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감치 움직이는 차소리와 함께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아침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광진 택견전수관 김상생님께서 공부를 하러 오셨습니다. 오늘의 청강생은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오셨나 봅니다. 양홍관님의 안내로 ‘생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갔습니다.
아침에는 자양동 택견전수관에서 100대서원 절명상을 했습니다. 희년의집 공부방에서 상근하시는 안수경·모은정 선생님과 택견사범 김상생님도 함께 절명상에 참여하셨습니다. 택견이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기술을 쓰는 운동이라 나름대로 택견의 철학과 생명평화의 철학이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자양동을 건너 ‘하늘이네’ 결손가정 공동체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2001년부터 결손가정·해체가정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일명 ‘그룹홈’이라 합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8명의 아이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지니신 예지연 선생님께서 순례단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아이들의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문제를 걱정하시는 예지연 선생님께 본인이 정말로 개성과 취향에 맞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게 중요하겠다는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물은 자신을 세력화시키지 않고 스며든다.
순례단은 길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광진참여네트워크 사무실에 들렀습니다. 광진참여네트워크 대표님께서 지방자치선거에도 참여하고, 광진구 내 민주개혁세력의 진영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 설명해주셨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세력화하면 당연히 상대도 세력화 한다. 세력화 논리가 우리가 풀고자 했던 문제들을 풀어냈는가? 무엇이 풀렸고 무엇이 이루어졌는가? 싸움의 방법·기술·도구만 고도화되고 싸움을 반복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왔지, 싸움을 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지 못했다. 쌀을 밥이 되게 하는 물은 세력화시키지 않고 스며든다. 큰 아이가 일방적으로 맞으면서도 정확한 중심을 끝까지 유지하고 상대를 분노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지켜가면 분명 때린 아이가 변화가 오리라 본다. 죽도록 맞아도 지켜간다면, 때린 아이와 관계맺고 있는 모든 것에 변화가 올 것이다. 이것이 세력화다. 칼을 녹여서 괭이를 만드는, 세상이치에 맞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오게 된다. 이걸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했던 분이 간디다. 내가 생명의 법칙과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열띤 이야기시간이 펼쳐졌습니다. ‘목숨을 바치는 것 자체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 아닐까? 생명이 살고 싶은 삶이 불가능해져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목숨을 거는 것이다!’ 아침공부 때 하던 이야기들이 생각났습니다.
대전 순례 할 때, ‘형무소에서 6.25 전후 좌우대립으로 희생되었던 사람들(좌익 7천여명과 우익 3천여명)의 한 맺힌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합동위령제를 지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서로 적대시하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의 관점을 가지고 문제를 다루면 영원히 창과 방패의 관계, 공격과 제거의 대상, 극단적인 대립의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보가 보수를 이겨도 진보안에서 또 세력화되어 둘로 나뉠 것이다. 역사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종교편향문제,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트자!
세력화되지 않는 한 순간 인생의 걸음을 만끽하며 구청으로 갔습니다.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은 금년 5월에 AI가 발생한 곳이었습니다. 자연학습장에 꿩과 병아리를 사다놓은 것이 조류독감으로 판정되어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던 곳이었습니다. 옛날 공화당 연수원 터였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청사, 광진구청 앞 공원에서 정송학 구청장님을 만났습니다. 몇일 동안 각 동을 순회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종교인들과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29년 기업에 근무하셔서 민간인이 바라본 공직자의 문제들에 대해 파악하시고, 공직자들과 시민 양방향에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하셨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순례하면서 광진구는 심각하게 분열·대립·갈등할 수 있는 쟁점들을 느끼지 못했다 하시며, 사회적 관점에서 종교문제를 풀어가자는 것과 객관적으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시민사회와 종교인들 중에서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과 함께 대화의 영역을 넓혀 가면서 사회에서 종교편향문제가 대두될 때 대화모형의 대안모델이 될 수 있도록 광진구에서 앞장서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서로 대화하며 합의와 원칙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이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구청장님은 다른 동의 일꾼들과 대화모임을 하러 가시고, 사회복지국장님과 함께 점심장소로 이동하여 광진구청에서의 점심을 탁발받았습니다.
