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넥시 운영자 오스카입니다.
저는 라켓을 지난 2007년부터 제작해 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해 왔죠.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죠?
어떤 분야에 대해서 10년 정도 헌신하면, 해당 분야의 달인이 된다는 그런 책이었는데요,
저는 2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10년 정도는 열심히 해당 분야에 매진할 수 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20년 가까이 라켓 제조를 하다 보면 저로서는 에너지가 다 소진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라켓 제조를 하다 보니, 라켓 제조에 있어 어떤 큰 흐름의 변화가 제게는 많이 눈에 보입니다.
우선 제가 처음 라켓을 제작하던 2007년에는, 라켓에 대한 정답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과 유사한 제품들이 그때에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떤 라켓이 더 좋은 라켓인지에 대해서 많은 탐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특히 공이 지금보다 가벼웠기 때문에 라켓에 대해서도 그만큼 더 유연성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제조의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만들었던 제품이 지금도 여전히 의미있게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만, (오스카, 한니발 등)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어 이제는 그때와는 아주 다른 니즈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1. 히노키 라켓의 전성 시대
한국 시장은 일펜에서 쉐이크로 넘어오면서 한동안 히노키 표층의 라켓이 전반적인 시장의 전성기를 이뤘습니다.
넥시에서도 이런 시장의 흐름에 편승해 히노키 표층의 제품을 많이 제작했죠.
지금은 클래식 버전까지 확장된 오스카, 그리고 한니발 이 두 제품이 있구요,
그 외에도 오즈까지 이런 히노키 라켓의 광범위한 흐름에 기대어 제작되었습니다.
2. 다양한 합판 라켓의 유행 시대
히노키 라켓의 시장은 사실 일본 브랜드의 득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던 시기에 일본 브랜드들과 맞설 넥시의 히노키 제품 개발은 저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 제품들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에서는 합판류들이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회전력과 파워를 중심으로 한 유럽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강한 한방 탁구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차츰 시장에서 유럽 라켓들의 틈새 공략이 본격화 되어 갔습니다.
3. 러버와 공의 변화
러버의 변화는 사실 라켓의 변화와는 크게 무관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상당한 차이를 이루어 냅니다.
우선 스피드글루잉이 금지되면서 수성 글루를 사용하게 되자 약한 목판 라켓들이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특히 유럽의 림바 표층 제품들이 많이 타격을 입었지요.
물론 이 모든 변화는 시기적으로 2007년에 근접해 있는 초창기 흐름이었습니다.
공의 변화도 있었지요.
2014년부터 공의 재질이 셀룰로이드로부터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최초에는 이음매가 없는 공이 인기를 누리다가 기성 업체들이 연합해서 보이코트하게 되고, 결국은 ABS 공이 시장의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ABS는 여러 플라스틱 중에서도 저렴한 소재에 해당하고, 그만큼 탄성이 부족했죠.
그래서 ABS 공을 사용하게 되면서 탁구계는 전반적으로 더 강한 탄성을 지닌 라켓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4. W968의 등장
이런 흐름 속에서 단단한 표층에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각 회사마다 반복되는 가운데, 중국 DHS에서는 선수들에게 개인화된 라켓들을 지급했습니다.
그 라켓이 W968 제품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반에게 판매를 하고 있지만 사실 과거에는 판매되지 않던 제품이어서 유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만, DHS에는 W968을 제조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최소 2군데 이상의 공장에서 제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확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만.....
W968이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라켓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이너파이버 구조에 단단한 ALC를 결합한 W968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5. 라켓 오리지널리티의 실종
이 상황 속에서 각 브랜드들의 오리지널리티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자신이 가진 역량 내에서 최대한 W968과 유사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장은 획일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이 그런 획일화 시장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당장 넥시만 해도 그렇습니다.
넥시의 브랜드로는 아니지만 W968과 유사한 제품으로 밸류윈의 쿠거를 출시했고,
또 유남규 ALC 알파도 유사한 제품입니다.
여기까지가 최근까지 이어온 흐름입니다.
한국의 많은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 속에서 움직여 왔죠.
그런데 저는 넥시의 운영자로서 이 흐름 속에서 자칫하면 매몰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제작해 온 수많은 블레이드들 속에서 모든 것은 매우 평이한 기성 조건으로 생각하고 목재 구성만 변경하는 방식으로는 또다른 W968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 외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저에게 이런 상황 속에서 아주 큰 행운이 도래했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습니다.
벌써 꽤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신 아이거 얘기입니다만, 아이거를 제작한 회사를 만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거 라켓은 이런 흐름 속에서 아주 독보적인 제품입니다.
라켓의 무게가 무겁지도 않은데, 공이 매우 빠르지요.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은 너무 빨라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말씀도 하시는데요, 하지만 대회를 한번 다녀 오시면 이런 우려가 다 사라지죠.
넓은 공간에서 힘이 넘치는 라켓이라, 적어도 맞드라이브에서 질 일은 없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라켓을 만드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최초의 샘플이 출현한 것이 3년 전의 일이니까요.
샘플에서 양산품, 사실은 어느 라켓 회사나 좋은 샘플을 만들고 해당 샘플로 완제품 생산을 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샘플과 동일한 완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인지한 것은 꽤 예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공장을 직접 경영하지 않는 입장에서 해결은 어려운 일이지요.
그렇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움직여 준 파트너사가 있기에, 넥시의 아이거는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 글 이어 적겠습니다.)
첫댓글 아이거.. 가벼운데 파워가 좋아서 주력으로 사용중인데... 점착러버와 너무 잘 어울려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가벼운데도 결코 파워가 부족하지 않아요 ^^
포칼라와 로텔라같은 후속작들도 기존과 다른 독보적인 제품으로 나올꺼라 기대됩니다!!
아이거는 지금도 계속 사용 중이며, 너무너무 좋은 라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