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강남, 강서, 북부였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사교육이 발달한 세 지역의 성적이 단연 우수했다.그곳 아이들은 어떤 학원에서 어떤 교육을 받을까. |
지난 2월16일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지역별로 공개됐다. 결과는 다각도로 분석됐지만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건 지역 간 학력차다. 특히 서울은 평균학력은 낮았지만 강남·강서(강서구·양천구)·북부(노원구·도봉구) 교육청 관할 지역은 전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세 지역은 모두 학원가를 끼고 있어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강남에는 대치동에, 강서에는 양천구 목동에, 북부에는 노원구 중계동에 학원이 밀집해 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에서 강남은 초·중등 수학·영어 과목 전국 1위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 과목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북부와 강서 지역도 각각 10~15위, 7~27위를 기록해 서울의 다른 곳보다 성적이 좋았다.
이에 대해 교육 관계자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지역 학부모들은 “그 지역 엄마들은 도대체 공부를 얼마나 시키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곳 엄마들은 특별한 교육 비법이라도 갖고 있는 걸까. 초·중등 아이를 키우는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의 표본 교육을 시키는 엄마 3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Case1 대1·중2 아이 둔 대치동 주부
영어교육을 위해 3년간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해 6년째 대치동에 살고 있다. 큰아이는 올해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했다.
현재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있나.
둘째 아이는 영어·수학·논술·플루트를 배운다. 영어·수학은 1주에 2회 플루트는 1주에 1회 학원에 가고, 논술은 3명이 그룹과외를 한다. 한 학기에 2회 내신 대비 특강을 듣고, 방학 때는 선행과 심화 과정을 추가로 수강한다. 내년쯤 아이를 미국에 보낼 생각이라 무리한 선행학습은 하지 않되 플루트를 주요 과목과 같은 비중으로 시키고 있다.
한 달 사교육비는 얼마인가.
대치동 학원가는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한 달 기준으로 대형학원 단과는 1주일에 2회 30만~35만원, 그룹과외는 1주일에 1회 25만~30만원이다. 한시적으로 경시대회를 준비할 때는 1백만~1백50만원에 현금은 20% 할인이 된다.
다른 학부모에 비해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인가.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많이 시키는 경우 주요 과목은 물론 사탐·과탐까지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닌다. 또 부르는 게 값인 스타 강사 클리닉을 시키기도 한다.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스타 강사는 3명 안팎으로 그룹을 짜서 급한 부분을 관리해준다. 보통 1주일에 1회 그룹당 1백8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3백만원이 넘는 클리닉 과외도 있고. 회장선거 전에 스피치 학원을 보내거나, 사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기·뇌호흡 학원을 보내는 극성 엄마도 있다.
동네의 평균적 교육수준은 어떤가.
보통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킨다. 3, 4학년부터 1, 2년씩 영어·수학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과학고나 특목고 준비생들은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기도 한다. 중·고등학생은 대부분 내신을 따로 관리하고 초등학생 20~30%가 영어연수를 떠난다(2년 전 기준). 대학생 과외는 거의 없고 선생님들 리스트가 따로 있다. 처음 시작하는 선생님은 경력을 밝히지만, 10년 이상 잔뼈가 굵으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엄마들의 룰이 분명하다.
영어와 수학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미국에서 3년간 살다와 영어에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수학이 문제였다. 공백기에 수학을 놓쳐 큰아이는 귀국한 뒤 수학에만 매달렸다. 문과여서 만회가 가능했지 이과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국내에 좋은 영어학원도 많으니 영어연수는 필수는 아니다.
교육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는가.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다. 엄마들과는 학원 정보를 나눈다. “언어는 어디가 잘하냐”라고 물으면 선생님 이름 10개를 줄줄 대는 엄마도 많다. 보통 엄마들은 학원 정보력에 의존한다. 하지만 학원에 휘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아이는 엄마가 제일 잘 안다. 아이에 대한 본인의 판단을 토대로 아이 인생 플랜을 관리하는 게 엄마의 역할이다. 아이 적성도 모르고 줏대 없이 학원 측 말만 들으면 헛돈을 쓰게 된다.
