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권 2소설집 『허방다리』 발간
소설가 김동권 작가의 2번째 소설집 『허방다리』가 ‘문학사랑 소설선 43번’으로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되었다. 작가 김동권은 1970년대에 한국문인협회 충남지회 사무국장으로 오랜기간 봉사한 소설가이다.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충남 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며 글을 썼다. 1965년 ‘대한일보’ 신춘콩트에 ‘보복의 편지’가 당선되어 문명을 날리기 시작하였으며, 후일 ‘시와의식’(문예한국)의 신인상에 당선되어 다시금 등단 과정을 밟은 분이다.
이 소설에는 금이, 비나이, 허방다리, 머나먼 사막, 돌아온 외출, 김민웅의 연애론, 오비이락, 송아지, 말이 씨 된다, 봉변, 악몽의 여인, 첫 사랑, 첫 만남, 이웃집 여인, 파경, 화투와 전화기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소시민들의 애환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으리라 기대하는 단편소설집이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부대끼고 갈등을 겪고 더불어 인생을 가꾸면서 살다보면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성립되고 여러 가지 일들이 가슴 깊숙이 다가온다.>고 밝히는데, 이런 삶의 투영이 소설로 형상화되어 있다.
* 서평
<不惑의 나이를 지내고서 등단한 작가답게 金東權의 창작세계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투철한 洞察과 고달픈 사람들을 끌어안은 包容이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1989년 “詩와 意識(지금의 文藝韓國)”(겨울호)신인상에 당선한 단편소설 [琴伊]에서부터 나타난다.>
<역사적인 사건과 맞물린 또 하나의 작품이 바로 [비나이]이다. 이 단편소설의 주인공은 출생부터가 피비린내 나는 저 6·25 동란의 산물인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끈다. 남편의 부재중에 난리를 만나, 한 인민군에게 능욕당한 여인의 몸에 잉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목격한 남편이 그 포악한 인민군을 다시 그 남편은 보복 살해되는 악순환을 겪는 한편, 정신적 발육 미숙의 몸으로 태어났다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어머니가 자살하는 바람에 정처 없이 떠돌아 다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한편, 비록 역사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문제적 사태에 직면하여 타락하기 쉬운 불행한 인간의 약점을 얄밉도록 통찰하여 인간 심리의 깊이를 정확하게 드러내 보인 작품에 단편 [허방다리]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점과 행운의 虛像과 불행의 實像사이에 벌어지는 落差의 크기에서 憑虛의 [운수 좋은 날]에 비길 수 있는 이 작품은, ‘함정(陷穽)’의 뜻이 題名 또한 의미심장하다.>
<金東權의 작품에는 ‘夫婦學’이라고 일컬을 만한, 한 쌍의 청춘남녀들의 교제와 사랑과 결합을 다룬 작품들이 또 하나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큰 무게로 다가온다. 우선 그의 작품에는 “詩經”의 ‘君子好迷’처럼 평생의 伴侶이자 分身인 제 짝을 찾는 노력이 진지하게 전개되어 나가고, 그러기에 곧잘 실패로 끝나고 마는데, 그러한 실례가 단편 <머나 먼 사막(沙漠)>이다. ‘권일’이라고 불리는 ‘나’는 ‘예쁜 마누라 얻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곰곰이 새겨 보며 짝을 구하고자 여러 차례 선을 보아 오는데, 다른 여성은 사람들의 결혼관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신규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