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텐 만드는 일이 지루해질 즈음
안성시 삼죽면에 자리한 쟁이골로 마실을 나갔다.
죄다 간밤에 서너 시간 밖에 잠을 못 잔 터라
여기 저기서 하품이 만발이다.
안하던 일을 하려니 온 몸에서 쥐가 날 지경이고
쥔장 역시 잠시 잠깐의 땡땡이 쯤이야 에 동의를 한 바
그 유명한 임동창 쌤의 집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 끼가 철철 넘치고 지신을 휘둘러치던 쥔장 임동창님이 없는 쟁이골은
관리인의 성실하지 못한 자세로 방치되고 있었다.
물론
사람 기운이 없으면 무형의 건물도 당연히 생기를 잃기 마련이지만
전 주인의 넘치도록 과분한 애정 공세를 받았던 과거에 비하면
쟁이골의 현재는 향기를 잃은 퇴색함이다.
그 을씨년스러움 탓에
쟁이골에 한파가 몰아친다.
서있는 내내, 바라보는 동안 머리가 지끈거리고 귀가 먹먹했다.
한밤중에 어디선가로 부터 옮겨져 왔다는 돌을 보면서 무설재가 딱이다 싶었다.
하지만
워낙 처음 들여올 때 부터 싱갱이가 있었던 돌이라는 말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러니까
그 돌을 옮겨오는데 반쯤의 사람들은 원래의 땅에 있어야 한다 하고
반쯤의 사람들은 새로운 기운을 맞으러 가야 한다 하였다는 설왕설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인 임동창님은
야밤에 들고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오로지 피아노 하나 만을 위해 존재했던 거실이고 보면
길 떠난 주인의 흔적이 엿보인다.
널럴해진 문살과 문창이 안타깝다.
아니 서울로의 입성을 감행해 버린 쥔장 임동창님이 그리울 일이다.
쓸쓸함이다.
효재님의 손길과 숨길 속에 날이면 날마다 살아 움직였을 항아리...
그중에 남겨져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
고 기와가 나 뒹구는 뒷 뜰에 서면
온몸으로 찬 기운이 들어 온다.
슬픔이다.
공기의 소통이, 영혼의 막힘이다
관리인과 상관없이 살짝 들어가 엿본 그 뒷집에는
하나 가득 있었을 만화책과
국악기들이 쥔장의 사랑없이 남겨져 있다.
아픔이다.
뒷집에서 바라 본 본채.
임동창과 그의 아내 이효재가 알콩달콩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답게 살아낸 공간이다.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며
인연의 한 자락이었다만
그들은 이제 안성에 없다.
서울 시민이 된 것이다.
그들이 떠나버린 뜨락에는 개망초만 흔들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잠시 머물렀던 우리의 몸과 마음도...
첫댓글 그럼 지금 저 집은 비어 있습니까. / 개망초, 남의 밭에 서서 피어 있는 개망초는 그리 이쁘더니, 우리 밭에 나는 개망초는 우찌 그리 걸거치는 겁니까.
비어있고 말구요....하지만 아무나 살아낼 그런 공간은 아닌 듯 싶습니다. 원체 기운이 센 곳이라서. 원래 개망초는 멀리, 한 발짝 띄워 남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예쁘답니다 ㅎㅎㅎㅎ.
생각 만큼 아름다운 모양은 아니네엽~? 그분네들 감각이 커서 좀더 정서적인 디자인의 집을 상상 했더랬었는데... 결국 제 기대가 넘쳤었다는 얘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