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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관심
#궁궁통1
원불교 이선종 교무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종교가 뭡니까?”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날아왔습니다.
“종교는 뱀입니다.”
궁금증이
확
올라오더군요.
원불교 이선종 교무는 "종교는 뱀이다. 내가 뱀을 잡지 못하면 도리어 물리고 만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종교는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을
풀어내는
소중한 창구인데,
종교가 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저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뱀을 잡을 때
어디를 잡아야 합니까?
허리를 잡나요,
꼬리를 잡나요?
아닙니다.
머리부터 잡아야 합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더군요.
땅꾼이 뱀을 잡을 때도,
항상 막대기나 집게로
뱀의 머리를 잡습니다.
뱀의 머리부터
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물리고 말 테니까요.
이 교무는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뱀의 머리를 잡지 못하고
허리나 꼬리부터 잡으면
되레 뱀에게 물리고 맙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궁통2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목사나 신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열일곱 살 때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설교를
눈앞에서 듣고서
삶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김형석 교수는 신앙의 대상은 진리이지 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김 교수는
문학과 역사, 철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인문학자가 되는 꿈을
다시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꿈대로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김 교수가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신학대에 몸담고 있는
신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들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김형석 교수의
신학적 깊이와
공부한 방대한 양에
대해서 말입니다.
김형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목사님들의 신앙은
교회에서 시작해
교회로 끝나더라.
도산 안창호 선생은 달랐다.
민족과 국가를 이야기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했다.”
그때 김 교수는
절감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되는 게
신앙의 첫째인 줄 알았는데,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민족과 국가를 섬기는 게
신앙의 첫째더라.”
그렇게 그는
우물 안 기독교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기독교를 깨달았습니다.
며칠 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커피잔을 앞에 놓고
만난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목사나 신학자가 되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내가 신학자가 됐으면
나의 신앙은
교리주의가 됐지 싶다.
철학자가 됐으니
나의 신앙은
진리가 될 수 있었다.”
#궁궁통3
종교계를 쭉
취재하다 보면
여러 종교와
여러 성직자,
그리고
여러 신앙인을 만납니다.
크게 보면
각 종교마다
사람들의 성향이
두 부류로 나뉘더군요.
하나는
진리를 좇는 쪽이고,
하나는
교리를 좇는 쪽입니다.
전자는
수도자나 영성가의
성향에 가깝고,
후자는
신학자나 이론가의 성향에
더 가깝더군요.
그 둘을
냉정하게 잘라 말하면
달과 손가락입니다.
종교에서는 손가락을 통해서 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에 오래 머물다 보면 달을 망각하고 손가락 자체가 달이라고 착각하는 이도 많다. 뉴스1
진리는 달이고,
모든 이론과 신학은
손가락입니다.
그건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의 모든 교리와
교학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왜
종교를 믿는 것일까.
그렇습니다.
진리와
하나되기
위해서입니다.
진실한 이치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
입니다.
달과 하나가
되기 위함이지,
손가락과 하나가
되기 위함은 아닙니다.
#궁궁통4
가만히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봅니다.
나의 신앙은
달을 향하고 있나,
아니면
손가락을 향하고 있나.
나의 신앙은
진리인가,
아니면
나의 신앙은
교리주의인가.
자신의 신앙이
진리를 향하고 있다고
대부분
말하지만,
실은
교리주의에 갇혀 있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교리=진리’라는
강고한 등식을
갖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달은
달이고,
손가락은
손가락입니다.
교리주의에 갇혀서
교리가 진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은
뱀의 꼬리를 잡은 게
아닐까요.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뱀에게
물려 있는 겁니다.
그 뱀의
이름이 뭘까요.
그렇습니다.
다름 아닌
‘종교’입니다.
인도의 간디가 남긴 말이다. 교리주의를 경계하고 진리를 찾으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백성호 기자
그러니
종교를 가진 이들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달을 향하고,
달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달과
하나가 되길
바란다면 말입니다.
항상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나는
종교라는 뱀의
꼬리를 잡고 있진 않은지
말입니다.
이미
그 뱀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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