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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 17 회 솔사랑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우리나라 지도의 모습은 온순한 토끼의 모습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요근래와서 토끼라 표현한 것은 일본 학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며, 호랑이로 봐야 한다는 학설이 대두되었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 지도를 살펴 보노라면 천상의 백호가 동아시아의 중심 축에서 우람차게 표효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 호랑이의 큰 머리로부터 등으로 이어지는 척추 뼈대의 강인함과 안정스러움이 새천년 한민족의 역동성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비롯된 서기가 고두산, 마대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을 거쳐 남덕유, 지리산까지 뻗치고, 울끈불끈 솟은 여러 봉우리들은 단군의 후손들을 넓은 품안에 감싸서 크고 작은 마을들을 일구게 하고 산과 강과 사람이 자연스러이 어우러져 품위를 갖춘 풍광을 연출해 냈다. 우리나라는 산이 아름답고 물이 맑아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불려왔다. 특히 가장 높은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백두대간은 전국토를 끊임없이 하나로 연결하고 중간에 연결된 여러산과 맥을 통해 생기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토질은 알맞은 습기로 전체적으로 탄력이 있어 발산되는 빛과 소리가 밝으며 청량하다. 좋은 산의 기운과 깨끗한 물의 기운이 만나면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면서 무한한 청정 에너지가 생성된다. 특히 백두대간은 이런 에너지가 충만하여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며 갖은 종류의 식물과 원시림으로 하늘을 뒤덮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혼과 정령이 살고 있는 산이기에 우리 민족은 산을 사랑하고 그 큰 품속에 안기어 살고 싶어 했다. 집을 짓더라도 산을 의지하여 산기슭에 마을터를 잡았으며, 이 땅의 멋과 가락이라는 것 모두가 산과 더불어 만들어지고 자연의 일부로서 산과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우리 민족만의 문화를 창조하여 왔다. 신라 말엽 道先國師가 玉龍記라는 책에서 "白頭大幹"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이후 조선시대 李重煥은 擇里志라는 책에서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내린 우리땅의 중심산맥』이라고 정의했다.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중심산맥으로 백두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었으며 다시 동서로 작은 가지를 치고 정맥, 정간을 만들어 냈으며, 여기에서 발원하는 모든 물줄기는 백두대간의 영향을 받아 동서를 흘러 내리며 평야를 만들고 한반도를 기름지게 살찌우며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오염된 도시생활에서 스트레스로 병들어 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백두대간을 완주한다면, 산이 가지고 있는 청정에너지 기운과 자연 치유력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게 될 것이고 균형잡힌 사고력과 인내심을 길러 내딛는 발자국마다 가정과 이웃을 생각하게 하고 국토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줄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깊은 뜻을 몸소 터득하기 위해 많은 산악인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하였으며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도 완주를 하였고, 여성만으로도 완주한 기록이 있으며, 직장동우회, 지역산악회, 사회단체, 자연보호 단체 등이 지금도 국토사랑의 실천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부부가 다정히 손잡고 백두대간을 완주한 기록이 없기에 샛별 17 산우회 소속 여덟 부부는 한달에 한번씩 55개 소구간을 6년에 걸쳐 완주하기를 약속하였다. 우리는 백두대간 종주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인내심을 기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며, 우정과 사랑과 행복을 가꾸는 겸허한 자세를 익히고자 한다. 나아가서 우리의 걸음이 지리산을 출발하여 진부령에서 끝나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나아가 휴전선너머 백두산 영봉에 이르고 천지에 손 씻으며 애국가를 목놓아 부르고 싶다. 1999년 11월 6일 우리 여덟 부부 ( 권응석 윤분옥, 김복중 이봉희, 김석근 백정순, 김영대 정경윤, 김한수 김혜숙, 김희윤 김재교, 박정현 김영숙, 이동건 한영란 )는 대망의 출정식을 가진뒤 11월 7일 지리산 천황봉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남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이하여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삼대 적덕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지리산 천황봉의 일출을 구름 한점 없이 볼 수 있었음은 우리들의 백두대간 종주의 앞날을 밝혀주는 좋은 징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사회에 봉사하는 인물이 되어 주길 바라고 부부간의 애정이 나날이 두터워지고, 친구들의 우정이 넘쳐 흐르고, 소외된 이웃이 함께 웃음짓는 사회가 되고, 남북이 하나 되어 통일의 노래 부르는 날이 올때까지 우리는 한걸음 또 한걸음 묵묵히 걸으련다.
고 유 문 오늘은 단기 4332년 11월 7일 저희 대륜 17회 17명은 천지신명과 선도성모님께 삼가 고합니다.
저희들이 오늘부터 민족의 정기 서린 백두대간을 종주하고자 하옵니다. 바라옵건데 저희들이 산행하는 날마다, 밝은 햇빛과 시원한 바람, 좋은 날씨로 살펴주시고 기나긴 여정,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의 발끝에 가호를 내리셔서 걷는 걸음걸음마다 지켜 주시옵고 안전하고 보람있는 산행 되게 굽어 살펴주소서.
이 길을 걷는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넘치는 건강을 주시고 부부간의 넘치는 사랑이 더욱 두터워지게 하시고 저희들의 우정, 더욱 더욱 다져지게 하시고 저희 사랑하는 자식들 하나 하나 하고픈 일 뜻대로 이뤄지게 하시고, 연만하신 부모님들 늘 건강하게 하셔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되게 살펴 주옵소서. 내딛는 발자국 발자국마다 늘 자신과 가정과 이웃을 생각하게 하시고 국토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가득하게 하소서.
엎드려 비옵건데, 저희의 이 걸음이 진부령에서 끝나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나아가서 저 백두산 그 큰 봉우리까지 뻗치게 해 주옵소서. 백두산 정상에서 목놓아 애국의 노래를 부르도록 민족의 통일을 이루게 하소서
저희가 미련하여 변변찮은 주과로 천신하오니 저희의 허물을 헤아려 덮어 주시고 흠향 하옵소서.
1999년 11. 7. 아침 백두대간 종주팀 찬솔 敢告
2000년 8월 6일 남덕유산이 바라보이는 ( 김천 민주지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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