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삭고, 망가진 건조대를 뚝딱거리더니, 거실 한쪽에 무청잎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모가지가 댕강 잘린 무잎 뭉치를 말리려는 속셈이다. 외출하다 대문 왼쪽을 보니, 햇빛에 말려볼 속셈이다.
1.2층 사는 주부들의 전용 빨랫줄에는 차마 못 걸겠는가 싶다. 말 붙이기도 못내 귀찮고 싫었던 것 같다.
몇 주 지나면, 시래기로 월동 식재료가 되어, 동절기 어느 날인가 생고등어와 하룻밤, 생갈치와 하룻밤 한 솥에서 조려질 것이다. 잘려나간 몸둥아리, 바람이 숭숭 든 몸체와 다시 거실 식탁에서 만나는 것이다.
참 질긴 인연인 무생인 것이다.
풍부한 섬유질과 비타민 시, 디가 동해의 푸른 바다에서 뛰어 놀다 잡힌 생선과의 재회로 둔갑할 것이다.
아, 이것이 무생인가.
첫댓글 무생, 無生. 말라가며 채워질 생
중의적이면서
인식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고등어 조림 속 시래기가 비타민 cd가 되어 동해 푸른 바다에서 싱싱생생한 노래 한 곡조로 울리지 않을까요? ㅎ
무청이 말라가는 것은 무죄. 변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 이것이 무생인가.'
이것은 무생이면서 인생입니다.
'아, 이것이 무생인가' 좋습니다. !!
위의 다섯분쌤님! 조악한 습작품에 에둘러 과한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