강남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가 뭘까.
교육열이 뜨겁고 학원 수준이 높다. 또 경제력 있는 사람이 많으니 환경도 좋다. 이곳 엄마들은 교육에 신경이 쏠려 있어 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다. 차림새도 굉장히 검소하다. 아이들 시험기간에는 미용실과 네일숍에 사람이 없다. 모든 게 교육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 학원교육이 워낙 잘돼 있다. 대치동 학원은 스타 강사가 많고 서비스도 확실하다. 요즘 추세는 과외보다 학원이다. 학원은 아이들끼리 경쟁을 붙여 성적을 관리한다. 또 아이들 한명 한명의 상황을 파악해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학원 선생님이 여행 때문에 수업을 빠져서 수학이 뒤처진다고 얘기하면 엄마들은 과외로 그 부분을 보충한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많이 시키면 탈난다. 되새김질할 시간이 있어야 공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Case1 중2·초6 ·7세 자녀 둔 중계동 주부
교육특구가 형성되기 전부터 14년째 중계동에 살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첫째는 전교 10등 안에 들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성적도 상위권이다.
현재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있나.
큰아이는 1주일에 3회 종합학원에 가고, 1주일에 1회 수학 과외를 받는다. 내신기간에는 학원에서 특강을 듣는다. 밤 11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수업이 없는 날도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온다. 작은아이는 영어·수학·과학·글쓰기·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 글쓰기는 1주일에 1회, 나머지 학원은 1주일에 2, 3회 간다. 수영·태권도·플루트 등도 배웠다.
한 달 사교육비는 얼마인가.
큰아이는 종합학원 48만원, 수학 과외 20만원으로 약 70만원. 둘째 아이는 영어 30만원, 수학 34만원, 피아노 10만원, 과학 18만원, 수학 과외 20만원 등 1백만원 정도 든다. 수학·토플 등 특강이 있으면 20만~30만원씩 비용이 추가된다.
다른 학부모에 비해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인가.
많이 시키는 편은 아니다. ‘강남까지 아이를 보낸다’는 엄마도 있다. 큰아이는 학원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 준비반에서 공부한다. 과학고나 민사고 준비반 아이들은 정말 힘들다. 숙제량이 엄청나 밤 11시에 집에 오면 바로 책상에 앉아야 하고, 쉬는 시간에도 숙제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할 자신도 없고 바라지도 않아 적정 수준으로 시키고 있다.
동네의 평균적 교육수준은 어떤가.
사교육을 안 하는 엄마는 거의 없다. 보통 종합학원·단과학원·과외 3가지를 믹스하는데, 성적이 좋으면 학원을, 나쁘면 과외를 선호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학원 수업을 충분히 소화한다. 하지만 못 따라가는 아이들은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맞춤식 과외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한마디로 과외의 역할은 기본기 다지기인 것이다. 초등학생은 보통 영어·수학·글쓰기를 기본으로 적성에 따라 1, 2개 추가한다. 남자아이는 과학을, 여자아이는 악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와 수학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일단 수학은 4학년부터 과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정도로 하다가 그때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한 것이다. 작은아이는 과외를 하다가 5학년부터 학원 영재반에 보냈다. 수학은 영어보다 실력차가 크다. 그래서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영어 성적은 노력에 비례하지만 수학은 타고난 사고력이 중요한 것 같다. 뛰어난 아이는 필요할 때 시작하면 되지만, 평범한 아이는 적기에 시행착오 없이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영어연수는 보내지 않았다. 현재 단어·문법과 회화를 함께 잡아주는 학원을 보내고 있다. 영어학원도 굉장히 많은데 한국식과 외국식이 결합된 학원이 괜찮은 것 같다. 방학이나 학기를 중단하고 6개월~1년 정도 영어연수를 다녀오는 아이가 꽤 많다. 아이 둘 다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외국에 갔다 온 아이는 못 따라간다. 하지만 섣불리 영어연수를 목적으로 외국에 보낼 생각은 없다. 영어 하나를 위해 다른 과목을 모두 놓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 관련 정보는 어떻게 얻는가.