구청 앞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순례를 합니다. 성동광진시민연대(광진희망나눔센터)에 도착하여 단체 분들을 만났습니다. 복지나눔사업담당이신 윤혜경님의 사과나무 공부방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공부방은 지하공간이라 인가가 나지 않아서 곧 이전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5명의 중학생 동네 아이들이 80% 꾸준히 나오면서 영화도 보고, 공놀이도 하고, 말뚝박기 놀이도 하며 생활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하였습니다. 후원금으로 어렵게 운영되긴 있지만, 아이들이 저녁을 함께 먹으며 하루에 몇시간 잠시나마 공동체생활을 하니 정서적으로 안정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습니다.
99년 민주단체국민운동본부 성동구지부가 모체가 되어 발전한 성동광진시민연대 사무국장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광진구는 95년에 성동구에서 분리, 단체의 뿌리가 성동구 ‘뚝섬’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성동광진 시민연대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광진-성동-중랑을 묶어 동서울 시민연대라 하였는데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참여 자치 나눔을 모토로 지역현안에 참여하고, 공부방사업, 독거노인들 반찬배달 등을 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뿌리내리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민노당 광진구위원회 사무국장 선동근님의 말씀도 이어졌습니다. 지역민원과 구정의정 감시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현안을 함께하고 있다 하시며, 구의 과다한 의정비를 줄인 성과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늘어지는 몸을 잠시 누인 뒤에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7호선 군자역을 지나 2호선 건대입구역 사이 상가거리를 가로질러 새날지역사회교육센터에 도착했습니다. 79년 청송야학과 88년 한겨레 야학이 계기가 되어 계속되고 있는 야학은 15명의 다양한 분들이 저녁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데, 살고있는 인근 야학을 다니기가 창피해서 1시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니는 분들도 있다 하였습니다.
새날을 여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저소득층, 맞벌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중학생 18명, 초등학생 30명의 아이들이 학습지도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설명해주신 김금자 사무국장님과 아이들과 함께 절명상 장소까지 함께 순례를 하였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라 긴장되는 걸음이었으나, 짧게 걸은 아이들이 무척 아쉬워하며 돌아간 것이 못내 미안하기만 하였습니다.
놀이패 ‘울력’ 지하공간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고 광진지역순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지역순례에 대한 평가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광진구 안에 나름대로 공공적인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위들이 100여개가 된다. 단체들은 길게는 30여년, 짧게는 10여년, 태생은 다르지만 주민운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광진구 상근 18년째이지만 지역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야겠구나, 주민연대에서 지역을 순례하는 것을 회원 사업으로 잘 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례단이 나머지 21개구 무사히 마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 민동세님 “서울순례는 서울사람들 마음 헤아리기도 어렵고 다 바삐 사는 사람들이라 ‘인간적 희망의 씨앗’을 못받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쓰는 내 모습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30만원만 벌고 30만원만 쓰고 사는 사람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한번 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겠다.” -. 장이환님 “성동광진순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대학도 많고, 성수공단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곳이고, 철거투쟁현장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했었다. 시간이 짧아서 많은 분들을 뵙고싶어도 뵙지못하고 가는게 아쉬웠다. 20대 초반 행당동에 자취방을 얻어 노동자들하고 학습했던 기억이 있다. 순례단이 힘이 있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신부님께서 지렁이에 비유해주셨다. 딱딱한 흙속에 꿈틀꿈틀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역할, 경기순례 모범사례가 있다. 과천순례 사전기획을 하면서 단체들이 같은지역에서도 서로 모르고 따로따로 만났는데, 마지막 과천순례평가 때 지역 단체들이 연대를 결의했다. 실제로 이루어지더라.” -. 이성구
건대입구역 사거리 모퉁이에서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거리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 ‘성동광진야옹이들’ 유민희 카페지기의 사회로 시작되었고, 몇몇의 사람들은 저마다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많은 것들을 이명박 정부에서 되찾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황대권 선생님께서는 지역촛불에의 의미와 과제에 대하여 이야기하셨습니다. 분노와 증오 속에서 이루어진 광장의 촛불을 내리고, 자기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네에서 촛불을 지속적으로 켜나가는 방법은 내가 과연 이러한 것을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로 살고 있는가?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제대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그것이 나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일상적인 나의 삶, 나를 둘러싼 우리 지역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촛불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셨습니다.
오늘 광진참여네트워크에서 먹었던 ‘지구력’이라는 음료수가 인상 깊었다는 순례단원 도담, 100동안 각자의 역할 속에서 순례단이 서로를 잘 도닥일 수 있으려면 지구력과 체력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밤에 저 바삐 가는 사람들 중에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별이 뜨는 밤하늘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 그리움의 시선을 찾아 헤메는 밤을 보내며 하루를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