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선생이 타계하기 9개월 전인 2012년 5월 자신의 서재에서 사진집 '인간가족'을 들고 본지 취재팀과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 선생의 서너 평 서재는 책으로 가득하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서재와 골방 창고에 들어찬
1만 권의 책
정규 학력이라곤 초등졸업이 다인 그가
다큐사진의 거장이 된 힘의 근원이
바로 그 방이다
간접 체험으로 세상을 알아가고
평생 사진을 찍으며 운명에 맞선
최민식은
그가 사랑하는 의지의 음악가
베토벤과도 닮아있었다
최민식 선생을 다큐 사진의 거장으로만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부하는 인간, 호모아카데미쿠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진작가인 줄만 알았더니 못 말릴 독서가에 클래식 전문가다.
사진집을 포함한 36권의 저서를 남겼다.
"평생을 책 읽고 음악 듣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살았다"고
미망인 박정남(81) 여사는 선생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그는 집을 나서면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로, 서재에서는 '책을 든 사진작가'로 살았던 것이다.
■ 세 평짜리 서재는 '최민식의 천국'
기자는 10차례 넘게 최민식 선생 댁을 방문했다.
기자가 연재한 '산복도로 리포트' 취재목적으로 선생의 댁을
찾은 것이다.
다큐 사진의 거장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존경심과 경외심이 더욱 깊어져 발걸음이 잦아졌다.
최 선생의 서재에서 받았던 경이로움과 감개무량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서너 평 될까, 선생의 서재는 책상 하나가 간신히 들어앉았을 뿐 사방이 온통 서적으로 가득찼다.
서재 출입문 맞은편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재 절반크기의 골방이 있고, 그 골방과 맞닿은
서너 평 규모의 창고가 있다.
그 공간에도 온통 서적으로 빈틈이 없을 정도다.
서재와 골방, 창고에 있는 장서가 1만 권.
'작은 영광도서'이자 '미니 교보문고'라는 말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세월에 노랗게 전 일본책부터 근년에 출간된 신간까지.
소설에서 철학, 시, 사회학, 역사, 심리, 미학, 음악, 사진집까지.
출간 연도도 장르도 가히 전방위적인 책들이 꽂혀 있다.
손닿는대로 한 권을 빼내본다.
손때가 가득한 책 곳곳에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독일의 격언 하나를 소개하죠. 한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서재를 보고, 친구를 보고, 부모를 봐라고 했죠."
선생의 독서예찬은 이어진다.
"사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물어요. '선생님 사진은 와 닿는 것이 있는데 우리 사진에는 왜 그런 것이 없습니까'하고. 나는 '체험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하지요. '그럼 체험이 없으면 사진 못 찍겠네요'하고 되묻지요. 그때마다 간접체험을 하라고 해요. 직접체험은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시공간을 뛰어넘는 간접체험은 독서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창작의 산실'인 세 평짜리 서재를 최 선생은 아끼고 자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생의 손때 묻은 책들이 서가와 바닥에 겹쳐놓인 방은 더는 좁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거기서 최 선생이 경험한 감동과 전율이 방 안에 견고하고 그윽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었다. 자갈치가 선생의 영원한 작품 무대였다면 이 자그마한 서재는 '최민식의 천국'이었던 것이다.
정규 학력이라곤 초등학교 졸업뿐인 그가 세계가 주목하는 '다큐 사진의 거장' 반열에 오른 근원적인 힘은 바로 이 서재에서 나왔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나를 키운 건 8할이 베토벤 선생이야
최 선생의 서재를 가득 채운 책만큼이나 놀라운 건 서가의 한 켠을 차지한 엘피(LP)판과 음악시디(CD)다.
책 사이에 숨기듯 들어앉은 30년이 넘은 낡은 전축과 앰프.
최 선생의 장남 유도(60) 씨는 엘피판이 1000장쯤 되고 음악시디(CD)가 500장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최 선생의 서가에는 베토벤 관련 서적만 20권이 넘는다. 누렇게 변색된 일본어판도 보인다. 운명을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와 환희를 담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운명 교향곡은 나를 위해 작곡한 것처럼 생각돼. 베토벤이 서른 여섯살 때 귀가 멀었어. 그가 남긴 760곡 중 귀가 먹은 후에 작곡한 것이 83%나 돼." 그는 베토벤을 통해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런 최 선생과 베토벤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최 선생은 베토벤에 심취하면서 그의 교향곡이 9번까지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1957년 일본에서 귀국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은 지 11년 만인 1968년에야 처음 '인간(HUMAN)' 1집을 냈다. 그는 이 '인간' 시리즈를 10집까지 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뛰어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부단히 찍고 계속해서 사진집으로 엮었다. 1999년, 그가 목표로 했던 '인간' 10집이 나왔으며, 2010년 '인간' 14집이 출간됐다.
그의 서재엔 베토벤이 촛불을 켠 채 지휘하고 있는 그림이 액자에 담겨 있다. 그가 베토벤 서적에서 본 작은 그림을 3일에 걸쳐 따라 그린 것이다. 베토벤의 사인까지 그대로 표현했다. 베토벤에 대한 최 선생의 한없는 존경과 애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시련과 좌절 속에서 자기 예술을 꽃피운 베토벤이 바로 그의 예술의 모델이 되었다.
지난 2월 최 선생의 타계로 '인간' 시리즈는 14집으로 멈췄다. 하지만 최 선생이 한 장 한 장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엮은 '인간 교향곡'의 울림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선생 작품의 'BUSAN' 표식은 부산의 귀한 콘텐츠
■ 이언오 부발연 원장 인터뷰
이언오(사진) 부산발전연구원장은 한국 다큐사진의 거장인 최민식 선생의 작가정신과 예술혼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원장은 2011년 4월 부산발전연구원으로 최 선생을 초청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갖기도 했다.
- '부산'과 호흡하며 55년 외길 인생을 산 최 선생을 만나서 대화하고 느낀 점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같은 신념을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최 선생의 사진인생은 돈이 되거나 그렇다고 명예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희생시키며 10년, 20년도 아닌 타계하시기 직전까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는 것은 높은 경지의 신념이 아니고서는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그런 신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최 선생의 작품활동의 원천이 무엇일까 늘 궁금했다. 지난 8월 최 선생의 집을 찾아 서재를 보고 그 비밀의 일부가 풀렸다. 최 선생의 방안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창고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책을 보고 최 선생의 신념과 작품의 원천이 책과 독서, 공부였음을 알게됐다.
서가에 꽂힌 책의 제목을 눈여겨봤다. 사진관련 책이 많았지만 철학 종교 문학 예술(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 대한 방대한 독서량에 새삼 놀랐다.
- 최 선생은 일생 동안 30권이 넘는 사진집과 사진 관련 에세이를 출간했다. 주로 사진집이지만 선생이 펴낸 책들은 그것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선생의 사진이 실린 사진집은 선생의 작품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선생의 사진과 글이 담긴 포토 에세이집은 또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선생의 철학과 예술혼이 녹아있다고나 할까. 선생의 55년 사진 외길 인생을 스스로 기록한 포토에세이집은 어쩌면 이 세상에 남긴 선생의 제2의 작품이다.
-최 선생은 이미 타계했다. 최민식 사진상도 제정되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다.
▶최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것은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부산을 그토록 사랑하며 일생 동안 작품활동을 한 예술가는 흔치 않다. 선생의 작품에 붙은 '부산(BUSAN)'이라는 표식이 바로 부산의 콘텐츠다. 이제 부산이 최선생을 기억하는 일에 나설 때이다.
※ 공동기획: 재단법인 협성문화재단,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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