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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02화] 체벌 없앤 탓만 할 게 아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 초ㆍ중ㆍ고교에서도 체벌 금지조치가 전면 시행됐다. 곽노현 교육감의 원칙에 따라 각급학교가 학교생활규정을 제ㆍ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학생 체벌은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당연시됐던 일이었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따라 인권의식이 보편화하면서 학생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던 차였다.
체벌을 전면 금지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적 체벌' 허용을 요구하며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 방문했고, 서울시내 과반수 학교가 "체벌 금지는 학생지도에 부적합하다"고 답한 조사결과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얼마 전 이른바 '오장풍 교사' 건에서도 새삼 드러났듯 체벌의 폭력성, 가학성, 자의성으로 인한 비인권적 문제와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숙고와 개선의 필요성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어떻든 체벌 금지를 시행하는 마당에 체벌 자체에 대한 논란은 이제 의미가 없다. 이상적으로 체벌 금지에 반대할 명분은 적다. 또 체벌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은 있었어도 체벌 금지의 긍정적 효과는 검증된 적이 없으므로 한 번 시행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지금은 교사들이 체벌에 버금가는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과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노력도 없이 체벌 금지를 핑계로 "못 가르치겠다"고 손을 놓는다면 교육자의 자질이 없다.
교육당국도 무조건 체벌 금지의 이론적 당위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교육실험'이라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갖는 게 옳다. 덧붙여 쪼그려 뛰기나 운동장 뛰기까지도 체벌 범주에 포함시키는 건 너무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체벌은 분명 체력 강화를 포함한 교육효과가 적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적 매질이다. 교육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새로운 조치의 현장효과를 예의 주시하면서 새로운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정기간 경과 후 부작용이 훨씬 크게 드러나고 도저히 다른 개선방안이 없다면 그 때 가서 재고해도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02화] 기륭전자를 보고도 정신 못 차린 당국과 KEC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싸움이 1895일 만에 마무리됐다. 노사는 어제 해고자 10명을 2012년까지 회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간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길고 긴 노사분규가 타결됐다는 점 외에도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시급함을 절절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처가 컸던 만큼 노사 어느 쪽도 승리자라고 할 순 없다. 노조로선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 일자리를 얻게 됐지만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앞설 것이다. 200여명으로 시작한 싸움은 10명의 복직으로 끝났다. 이들이 6년 동안 거리를 떠돌며 겪은 설움과 고통 또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김소연 노조분회장은 오로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만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던 회사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더 많았다. 노동계에서는 ‘기륭전자’ 하면 떠오르는 건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이라는 부정적 인식이었다. 노조의 항의와 농성, 상호 고소·고발이라는 극한 대결이 회사 쪽으로서도 속편한 일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가 좀더 빨리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대화했다면 노사 모두 상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타결의 기쁨보다 만시지탄의 탄식이 앞서는 건 이런 까닭이다.
기륭전자 사태는 극한까지 가는 노사 대결일지라도 상호 존중과 대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나 정부 쪽은 기륭 사태의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물론 노동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엄연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노동현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노사의 극한 대결 와중에 노조지부장이 분신한 경북 구미 케이이시(KEC) 사태는 그 전형이다. 김준일 노조지부장이 경찰의 검거 시도에 맞서 분신한 이후 노동자들은 격앙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회사와 경찰이 노조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회사와 경찰이 노조 죽이기로 일관했다가는 어떤 불상사를 부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당국은 노사 자율 교섭 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사도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1102화] 청와대는 무엇에 쓰라고 '대포폰'까지 만들어줬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 5개를 만들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이 사찰 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기 위해 컴퓨터 전문업체와 접촉하는 데 이 대포폰 가운데 하나를 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대포폰은 남의 이름을 도용(盜用)해 만든 휴대전화로 사기나 스팸문자 발송 같은 범죄행위에 주로 사용된다.
