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산행 후기
재경15회 청원산악회의 2010년 첫 산행으로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남한산성을 다녀왔다. 새 해의 첫 산행이어서 그런지 새벽 일찍 눈이 떠 지더니 산행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레었다. 이 나이에도 매일 이렇게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일어난다면 나의 인생은 정말 행복하지 아니한가?
마천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한국체육대학을 거치게 되었는데 한국체육대학 출신으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 그리고 은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의 활약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박이 걸려 있었다. 하계 올림픽에 비하여 생소하였던 동계 올림픽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매우 부진하여 1992년 프랑스의 알베르빌에서 열렸던 제16회 대회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메달을 따기 시작하였는데 18년이 지난 올해엔 금메달 6개는 무난할 것 같으며 순위도 10위 이내는 물론 5위권도 넘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 비약적인 발전이 아닌가? 정말로 가슴이 뭉클할 만큼 감개무량하였다.
국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본이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경제가 침체하더니 도요타 사태 등으로 난국이 심화될 뿐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과 이미 1972년 삿포로에서 제 11회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였고, 1998년 나가노에서 두번째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였던 동계 스포츠의 아시아 최강자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도 금메달 하나 따지 못하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신속하게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한 데 이어, 미국발 금유 위기로 야기된 최근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까지도 불과 1년만에 극복하였고,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선전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발전과 역동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가슴 뿌듯하였다. 온 국민의 여망대로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일본 선수들을 누르고 대망의 금메달을 따고 이것이 우리나라 전 국민의 사기 앙양시키고 우리의 국력을 모아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올림픽 공원역에서 마천행 지하철을 타자마자 몇 명을 있을 것 같은 그리운 친구들을 찿아 헤메었다. 생각보다 우리 친구들이 없었고 맨 마지막 칸에 가서야 심운섭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뻔히 만날 줄 알았으면서도 뜻 밖에 만난 것처럼 헐리우드 액션을 취해가며 반갑게 악수하였다 헐리우드 액션이 지나치지 않고 반갑고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여유가 생겨서일까? 마천역에서 만난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마치 월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옛 친구를 만난 듯 어떤 이는 손을 크게 흔들고 어떤 이는 가슴을 껴 안고 역시 헐리우드 액션이다.
산행 코스는 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에서 만나서 특전사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좌회전하여등산로 3거리, 청운사, 호국지사, 유일천약수터, 일장천 약수터, 남한천 약수터를 거쳐서 서문으로 향하는 약 2Km의 매우 완만한 오르막길로서 쉬엄쉬엄 가더라도 약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편안한 거리였다. 급경사가 전혀 없이 경사가 완만할 뿐만 아니라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어서 북한산 등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나도 무리없이 앞장서서 완주할 수 있는 코스였다. 오랜 추위를 견딘 탓인지 영상 6도의 온도도 매우 포근함을 주는 산행에 알맞을 날씨였다. 마지막에 남한산성의 성벽을 따라 약 20분 정도 걸어서 서문에 도착하였는데 잘 축조된 성벽을 보면서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청나라 침략군에 항전하다가 결국은 치욕적인 항복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조상들이 생각이 났다.
