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정답 없는 모순을 껴안는 법]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서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머니는 가난과 술에 취한 남편의 폭력 속에서도 시장 장사를 하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버텨내고, 이모는 부유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평탄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남들 눈에는 부족함 없어 보이던 이모는 어느 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모가 남긴 편지에는 역설적이게도,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어머니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누군가의 삶을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밖에서 함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도 삶의 선택이 지닌 역설을 보여준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버리고 가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림을 향한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좇는다. 그러나 그 길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작품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열망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서로 다르면서도 맞닿아 있다. 인생에는 완벽한 정답도,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정된 삶에는 평온함이 있지만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고, 변화와 열정을 선택하면 가슴은 뛰지만 불안과 시련이 뒤따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빛과 그늘은 함께한다.
《모순》의 안진진 역시 사랑에 이끌리는 김장우 대신 안정된 삶을 기대할 수 있는 나영규를 선택한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선택인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안진진의 선택은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며 그 의미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오스카 와일드는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에서 한 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비극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는 일조차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이 역설은 인간의 욕망과 행복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기대하던 것을 손에 넣어도 만족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 속에서도 공허함은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 남들의 삶이 완벽해 보인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내 삶의 그늘을 지레 불행이라 단정할 필요는 없다. 화려해 보이는 삶에도 저마다의 결핍이 있고, 시련 속에서도 뜻밖의 생명력이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모순에 정답을 내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삶의 빛뿐 아니라 그늘까지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이다.
오늘 내 삶에 찾아온 불안과 어려움을 무조건 긍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 때문에 내 삶 전체를 실패나 불행으로 단정하지는 말자.
삶의 모순을 모두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며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수많은 모순 속에서도 나 자신으로 바로 서는 길이다.
- 모셔온 글 -
첫댓글 矛盾
삶의 카다르시스 .🙏
그럼에도
두가지다...
안정된삶을 원하면서도
또다른 꿈을 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