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트갤러리 박혜원 관장
“오래된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좋아요.”
회사를 다니며 미국에 2년 동안 파견 근무를 나갔던 것이 박혜원 관장이 빈티지 가구 컬렉터가 된 계기다. 그곳에 사는 지인들의 집에 놀러 갈 기회가 종종 있었던 그녀는 집마다 가족의 역사를 함께하는 가구, 그중에서도 나무 가구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
“오래된 나무는 저에게 특별한 느낌을 줘요. 아버지가 건축가이자 건설업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어렸을 때 가지고 논 것들이 못이나 망치, 나무 같은 것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나무에 대해서 어린 시절의 향수나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수집한 가구들 중 최고는 티크와 로즈우드 소재의 나무 가구들이에요.이런 가구는 나무 자체가 가진 색이나 결을 그대로 살리기만 해도 아름답기 때문에 요란스러운 디테일이 없어요.”
그녀의 컬렉션은 주로 덴마크 빈티지가 주를 이룬다. 대량생산을 미덕으로 삼는 산업혁명의 여파가 덜 미친 덴마크는 손 기술 좋은 장인들이 오래도록 일을 하기 때문에 여전히 디자인 강국으로 영향력을 미친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절정을 이루며 생산된 가구들은 여전히 디자인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좋은 나무로 만들어져 보존이 잘되고 있어 빈티지 가구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욕심내는 가구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각별하게 수집하는 가구는 의자다. 의자는 예술과 과학이 만나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구이자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1. 그녀의 컬렉션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핀 율 디자이너의 53번 라운지체어. 당대 최고의 가구 장인이었던 닐스 보더가 만든 의자인데 생산 연도를 이름으로 붙였다. 이 의자는 패브릭의 컬러뿐 아니라 팔걸이에 사용된 디테일들이 눈에 띈다. 날렵하면서도 살짝 위로 솟은 디자인과 의도를 알 순 없지만 살짝 파인 홈의 디테일이 멋스럽다. 이 의자가 너무 가지고 싶어 한 달 치 월급 전부를 의자 구입에 사용했다고.
2. Axel Einar Hjorth의 Utoe 벤치. 처음으로 북유럽을 여행했을 때 스웨덴에서 구입한 벤치다. 원목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지 나카시마의 벤치를 정말 갖고 싶었는데 그것과 느낌이 정말 비슷했다. 심지어 디자인 연도는 조지 나카시마보다 20년 앞선 1930년. 그 당시에 저렇게 여백이 있는 디자인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래서 구입했고 절대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수집품 중 하나다.
써카1950 스튜디오 김성태 대표
“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쓴 만큼 낡고 기능에 충실한 빈티지는 오래도록 두고 봐도 질리는 법이 없죠.”
온갖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한 써카1950 스튜디오의 김성태 대표는 의류 사업을 하면서 빈티지의 매력에 빠졌다. 매장 인테리어에 빈티지 가구나 소품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컬렉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창고에 가득해진 물건들을 썩혀두는 것보다 스튜디오를 만들어 컬렉션 디스플레이도 해두고 여러모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 써카1950 스튜디오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배경이다.
스튜디오를 꾸미며 본인도 컬렉션이이렇게 많은 것에 놀랐단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빈티지 컬렉션이기 때문에 판매할 생각은 없지만 이걸 계속 모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빈티지만 보면 절로 눈이 가게 된다는 김성태대표. 그가 수집하는 제품 중 가장 다양한 라인을 자랑하는 것은 조명이다.
아무래도 매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가구만으로는 공간을 꾸미는 데 한계가 있다. 빛이 들어가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에 조명 중에서도 펜던트나 스탠드가 가장 많다. 최근에는 폴란드 같은 동유럽 국가의 조명에도 눈이 간다고 말했다.
빈티지 페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데다 디자인에 유려한 맛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철저히 기능에 충실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그러고 보니 김성태 대표의 컬렉션은 인더스트리얼 가구가 유독 많다.
“산업혁명을 통해 스틸이대량생산됐고 공장 근로자들이 필요를 위해 기능에 집중해 만든 가구들이 많아요. 남자라서 그런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나무보다는 이런 것들이 처음에는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요즘의 물건들은 디테일이 강하고 외관에 치중하다 보니 기능적인 면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에 반해 저의 빈티지 컬렉션은 철저하게 기능에 충실한 것들이 많아요. 딱봐도 엄청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죠. 그게 디자인적으로 멋이 떨어질지 몰라도 저는 이런 것들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
우리는 이사를 계획하면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꼭 이사가 아니더라도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가 말하는 빈티지의 매력은 쓴 만큼 낡아 있고 살아 있는 흔적이 묻어 있는 것, 그래서 오래도록 두고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편안함이다.
철저히 기능에 충실한 동유럽의 빈티지 조명들을 모아놓은 써카1950 스튜디오의 A룸에서는 김성태 대표의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조명들을 만날 수 있다. 철저히 기능에 충실한 동유럽의 빈티지 조명들은 투박한 디자인과 단단한 소재로, 높낮이를 달리해 모아두니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된 듯하다.(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