우리가 어려서 배운 역사는 일제의 시각에서 본 식민사관에 근거하였기 때문에 사대주의적인 그리고 왕조 중심의 시각에서 해석하였다고 생각한다. 병자호란만 하여도 오랑케에게 항복할 수 없다고 결사항전을 외쳤지만, 이미 몰락하여가던 명나라에서 원군이 올리 만무하고 그 당시 잘 훈련된 정예병을 지휘하였다는 임경업 장군이 적의 배후를 치는 것도 아니고, 임금님이 추위에 고립되어 항전하고 있건만 아군 구원병은 오는지 안 오는지 소식이 감감하고 강화도는 함락되어 불모로 잡힌 왕자들이 살려다라고 애원하는데 식량까지 떨어지고 어떻게 버티겠는가? 요사이 케이블 티브이로 중국 사극을 보는데 명나라는
망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청나라의 누르하치나 황태극은 정말 훌륭한 지도자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선조들은 특히 인조시대 때 정권을 잡았던 서인들은 사대주의에 눈이 멀어서 망해가는 명나라만 쳐다보았지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너무나 몰랐던 것 같다. 불과 40여년 전에 임진왜란의 참상을 겪었으면서도 국방을 튼튼하게 하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에는 정조시대에 실학의 기운이 움텄던 것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쇠락해가는 우리의 옛 조상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암울한 조선 후기의 역사에 비하여 우리 세대가 일선에서 뛴 대한민국의 지난 50년은 그야말로 지난 5,000년의 역사의 발전을 능가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우리 세대의 성적표가 확실하게 결론 난 오늘날도 참교육을 시킨다며 어린 학생들을 빨찌산 추모제에 데려가고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국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인가 우리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버섯인가 아니면 시대의 이단아들인가?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역시 산행을 마치고 모여 앉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걸치며 우리의 무용담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서문에서 로타리 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 내려와 청와정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 용봉탕이 전문이라는 이 식당에서 백숙을 용봉탕이라 생각하며 만끽하였다. 원래 유명한 맛 집이기도 하였지만 백숙이 더욱 맛 있었던 것은 역시 식사중 들려온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금메달 소식이었다. 남자 쇼트 트랙 1,000미터에서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어호석 선수가 은메달까지 땃으니 좌중은 금방 올림픽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냈다니 앞에 않은 친구들이 모두 자랑스러워 보였다. 자랑스러운 친구들, 정말 수고했네 자네들이 노력한 덕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거야.
자랑스러운 친구들.
오늘 산행은 정말 즐거웠네 그리고 다음 산행은 졸업 4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의 모교가 있는 대전의 식장산을 오른다고 하니 더욱 뜻 깊은 모임이 아니겠는가? 모두들 그날만은 꼭 참석하여 즐거움을 두 배로 나누세. 날짜는 5월 1일이라고 하네
그리고 댓 글 좀 많이 달아주면 고맙겠네
남한산성 산행에 참석한 친구들
이충재 차주인 김희천 박성규 서남택, 와길(아드레바이잔 대사관에 근무하는 우리의 명예 회원)부부, 이상휘, 황희성, 박범하, 김영권, 겸헌식, 강용덕, 정창윤, 심운섭, 이건선, 홍성열, 성기홍(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완주한 자랑스러운 친구), 유재봉, 조현갑, 박대서 이태상 이상 22명
첫댓글 박학다식한 글솜씨네. 잘읽었고 수고하셨네
경제공부, 역사공부를 겸한 멋진산행기 잘보고가네
남한산성 가던 날
아침 기상에서 부터 그리운 친구들을 만나 등산을 하게 될 설레임,
요즈음 이슈인 동계 올림픽 이야기,
남한산성에 얽힌 역사적인 사연들
등산을 마치고 친구들과 뒤풀이에서 막걸리 한잔까지
자세하고 꼼꼼하게 주관적인 관점에서 잘 써주셨습니다.
이번 산행 시 축하 해 줄 일이 하나 생겼지!
자네가 남한산성 다람쥐인줄 예전에 미쳐 몰랐다네 ㅎㅎㅎ
산행후기 잘 읽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역사기록물에 산행후기를 접목한 명작품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역사공부 잘하고갑니다 역시 자랑스런 더퍼리 우리들의 친구이네
요즘 게시판 기능 개선 하려다가 잘못 되어서 참 혼났네. 다행히 다음 사이트 담당자와 얘기가 잘 되어서 이전 상태로 복원은 되었지만 한 이틀 글 올린 댓글이 날아가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나와 송규정이 이글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었는데 글이 다른 곳에서 따로 노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친구들에게 혼란만 주지 않았나 죄송하게 생각됩니다.
잘해 보려다가 난 사고이니 넓은 이해가 있으시길....
아뭏튼 좋은글 잘 읽었네...
역시나 !!!,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산행후기 쓰느라고 애쓰셨네 아주 잘보고 갑니다...그리고 친구들 내이름 가운데 자는 (희)가아니라 모을(회)자라네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오늘에서야 보게 됐는데 산행 후기를 읽고 있노라니 마치 어제 산행 다녀온 것처럼 생생합니다.
정창윤동문님!! 잘 보고 갑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