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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크(hitchhike) | |
시카고공항에서 칼테지로 가는 길 겨울철, 칠흑 같은 자정, 인가도 없는 넓은 들, 한 복판에서 차량고장으로 떨고 있을 때 지나가던 차가 스스로 멈추고 함께 고생을 하다가 너무 큰 고장이었기에 멀리 가서 경찰과 견인차를 불러와 도와주었던 사람, 20여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차를 향해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팔을 내민다. “히치하이크” 차를 세워주는 확률은 느낌으로 0.1% 미만인 것 같다. 가뭄에 콩 나듯 뜸한 마을버스, 기다릴 수 없어서 십리 길을 보통 걷는다. 고갯길 오르고, 내리고, 돌고 돌아 인도가 따로 없는 길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논두렁으로 비켜 서가며 십리 길을 걷다보면 아무리 추운 날도 속옷이 젖는다. 마지막 집에 올라오는 코스는 황소걸음, 주저앉고 싶다.
며칠 전, 간단한 검진을 받으려고 아침을 굶고, 혹시나 0.1%의 기대, 역시나, 십리길을 걸어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나가 종합병원에서 덤터기를 썼다. “암시랑치도않소!” 라고 했지만 나이가 있으니 자각증상이 없어도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보라며 상당히 능숙한 겁(?)을 준다. 이곳저곳, 모든 검사를 마치고 |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데 지방에 있던 간도 도시에 와있고 사오십대 못지않게 정상이란다. 속주머니까지 털리고 나니 의사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모두 정상이라니 기쁘기도 하고 택시비를 벌어 집사람 좋아하는 과일 오천 원어치를 사들고(역사적인 사건) 그 먼 거리를 걸어왔다.
오가는 길, 거의 세 시간을 걸으며 지난 칠십 인생길을 돌아보았다. 주님께서 무임승차를 시켜 주셨기에 노숙해본 일 없고, 걸식해본 일 없고, 헐벗어본 일 없고, 자녀들 학업 중단한 일 없고, 병원에 누워있는 일 없고, 오대양육대주 활보하며 골백번 죽을 고비 털끝 하나 상하지 않고 이렇게 건재하게 하시니 그 은혜 고맙고 감사하지 않는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5, 7)
구원열차 몰고 오셔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태워주신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감사하자!
성탄절에 말씀을 묵상하며(에스겔33장) 김윤식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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