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곡주택단지는 포항제철을 세운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야심찬 계획 아래 건설됐다. 1972년 조성됐지만 도로변에는 흔한 전화선이나 전기선을 볼 수 없다. 전국 최초로 지하공동시설을 갖춘 덕분이다. 현재 지곡주택단지는 990만여㎡(100만평)부지에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합쳐 7,000여 가구가 입주해있다. 박 회장은 지곡주택단지 건설에 깊은 애착을 가졌다. 각종 나무를 심고 숲마다 산책로를 내며 인공 연못을 만들고 조경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외 내빈들과 외국 기술자들의 숙식 문제를 해결할 호텔로 영일대와 청송대, 백록대를 지었고 쇼핑센터와 공연장, 체육관까지 배치했다. 박 회장의 계획은 유럽 최고 수준을 능가하는 전원단지와 교육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야심대로 유치원과 초, 중, 고교에 이어 세계 명문대 수준의 대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그렇게 문을 연 대학이 미국 칼텍(캘리포니아공과대학)을 모델로 삼은 포항공대였다. 포스코의 미래 기술을 책임질 상용화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세계에서 5번째로 방사광가속기도 자리 잡으면서 첨단과학과 안온한 주거지가 공존하는 이상적인 전원단지로 발전했다. 가로수와 산책로는 아름드리 거목들로 가득하다. 도심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나무그늘마다 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단체로 게임도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영락없는 유럽형 전원단지이다. 영일대 부근에 피는 벚꽃풍경은 포항에서 단연 으뜸이다. 평일인데도 시민들이 길가에까지 주차를 하고서 벚꽃구경에 여념이 없다. 인공 연못은 생길 때부터 많은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연못이 생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소문에 야간에 낚시하러 가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몇 사람은 경비에 걸려 혼났다는 소문도 회자되었다. 이런 이상적인 전원단지를 두고도 지자체는 신도시 조성사업에 지곡단지의 장점을 접목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건축 면적만 늘려 세수확보에만 신경을 쓴다. 멋진 바깥 풍경과 달리 도로 하나만 건너면 햇볕이 들지 않는 울창한 송림 속으로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한 사람이 추진했던 전원단지는 후세에게 두고두고 훌륭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츨림 없다. |
출처: 바람불고 돛이 팽팽해지면 원문보기 글쓴이: 율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