을 해야하는 경영진과 임원들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산업발전의 밑바탕에는 제조직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이들을 지원 협력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절대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고. 대우해 주는 그런 세상이 됐스면 좋겠다.
구조조정 한파로 사람들이 떠나고. 어느해 보다도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지만
춥고 긴 겨울이 지나면 - 희망의 새봄이 찾아오듯이 .....
수빈아 -
어디에 가서 무슨일을 하던 공부 열심히 해서 목표한 꿈을 꼭 이루고
좋은 배필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2008 . 12 .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