청와대가 대포폰을 5개나 개설했다는 것부터 수상쩍다. 언제 무슨 목적으로 쓰라고 만들어줬고, 지원관실은 언제 어떤 용도로 썼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가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에 맞춰 대포폰을 만들어줬다면 지원관실이 불법사찰의 증거를 없애는 데 청와대도 간여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대포폰 공급이 청와대의 일상적인 지원 중 하나였다면 불법사찰을 포함해 지원관실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불법에 청와대가 연관돼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지원관실의 상급기관 격인 민정수석실이 했어도 문제일 텐데 왜 지원관실과 관련 없는 고용비서관실이 대포폰을 만들어줬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이영호 전 고용비서관은 불법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전 윤리지원관을 통해 지원관실을 여권 특정 인맥의 별동대처럼 이용해 왔다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대포폰 사실을 밝혀내고서도 감췄다. 그뿐 아니라 대포폰을 만들어준 사람이 이 전 비서관의 직속 부하임을 확인하고서도 이 전 비서관에게 면죄부를 줬다. 검찰이 처음부터 눈 감고 수사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01102화] 인터넷 참여 세계기록 세운 인구·주택 센서스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 방문조사가 어제 시작됐다. 15일까지다. 인구·주택 센서스는 5년마다 실시된다. 방문조사에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10일간 예정으로 실시된 인터넷 조사의 참여율은 36.1%다. 종전 세계 최고기록인 캐나다의 18.5%를 훌쩍 넘어섰고, 당초 목표치인 30%를 웃돌았다. 통계청은 7일까지 인터넷 조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인터넷 조사 참여율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터넷 수준에다 방문조사를 꺼리는 경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조사를 하면 자녀의 봉사시간을 2시간 인정해 주기로 한 것과 관련, 교육열이 남다른 부모가 적극적으로 동참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인터넷 참여율이 높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맞벌이 가구도 많고 1인 가구도 많은 현실에 비춰보면 방문조사가 쉽지 않은 데다 인터넷 조사 참여율이 높을수록 인건비와 인쇄비 등 경비가 절감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센서스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시작됐다. 올해가 18회째이다. 센서스는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5년이나 10년 단위로 하고 있다. 미국은 4월 1일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은 10월 1일 기준으로 센서스를 각각 끝냈다.
대부분의 나라가 센서스를 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번 센서스에서는 제대로 된 다문화정책을 세우기 위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국적과 입국 연도를 조사하고 있다. 센서스 자료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비롯해 복지, 교육, 고용, 주택 등 각 부문의 정책에 활용된다. 전국 1900만 가구의 90%는 19개 항목에 응답하는 전수조사 대상이고, 10%는 50개 항목에 대답하는 표본조사 대상이다. 10~30분간 시간을 내면 정부와 기업, 대학이 대책을 내놓는 데 보탬이 된다. 다소 귀찮더라도 센서스에 적극 참여해 성실한 답변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02화] 생활물가 급등, 인플레심리 차단에 총력 기울여야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고 있어 걱정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4.1%나 뛰면서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8월 2.6%, 9월 3.6%에 이어 상승률이 더 가팔라진 것이다. 국민 살림살이에 주름살을 늘리고 금융당국의 정책 운용에도 부담을 주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목표 범위인 '3.0±1.0%'선마저 넘어선 것은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진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9.4%나 치솟아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다 해도 3%대 초중반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게 한은의 분석이고 보면 앞으로 물가안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와 상품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늘고 있다. 현재 연 2.25% 수준인 기준금리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예금자들의 실질 자산 감소와 자금의 부동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점도 그런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글로벌 환율전쟁'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곧 대규모 2차 양적완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금리인상은 국제부동자금의 유입을 늘리며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짙다. 최근 경기회복 추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점 역시 그런 요인의 하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제 물가 문제는 더이상 방치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을 통해 인플레 심리를 최대한 차단하는 한편 경기동향과 환율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하고도 현명한 금리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102화] 사회공헌 새 모델 SK상생혁신센터
서울대 연구동에 설립된 SK상생혁신센터가 정보기술(IT) 전문인력 양성 및 취업, 중소기업 지원 등에 큰 성과를 거두면서 상생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IT 관련인력 교육과정, 제반 시험장비와 시설을 갖춘 테스트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는 상생혁신센터는 모바일 개발기반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SK그룹이 설립한 교육 및 연구개발 시설이다.
