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나현진
돈만 내면, 명의로 소문난 분들의 진료도 받을 수 있고,
돈만내면, 원하는 약을 턱턱 내주는 진료도, 의료기관이 너무나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왜 굳이 느티나무 의원을 열기 위해서 수년간 마음을 모았을까요?
그 수년의 느티나무 준비기간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온라인 느티나무 카페에서 지난 시간들의 사진을 보니 문득,
무엇을 위한 열심과 투자였을까를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최근 느티나무의 화두는 ... 그렇습니다. 경영적자에 대한 고민이 많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유지될 수 있을까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원했던 ‘적정진료’, 혹은 ‘좋은 진료’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기실이 살아가는 얘기 넘치는 사랑방이 될 수는 없을까?
진료실이 단순히 원하는 약을 받기위해 들르는 곳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의 물줄기가 만나고 섞이는 곳이 될 수는 없을까?
이런 소리를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 모르지만, 느티나무가 이런 것을 꿈꾸며
만들어졌던 것 아니었을까... 라고 짐작해 봅니다.
최근 발간된 전국의 의료사협 의사들이 쓴 [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이라는
책에 보니, 우리 같은 작은 의원은 ‘점빵’(매점의 전라도지역 사투리?)과 같아서
환자가 많으면 몸이 피곤해서 힘들고, 환자가 적은 날은 매출걱정에 마음이 힘들다는
글이 있는데... 저도 십분 동감합니다.
당장 1-2년을 버티기 위해서는 의원의 경제적 유지를 위한 고민이 중요하겠지만,
향후 10-20년 후에도 느티나무가 존재하려면, 우리가 ‘처음 꾼 꿈’을
복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티나무가 왜 있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처음의 꿈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어디까지는 잘 하고 있는지?
대기실은 왜 사랑방이 될 수 없는지, 어떤 것이 부족한지?
주치의-환자 관계의 장애물은 무엇인지? 어떡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지?
진료실을 지키는 저는 고민이 많습니다. 대기실에 환자가 많은 날은 여유 있게 상담을 할 수 없어서,
오시는 분이 없는 날은,,, 유지가 될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각종 개원가에서 경영을 위해 하는 고민들과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면
존재의 의미가 흐릿해지는데,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서부터는 우리의 고집을 지켜내야만
하는지도 고민입니다. 이 고민을 우리 다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어디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히 친절한 진료를 넘어서서
우리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자조모임이나, 건강 강좌, 건강 대화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거리 근육과, 장거리 근육 모두 키워야 하는 시기입니다.
내 의원이기에 고민도 함께 해주시고, 문제점과 대안도 소통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첫댓글 진솔한 고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왜 이 협동운동을 시작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서 가고 싶네요..
원장님 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균형을 잡는 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랑 비슷한 거 같아요 ^^;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고, 하늘 한번 땅 한번 쳐다보며 한숨 돌리기도 하고, 기운 있을 땐 빠른 걸음도 떼어보고......
대신 손도 잡고, 눈도 맞추고 구령도 불러가며 함께 가요. 랄랄라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08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