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방편으로 열반을 보인 것(비유;의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성불한 지는 오래 전으로 백천만억 나야타 아승지겁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 사바세계에 항상 머물면서 법을 설해 교화하였다. 즉 나는 구원실성의 영원한 부처님이다. 이런 사이에 ‘나는 연등불에게 법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거기서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다 중생에게 방편으로 보이기 위해서이다.
여러 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해 중생이 환희심을 발하도록 하였다. 소승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출가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도록 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연설한 경전들은 모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다. 즉 어떤 사람에게는 부처의 과거 인연담을 설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부처의 분신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어떤 중생에게는 다른 부처의 화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오래전에 성불한 (무량한 수명을 가진) 여래께서 열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중생을 불도에 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비유로 들어 설하면 이러하다.
훌륭한 의사가 있는데, 그 의사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의사가 출타했다가 돌아와 보니, 아들들이 독약을 먹고 정신이 혼미하여 땅에 뒹굴고 있었다. 아들들은 아버지가 돌아오자, 반가워하며 아버지께 독약을 먹었으니, 좋은 약을 달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고통스러움을 알고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런데 어떤 아들은 아버지가 처방한 약을 먹고 병이 나은 아들도 있으나 어떤 아들은 약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독약에 너무 취해 본심을 잃어버려 아버지가 지어준 양약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버지는 약을 먹지 않은 몇 아들을 걱정하며 ‘아버지가 늙어 죽을 때가 되었다. 약을 두고 갈 테니 약이 효과가 없다고 하지 말고 가져다 먹어라’하고 먼 길을 떠났다.
아버지는 하인을 시켜 ‘아버지가 타향에서 죽었다’고 자식들에게 알렸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상심하여 ‘이제 우리는 고아다.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약 처방을 해주며 자비를 베풀었는데, 잘 몰랐었다’고 한탄하며 아버지가 처방해 두었던 약을 먹었다. 자식들은 그 약을 먹고 건강이 차츰 회복하여 병이 나았다.
선남자여, 그 아버지는 자식들이 병이 나았음을 알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왔다. 나도 이와 같아서 성불한 지 오래 되었지만, 중생을 위해 방편으로 열반을 보인 것이다.“
-제 14 여래수량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