2~10주에 이르는 35개의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개발된 콘텐츠의 시험장비 이용 등이 모두 무료이고 우수 콘텐츠 개발자에게는 창업을 위한 사무실 및 자금까지 지원된다. 이곳은 대학생ㆍ일반인ㆍSK사업파트너 등 모바일IT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SK는 앞으로 소외계층과 장애인에 대한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상생혁신센터는 지난 3월 개설 이래 지금까지 수강생이 모두 2,600여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전문가과정의 경우 수료생의 70%가 취업에 성공했다. 또 테스트센터 이용자는 SK의 사업 파트너 470여명을 포함해 모두 7,400명에 이르고 이들이 출시한 서비스 누계는 10만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콘텐츠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SK의 사업파트너가 되거나 1인 창업에 성공했다. 모바일IT 인력양성을 위한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원 대상에게 자립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소외계층에게 일과성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지식과 기술을 습득시켜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SK로서도 상생혁신센터를 통해 얻는 게 많다.
사내인력의 한계를 넘어 수강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신성장동력이 될 신규 플랫폼 발굴의 기회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SK상생혁신센터는 단순히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상생협력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일방적 지원이 아닌 쌍방향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점에서 생산적인 사회공헌 방식이라 할 수 있다. SK상생혁신센터가 더욱 활성화돼 국내 모바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상생협력을 위한 새로운 역할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이진녕(논설위원)-20101102화] 광우병과 대운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배추 값 폭등을 4대강 탓으로 몰았다. 배추값이 폭등한 것은 이상 기온으로 해발 4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채소의 작황이 아주 나빴기 때문이다. 4대강 둔치의 배추 재배 면적에 대해 정부는 전체의 0.3%라하고, 야당은 10%가 넘는다고 주장하지만 4대강 사업이 배추값 폭등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다. 배추값 폭락이 시작되면서 4대강 사업을 들먹이던 사람들이 머쓱하게 됐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을 격동시키려는 의도였다면 광우병 촛불시위 때의 거짓 선동과 무엇이 다른가.
4대강 사업이 ‘위장된 대운하 건설’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내세우는 근거 중에도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많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구와 구미의 항구도시화 구상’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은 작년 12월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발간한 ‘수변(水邊) 공간·도시 디자인 전략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가 대구와 구미를 ‘항구산업’ 대상 도시로 선정한 것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전초 사업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보고서에 명기된 ‘항구산업’(Port and Industrial Complex)은 영어 표기에서 보듯이 항구도시와 산업도시를 합친 개념으로 부산과 목포 등은 항구도시로, 대구와 구미 등은 산업도시로 분류해 각기 수변 공간을 고려한 도시의 디자인 전략을 언급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항구산업’의 의미를 잘못 파악해 마치 대구와 구미를 항구도시로 만들려는 것인 양 착각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3월 대구·경북지역 업무보고에서 ‘대구는 항구도시다’라고 발언했다는 것을 대구항, 구미항 구상의 근거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포항하고 도로가 뻥 뚫렸는데 (포항의 영일만항을) 대구 항구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대구가 내륙이라고 너무 불리하게만 여기지 말라는 격려성 발언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해명이 아니더라도 대구·구미항 구상이나 대운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지는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을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대형 선박이 운항하는 대운하를 만들려면 수위 조절용 갑문과 터미널의 설치, 강의 직선화, 모든 구간에서 200∼300m의 수로 폭과 6m 이상의 수심 확보, 높이가 낮은 교량들의 교체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계획도 없고, 그렇게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도 않다. 나중에 대운하로 개조하려면 이미 설치된 보의 철거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
광우병 촛불시위 세력은 곡해(曲解)와 아전인수(我田引水), 억지, 거짓말까지 동원해 국제적으로 안정성이 인정된 미국산 쇠고기를 졸지에 광우병 쇠고기로 둔갑시켰다. MBC PD수첩이 선동의 불을 지폈고, 얼치기 전문가들이 나서 여고생들까지 길거리로 끌어냈다. 인터넷은 거짓을 퍼 날랐고, 시민·사회·노동·환경·종교단체들은 투쟁에 나섰다. 야당들은 그들과 어깨동무를 했다. ‘광우병’이 ‘대운하’로 대체됐을 뿐 주장의 허구나 전개되는 양상이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이 닮았다.