정보에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다. 교육정책에 대한 정보는 신문이나 인터넷 교육사이트에서 얻고 지역정보는 가까운 엄마와 공유한다. 특히 괜찮은 학원과 선생님에 대한 생생한 지역정보는 친한 엄마가 있어야 습득이 가능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 엄마일수록 정보에 빠르다. 올림피아드 등 대회를 준비할 때 신속하게 좋은 선생님을 섭외해 단기 과외를 꾸려야 하니까.
노원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가 뭘까.
다들 공부를 많이 시킨다. 동네 분위기가 그러니 당연히 아이들 교육에 몰두하게 된다. 엄마뿐 아니라 아이도 욕심을 낸다. 강남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지역 학원에 가서 ‘수업시간이 너무 긴 것 아니냐’라고 질문하면 어디서 오셨느냐고 되묻는다. 공부량 차이가 성적 차이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Case1 중3·중1·초1 아이 둔 목동 주부
5년 전 아이들 교육을 위해 목동으로 이사했다. 중학생인 첫째와 둘째 아이의 성적은 상위 5% 안. 큰아이는 2년, 둘째 아이는 1년 반 동안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현재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있나.
2년간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국어와 수학이 많이 뒤처진 상태다. 첫째와 둘째 모두 영어·수학·논술 학원을 다니고 수학 과외를 받는다. 영어와 수학은 1주일에 3회, 글쓰기는 1주일에 1회 간다. 수학은 대학생인 조카가 봐주고 있다. 과외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추가한다. 예컨대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한문을, 방학 때는 선행학습 차원에서 일본어·과학을 시켰다. 아이들은 매일 학원에서 밤 10시~12시 사이에 온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원을 가기 시작하므로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한 달 사교육비는 얼마인가.
영어·수학 학원비는 약 45만원, 논술과 수학 과외는 20만원이다. 아이 하나에 1백30만~1백50만원 정도 들어가는 셈이다.
다른 학부모에 비해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인가.
보통인 편이다. 큰아이는 문과 계열이라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작은아이는 이과 계열이라 영재반에서 수학을 배운다. 이곳 엄마들은 초등학교부터 입시준비 자세에 들어간다. 영어·수학을 집중 관리하고 거기에 과학·논술을 곁들이는 것이다. 진도는 2, 3년 선행이 일반적이다. 좀 더 잘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정석을 보거나 그보다 더 앞서나가기도 한다. 사교육을 많이 하는 아이는 평소 국·영·수 학원과 과외를 하다가, 내신기간에는 전 과목에 서브과외를 붙인다. 시험준비 차원에서 화학·한문·예체능까지 과외를 받는 것이다.
동네의 평균적 교육수준은 어떤가.
교육에 관심이 많다. 장기적으로 아이의 진로 계획을 세우고 일찍부터 거기에 맞춰 교육한다. 매 순간이 그 계획에 도달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예컨대 의대를 보낼 계획이라면 과학고를 목표로 수학·과학 쪽 경력을 관리하고, 문과라면 영어연수를 보내는 식이다. 내신과 부족한 과목을 위한 서브과외는 보통이다.
영어와 수학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이사 와서 처음 실감한 게 이곳 아이들은 영어를 정말 잘한다는 것이다. 도저히 벽을 깰 수 없어 특단의 조치로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한 반 40명 중 대략 10명 정도 가는 것 같다. 차분히 어릴 때부터 공부해온 아이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 문과인 아이는 한번 갔다 오면 영어 걱정은 없지만 다른 과목이 힘들어질 수 있다.
교육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는가.
아이들 성적이 비슷하고 생각이 통하는 엄마들과 모임을 갖는다. 특별한 대회나 전형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그룹과외를 짜기도 한다. 학원 설명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양천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가 뭘까.
이곳 아이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작한다. 이 동네에는 1등을 하는 사람의 자부심 같은 게 있다. 학교 가기 전 아이들은 TV 보고 뛰어노는 게 당연한데 이곳에서는 공부를 시키게 된다. 사교육 없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아무리 고액 과외를 시켜도 성적이 나쁜 아이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많이 시킬수록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WD
|
첫댓글 정말 유익한 정보네요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