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인가? 관광여행인가?
기독교계에 언제부터인지 성지순례가 하느님을 믿는 성도(聖徒)라면 한번쯤 꼭 다녀
와야하는 신앙인의 소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 춥고 배고픔에 시달리던 시절에는 성지순례란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일부 여행사의 홍보와 일부 개신교의 적극 권장으로
지금은 거의 상시화, 보편화 되었다.
그야말로 어중이떠중이 성지순례에 참여하면서 성지순례객이 많은 것을 교회의
자랑거리로 삼는다.
최근에는 성지순례 비용이 생활수준에 비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자 일부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는 일정 인원을 모아 오면 목사 1명은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성지순례를 전문으로하는 K여행사 관계자는 “15명 이상 되면 인솔자 1명에게 공짜
티켓이 나오는데 그 티켓은 목사님 것이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서
수속할 때까지 목사님이 대신 인솔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 진흥법에는 해외여행에 인솔자 자격증이 없는 목사가 신도들을 데리고
성지순례에 나서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성지순례 전문 L여행사는 “교회 쪽에서 30명이상 모으면 목사님은 무료로
보내주며 안전을 위하여 자격이 있는 인솔자를 붙여 준다.”고 말했다.
1인당 비용은 보통 300만 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좋은 조건 때문인지 일부 목사들은 자기 교회 신도들 대상으로 성지순례객을
모으는데 열을 올린다고 한다.
서울시내 한 중견 교회에 다니는 이모(60)씨는
“교회 부목사들이 성지순례객을 열성적으로 모집하는데 경제 형편이 좋은 신도들은
경쟁적으로 참여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신도들은 참여도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신앙심을 이용한 지나친 종교 마케팅 행태를 비판한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모씨는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해외선교는 피선교자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없고 중년
이상이 가는 성지순례는 관광여행을 가는 기분에 가깝다.
주로 교회에서는 교인들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다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성경에서는 신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데 성지를 가정해놓고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신앙을 퇴행시킬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성지순례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새롭게 정립 할 시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성스러운 땅을 둘러보고 또 예수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믿음을 증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성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그리고 관광하는 마음으로 다니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테러 사고도 무방비 상태에서 일어난 비극이지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차분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믿음의 증거인 성지를 답사한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아마도 무분별한 성지순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 담아 온 글-
Amazing grace - Judy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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