한미 쇠고기 협상 주역이었던 민동석 외교부 제2차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촛불시위 사건의 본질은 쇠고기도 언론 자유의 문제도 아닌, 이명박 정부를 향한 증오와 이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의 속내도 환경보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일보 칼럼-전우용의 근대의 사생활/전우용(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연구교수)-20101102화] 비만, 자랑거리에서 조롱거리로
신분제의 역사는 역사시대 전체보다 길지만, 몸에 특별한 표지를 달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귀족들은 신분을 표시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동원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의복과 장신구였다. 옷감의 재질과 색깔, 귀금속과 보석을 사용한 장신구는 신분제 출현 당시부터 보편적으로 이용된 표지였다.
그러나 이런 장식품들은 벗겨내면 그만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족을 욕보이는 가장 흔한 방법은 홀딱 벗겨놓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발가벗은 상태에서도 보통 사람과 구별될 수 있도록 신체에 견고하게 달라붙은 표지를 만들려 애썼다.
인류사의 전 기간을 통해, 평생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보통 사람들은 몸이 부서져라 노동하면서도 대부분의 생애를 굶주림 속에서 보냈다. 그러니 ‘노동하지 않고도 배불리 먹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보다 좋은 표지는 없었다. 뚱뚱한 몸, 햇볕에 그을리지 않은 허여멀건 피부, 못이 박이지 않은 부드러운 손이 귀족의 상징이 됐다. 이런 신체 특징은 후덕·여유·관용 등의 덕목과 연계됐고 깡마른 몸에는 강퍅·조급·비관 등 부정적 이미지가 붙었다. 19세기 말에 소개된 사진도 비만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신문과 책자·엽서 등에 모습을 드러낸 왕족과 귀족, 부호와 고관대작들은 거의 모두 뚱뚱했다.
신분제가 폐지된 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뚱뚱한 몸을 가지려는 대중의 욕망이 고조됐다. 비만을 건강이나 정력과 동일시하는 태도가 확산됐고, 뚱뚱한 몸으로 바꿔준다는 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1920년대 들어 유선형이 새로운 신체 표준으로 등장하고 사회주의자들이 비만을 ‘부르주아적 나태와 탐욕’의 소치로 공격함에 따라 그 욕망이 한풀 꺾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꽤 오랫동안 뚱뚱한 몸에는 희소가치가 남아 있었다.
보릿고개와 더불어 그 희소가치가 사라지기 전까지, 남녀를 차별하기는 했지만 뚱뚱한 몸에도 일부 긍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장이나 장군 역할은 뚱뚱한 배우가 주로 맡았다. 그러나 굶주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자 갑자기 사정이 달라졌다. 80년대 중반 마른 몸으로 만들어 준다는 약들이 대중을 유혹하기 시작했고 뚱뚱한 배우는 게으르고 어리바리한 역할만 맡았다. 오늘날 비만에 붙은 귀족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사람들은 마른 몸을 갖기 위해 굶주림을 마다 않는다.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지식에 콧방귀를 뀌던 사람들이 이제는 지식의 권장치를 멀찍이 뛰어넘는 몸을 만들려고 난리다. 세상을 바꾸는 지식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식뿐인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1102화] 로비의 일반화
지난주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라는 이색 사건이 뉴스가 됐다. 청원경찰법 개정 입법로비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입금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 3명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단체에서 후원금을 받은 여야 의원 33명도 줄줄이 소환될 예정이다. 이들은 청목회에 의해 3등급으로 구분돼 50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후원금을 받고 정년 연장, 보수 인상 등 내용의 법 개정을 도왔다는 것이다. 청목회는 이 돈을 잘게 쪼개 주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되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후원금 10만원 받은 것까지 범죄시하는 건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로비 사건이 눈길을 끄는 건 특수 이익단체가 벌인 희소성에 있다. 2008년 현재 국가기관, 공공단체에 배치된 청원경찰은 1870개소 시설에 1만4893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정년을 59세에서 60세로 늘리고 보수를 약간 늘리도록 법 개정을 하기 위해 돈을 썼고, 그게 주효했는지 개정법은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이 유사한 로비를 벌인 사례는 있었지만 이젠 청원경찰까지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어떤 신문은 ‘국회의원이 청원경찰 푼돈 받고 법 고쳐줬다니’라며 다소 청경을 비하하는 투의 논평을 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시끄러운 태광그룹 로비사건, C&그룹 금융·정치권 로비사건 따위가 기업주의 방만한 사업 확대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라면 청경 로비는 ‘생존형’적 성격이 짙다.
