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 대 소시오패스
1회
성현이 형은 술 마시면 한량이다.
"노래방 가자! 야 애들 불러"
노래방은 왠지 자욱한 안개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흐린 구름 속이었다. 우리 일행은 안내된 방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조명빛에 반짝이는 맥주잔이 몇 번 부딪는 시간이 흐르고 그녀들이 왔다. 아주 작고 호리호리한 여자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익숙한 몸짓으로 내 옆에 앉아 맥주를 따랐다. 광대뼈가 음양의 스케치로 그려져 있었다.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노래를 불렀다. 흥의 분위기를 적당히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본업에 돌아오는 사람처럼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벽에 붙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어느새 그녀가 내 옆에 있다.
''나도 하나 필께요''
나는 라이터를 켰고 그녀는 깜빡거리는 불을 담배에 옮겼다. 약간 달짝지근한 입김으로 담배 연기를 불며 내 옆에 앉았다. 그때의 서늘한 느낌 안으로 그림자가 슥 들어왔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를 눈에 담았다. 그녀는 전혀 수줍지 않게 웃고 있었다.
''시인이라면서요''
''그렇게 안 보이지''
''아뇨 그래 보여요.
''다음에 시집 갖다 줄께''
나는 전화기를 내밀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번호를 눌렀다.
''나 어릴 때 일기를 백 권 썼어요.''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다 말했다
''그건 대단한 건데 문학 소녀였나 보다''
''금상도 탔어요''
''다음에 불러주실 건가요?''
''다음엔 여자들 다 정리하고 올께''
''정말요? 여자들이 얼마나 많길래?''
그녀는 갑자기 내 입술에 달려들었다. 혀를 뽑아버릴 듯 힘차게 키스했다.
"이름이 뭐야?"
"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