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튼 성범죄 피의자 신상공개…'갓갓'도 잡히면 공개될까"그간 강력범죄 피의자만 공개…성범죄자도 범주에 포함된 것"
성폭법 적용 첫 공개 '박사'…"성범죄자 신상공개 늘어날 것"(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20-03-25 11:28 송고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박사방'의 운영진 '박사' 조주빈(25)의 얼굴이 25일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서는 첫 사례다.
이에 '박사방'보다 앞서 텔레그램에서 음란 영상을 퍼트린 'n번방'의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 등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신상공개도 가능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갓갓'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씨의 신상공개를 시작으로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의 신상공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피의자 신상공개는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자만 공개해왔던 관행이 있었지만, 성범죄 피의자 또한 이 범주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해서 이번 조씨의 신상공개가 수사당국의 신상공개 범주에 성범죄도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수사당국은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보는 관습 같은 것이 있었다"며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언제든지 잠정적으로 피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불안감 등도 고려했어야 하는데, 수사당국만 알고 덮어야 하는 사건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텔레그램이 아니더라도 소라넷 등 다른 플랫폼에서는 아직도 비슷한 범죄가 주소를 옮겨가면서도 성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 신상을 공개하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아울러 아직 경찰의 수사 중인 '갓갓'이나 다른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형평성 차원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씨의 공개 이전에 성범죄 피의자들이 법적으로 신상공개가 가능함에도 공개된 사례가 없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은 피의자 가족들의 2차 피해나 피의자 인권 등을 고려한 배려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공공의 이익이나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신상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주빈의 신상공개는 국민적인 여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외국사례나 국민들의 엄벌주의 감정을 고려하면 (성범죄 피의자들의) 신상공개는 늘어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같은 성범죄자 피의자에 대해) 어떤 사람은 신상공개를 하고 어떤 사람은 하지 않으면 되겠느냐"며 "앞으로는 사회적 비난 여론이 크게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선 무조건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이번 조씨의 신상공개를 계기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전에도 법만 놓고 보면 조씨보다 형량이 많이 나올 성범죄자들도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경찰이 임의적 잣대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신상공개의 기준에 대해 논쟁을 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씨는 이날 오전 8시쯤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종로경찰서 1층 로비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주색 상의를 입고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과 함께 1층 로비에 등장한 조씨는 머리칼이 눈을 가리지는 않아 얼굴 정면이 모두 공개될 수 있었다. 또 목 보호대를 착용해 고개를 숙일 수가 없던 탓에 얼굴 정면이 거의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됐다 .
앞머리에 반창고를 붙인 채 포토라인 앞에 선 조씨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손석희 사장, 윤장현 시장, 김웅 기자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조씨는 호송차에 탑승할 때까지 추가 언급 없이 시종일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다소 체념한 듯한 표정이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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