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강서구 목동이며 열과 성을 다해서
중견 종합건설업체를 경영하던 친구가 있었다.
요즘 누구나 다 알다시피 건설경기가 너무 좋지 않단다.
어디 건설업체뿐이랴...
사회의 모든 부분에 걸처 총체적인 불경기이니...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경영하던 업체가
수년간에 걸처 경영난에 심해져 어쩔 수 없이
정부에 면허를 반납했고 마음이 울적하여 가족은 서울에 두고
혼자 제주도에 내려가 있으며 가지고 있던 땅에 집이라도 몇채
지어 팔아서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유지를 해야 한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면허를 취득하는데도
7억이 넘어 들어가며 면허를 반납하면 받을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도 빚을 갚는데 몽땅 들어갔다고 한다.
건설업계에 오래 투신했고 그 방면에 해박한 분이 있어서
발급받기도 어려운 건설업 면허를 친구가 반납했다고 하니
반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만도 행복한 사람이라 한다.
아마 사업을 하며 여러 금융권과 친지들에게
많은 융자를 냈었고 적자는 점점 커지고 막다른 골목까지 가서
빚이 자꾸만 늘어가는데도 그만두지 못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라 한다.
자포자기하여 내일 부도를 내고
망할지라도 끌고 가는 수밖에 없는 사람은 많으며
아마 잠밤도 제대로 자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한다.
하여간 다른 친구에게 제주에 가있는
친구의 위문공연이라도 가지 않겠느냐 물어보니
내가 쉬는 날에 맞추어 뱅기표를 덜컥 예약해 버렸다.
화요일이 정기휴무일이고 월요일 저녁 6시반
뱅기로 발출하여 화요일 저녁 7시반 뱅기로 돌아온다.
요즘은 저가 항공이 많아 제주도도 저렴하게 오갈 수가 있다.
T-WAY 항공을 예약했고 왕복이 8만원 선이니
뱅기타고 가는 게 기차를 타고 부산이나 광주가는 요금이다.
다섯시가 조금 넘어 공항에 도착했고
하늘은 올해 들어 최고로 화창하고 맑고 높았다.
금포공항의 일몰은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하다.
내 초등학교때 교장선생님은
김포가 아니라 항상 금포공항이라고 말씀하셨다.
데따 큰 뱅기들이 굉음을 내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뱅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니 구름위로 또 한번이 멋진 일몰이 펼처졌다.
미리 제주도에서 병원을 개업을 하고 계시는
서시형원장님께 함께 저녁을 하자 하니 쾌히 승낙을 했고
제주공항에서 만나 원장님의 차로 젤로 편하게 친구네 집으로...
아홉시 가까이 되어 친구집에 도착했고
친구는 제주의 지인들에게 내 얘기를 했고
미리 꺼먹돼지 바베큐와 갈치구이와 곡차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벌써 깜깜하게 어두워졌는데
고픈 배를 부여잡고 먹지도 못하고 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위문이 아니라
괴롭히기 위문을 하러온 게 확실하니 미안하기 그지 없다.
세시간여에 걸처서 푸짐한 안주에
곡차까지 곁드려 뱃속에다 쏟아 부으니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여 제주의 하늘의 은하수를 보지 못했다.
언제나 나는 입만 가지고 댕긴다.
친구가 열심히 설겆이까지 마치니 날이 세고 말 것만 같다.
세수 양치 모두 생략하고
방에 들어와서 자리에 누운 것 같았는데
날이 세고 말았고 머리와 뱃속이 몹시 불편하다.
에이구!!! 나는 언제나 철이 나서
앞뒤를 재보며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자제할 수가 있을꼬?
이건 완전히 청개구리식 남을 괴롭히는 위문공연이 되고 말았다.
이런 나를 두고 아직 헤어질 시간도 아닌데
또 다음에 언제 제주에 내려올 수 있는냐고 묻는 친구가 고맙다.
친구 집은 거문오름 가는 길가의 선흘리에 있으며 이렇게 생겼다.
예전의 초가집을 그대로 두고 뒤켠을 헐어
지붕을 고치고 집을 덧대어 넓혀서 지었으니
천정이 낮아 내 어릴때의 고향집과 비슷하며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이 사진을 찍고 나니 잔뜩 찌푸려 있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주룩주룩 쏟아진다.
친구 집에는 몇그루의 귤과 차나무가 있으며
야채는 가꾸어 먹으니 부식비가 들지 않는다고 하며
나도 빨리 공기좋은 제주도에 내려와서 같이 살자하는데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형편이 안되니 한심하다.
작년이던가? 3월달에 제주에 왔을떄
여러곳의 노지밭에 배추와 무와 당근같은 채소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걸보고 우리나라가 참으로 넓다고 생각했다.
야채가 흔하고 해산물이나 육류가 풍부하며
물좋고 공기까지 좋으며 세계7대 자연 경관에 속하고
사계절의 기후까지 뚜렷하니 제주만큼 살기좋은 곳도 드물 것 같다.
이런 아침이 있었고....
이제 해장도 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김에
왕창 더 괴롭혀야 하니 제주 관광에 나서고...
똑땍이 카메라도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