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벨룽의 노래>
-아우구스테 레히너 지음/김은애 譯/(주)문학과지성사 2017년판/439page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가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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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을 부각시킬 영웅이 도처에 필요했다. 게르만 민족의 순 혈통주의를 부각시키며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유럽에서 독일의 ‘제3제국’ 통치의 명분을 쌓기 위함이었다.
<니벨룽의 노래>는 게르만족 영웅인 ‘지크프리트’의 활약상을 다룬 구전문학이다. 게르만 민족내부에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영웅 신화로 ‘히틀러’는 이 작품을 독일 내부에 대대적으로 선전케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가 ‘바그너’를 통해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탄생케 함으로서 독일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주의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이 작품 <니벨룽의 노래>를 구전문학 작품으로부터 다시 풀어서 발표한 시기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난 직후였다.
당시 독일 사회 분위기는 히틀러가 강조했던 ‘민족 정체성 확립’이라는 나치 정권의 이념과 결별하고 오히려 나치정권이 말살하려고 했던 현대 전위예술 등을 되살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작가의 <니벨룽의 노래>는 자칫 나치를 옹호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고대나 중세의 신화와 전설들은 마치 유행이 지나간 듯 외면 받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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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한 왕국의 왕자로 태어난 지크프리트는 어릴 때부터 그를 제대로 가르칠 선생이 없을 정도로 망나니였다. 그런 그는 애초 어릴 때부터 영웅적 면모를 타고났던 것으로, 아버지 지그문트 왕이 그를 대장장이에게 교육을 전담시킬 때부터 이미 자신의 갈 길을 정해놓고 저만치 앞서갔는데, 그것은 바로 왕국의 최대의 적인 ‘숲속의 용’을 찾아 처단하는 것이었다.
지크프리트 왕자는 결국 ‘숲속의 용’이라는 괴물을 만나 처단함으로서 ‘왕국의 구원자’임과 동시에 장차 왕국의 후계자로서 ‘영웅’으로 일반 백성들에게 떠받들어진다.
그는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고 드넓은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여행을 나서며 여러 가지 화려하고 다양한 경험 속으로 빠져든다. 니벨룽 왕국에 들어서서는 수많은 진귀한 보물과 왕국을 손에 넣고, 아이슬란드에 가서는 힘을 겨뤄 신랑을 구하는 여왕 ‘브룬힐트’를 만나 자웅을 겨루고, 부르군트 왕국에 이르러서는 아름다운 신부감 ‘크림힐트’를 만나 결혼에 성공함으로서 세상 모든 것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지크프리트’도 영웅으로 변모 당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처럼 치명적 약점이 경쟁자들에게 노출되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놓고 그의 아내 ‘크림힐트’가 복수를 하는 과정이 후반에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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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최근 게임과 소설, 동화 등에서 들불처럼 유행하는 환타지적 소설 요소들이 1950년 당시 일찌감치 등장하여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숲속에 자리 잡아 주변의 농민들을 습격해 산 채로 먹어치우는 ‘용‘의 존재, ‘니벨룽 왕국’의 보물을 캐고 가공하며 지하에서 살아가는 난장이들, 이들을 왕국 입구에서 지키는 거인들, 가운을 덮어쓰면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동시에 열두 명의 힘을 가지게 하는 망토, 천하의 명검 ‘발뭉’ 등의 제재는 최근 전 세계 서점가를 강타한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호빗> 등을 유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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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레히너는 원작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을 배제하고 청소년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내용들로 일부 각색하였는데, 한 번 손에 잡으면 거의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의 매력이 책의 전반부를 감싸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 레히너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인간 정신력의 위대함과 시간을 아우러는 여러 숭고한 가치들, 즉. 인간 상호간의 사랑과 신뢰, 충성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는 용기 등이다. 이런 미덕은 수천 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것으로서 고전만이 전해줄 수 있는 가치들이다.
그 외에도 인간 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기 위해 맡게 되는 여러 역할에 대한 모델들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훌륭한 장수나, 보초병, 전령 등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데 작가는 이런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또 변화시키고자 했다.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