청경까지 불법 로비를 해야 하는 현실은 그만큼 한국사회에 불신과 냉소가 구조화해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헌법은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청원법이 제정돼 법률 등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를 청원할 수 있다. 그러나 청목회가 입법청원보다 불법 로비를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런 정상적 경로보다는 로비가 훨씬 빠르다는 사회적 경험칙이다. 권력, 부, 명예 같은 희소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정칙(正則)이 아니라 부정과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믿은 거다. 이는 정상적 소통 구조가 봉쇄됨으로써 사회적 신뢰의 수준이 낮을수록 정책실행에 큰 비용과 갈등이 초래되고 사회적 통합도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채경옥(뉴스속보부장)-20101102화] 소셜네트워킹, 그 착각과 허상
* "인터넷·모바일 해악, 갈수록 통제 불능", "소셜네트워킹 `부메랑` 현실의 칼날로 되돌아올 수도"
"우리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안다.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어느 정도는 안다.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소셜네트워킹(SNS)에 올린 정보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사생활을 지키고 싶다면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의 에릭 슈밋 CEO(55)는 종종 `인터넷 빅브러더` 답지 않은 발언으로 화제가 되곤 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알아내고, 접근할 수 있게 됐을 때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지금 사회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과 네티즌들은 `인터넷교 교주`인 구글 CEO가 이율배반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당혹해하거나 분개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구글 CEO가 이런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오히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슈밋의 발언은 `인터넷 혹은 SNS에 올려진 정보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 한 그 정보의 부메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메시지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터넷의 외연은 모바일로, 소셜네트워킹으로 확대됐다. 은둔의 작가 이외수 씨가 김연아보다 더 많은 40만명의 트위터 폴로어를 거느리며 졸지에 `어른돌`로 등극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미니홈피 누적방문자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7월부터 시작한 트위터 폴로어는 6만명에 근접했다.
한 증권사 CEO는 출근 후 1시간가량을 페이스북에 할애한다. `당신이 아는 누구와 같이 아는 누군가`라는 이유로 매일 2~3명씩 이어지는 `친구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워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2000명까지 늘어난 상태. `친구들`한테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남기려면 1시간도 부족하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 같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끼리 채팅을 권장하는 앱도 부지기수.
스마트폰에 단순히 같이 이름이 저장돼 있다는 이유로 `친구`라고 뜨고 친구가 아니라고 `차단`하자니 상대가 혹여 알고 서운해 할까 망설여진다. 폴로어가 됐다고 해서 박근혜 의원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리 없다. 그런데도 단순 폴로잉만으로 박용만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하고 `잘 알고 친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게 소셜네트워킹이다. 여기까지는 다소 번거롭고 허장성세일망정 그나마 순기능에 속한다.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대방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오빠 믿지` 앱 등의 `스마트 전자족쇄`들은 보다 교묘한 형태로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남제자와 여교사의 신상정보가 순식간에 전 포털의 검색순위 상위로 떠오르는 일 같은 것은 일상 다반사다. 구글, 네이버 등 포털 검색창에 `섹스(Sex)` 한 단어만 치면 6~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야동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게 인터넷 유토피아의 진짜 얼굴이다. 네트워크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 사회에서 디지털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제1 원칙은 `전화로 백 번 통화하는 것보다 한 번 가서 얼굴을 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인터넷, 이메일, 메신저, 채팅, 문자, 모바일 채팅 등 `얼굴을 굳이 마주 대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는 수단들이 늘면서 일견 자신의 온ㆍ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우주적으로 확대되는 듯 느낄지 모르겠으나 단언컨대 그것들은 허상이다. `친구`라는 착각 속에 헤매면서 정작 현실의 친구를 잃어간다. 인터넷에 매몰된 10대 아이들은 현실에서 `친구`가 되는 법을 아예 잊어버렸다.
전직 장관인 한 CEO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2000개 정도인데 그중에서 진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이 채 안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짧은 가을, 슈밋의 조언대로 `컴퓨터도 끄고 휴대폰도 끄고 주위의 인간적인 것들을 발견`해야 할 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