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맛 ⑤
지방보다 설탕이
문제다 - 지방이냐 당이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며 지방 성분은
낮추고 당도는 더 높인 초콜릿이 개발됐다. 미국 연구진이 개발한 초콜릿인데 만들 때 전기 자극을 주는 게
차이점이라고 한다. 초콜릿에 지방 성분이 많은 이유는 코코아, 설탕, 우유 등의 재료를 잘 엉겨붙게 하기 위해서인데 전기 자극을 주면 재료들이
더 잘 엉켜붙기 때문에 지방을 덜 써도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사용해서 약 10%까지
지방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초콜릿의 맛도 즐기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함정이 있다. 다이어트의 진정한 적은 지방이
아니라 단맛을 내는 설탕이라는 주장이 요즘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이제 용서하시길
‘지방맛’ 또는 ‘기름맛’이 6번째 맛으로
거론될 만큼 지방은 맛있다. 마블링 없는 소고기와 지방이 빠진 삼겹살을 생각해 보자. 하지만 지방은 오랫동안 건강과 다이어트의 경계 대상
1호였다. 동물성 지방이 특히 문제였다. 계란 노른자에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이 많다며 흰자만 먹는 사람도 많았고, 버터나 등심이 입안에서
녹을 때 우리는 죄책감도 함께 느껴야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2015년 초 콜레스테롤에게 공식적으로 사면령을 내렸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계란이나 새우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나 심장질환 위험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연구도 지방에 우호적이다.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동물성 포화지방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동물의 내장에 자연상태로 있는 지방은
성인 당뇨병 위험을 낮췄다고 한다.
물론 지방도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뭐든지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그래도 요즘 학계에서는 지방보다는 탄수화물 공포증이 훨씬 더 크다. 현대인은 설탕 등 당류를 지나치게 먹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일대일로 결합되어
있는데 설탕의 단맛을 100이라고 할 때 과당은 173, 포도당은 74 정도다. 설탕이 해롭다고 하는 건 바로 과당 때문이다. 포도당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과식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과당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과당은 우리 몸에서 중성지방으로 쌓일 가능성이 높아 살을 더 찌게
만든다. 최근 동물실험에서 설탕보다 액상과당을 먹었을 때 수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맛 나는 음료야
미국이나 영국에서 ‘설탕세’라는 말이
논의될 만큼 단 맛을 내는 당류는 수세로 몰리고 있다. 과거의 지방 신세를 보는 듯 하다. 지난 50년 동안 사람들은 당류를 3배나 더 많이
먹고 있다. 이 결과로 심장병, 암, 당뇨 같은 병이 크게 늘었다. 당류는 1g당 열량은 4kcal로 적지만 과도하게 먹으면 비만 뿐 아니라
인체의 대사경로를 교란해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많은 식품학자들은 당이 담배와 술에 맞먹는 건강 위협 요인이며 특히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가당(added sugar)’이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전체 탄수화물 섭취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가공식품을 통해 먹는 당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2년 조사결과 2년 전(2010년)보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가 3.1%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음료수가 주범으로 꼽힌다. 식약처 조사에서 첨가당이 가장 많은 음료는
커피였다. 믹스커피나 시럽을 넣은 커피 즉 카페라떼나 카페모카 말이다. 물론 커피 말고도 첨가당 음료 하면 떠오르는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비롯해 과일 주스, 이온 음료 등 달콤한 음료는 주변에 너무나 많다. 영국 정부는 학교에 음료 자판기를 아예 없애기로 결정했다.
100% 무가당 과일 주스는 괜찮지
않을까. 전문점에서 파는 생과일 주스(시럽을 넣지 않은)는 괜찮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과일 주스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오렌지주스를
생각해 보자. 먼저 오렌지를 짜서 원액을 만든 뒤 물만 추출해 농도를 크게 높인다. 이 농축액을 다시 물에 섞어 오렌지 주스를 만든다. 이쯤
되면 과일 주스에서 농축 당 주스로 변해버린다.
커피에
시럽 넣지 않는 지혜
과일을 먹나 음료를 먹나 똑같은 과당인데
음료만 문제가 될까. 물론 많이 먹으면 뭐든 문제다. 하지만 과일을 먹을 때는 다양한 영양분과 섬유소를 함께 먹는다. 그리고 배가 부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한다. 하지만 음료를 통해 당을 섭취하면 열량은 높고 포만감은 적어서 조금 있다가 또 음식을 먹기 마련이다. 음료를 통해
흡수한 당은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기 때문에 우리 몸에 혈당 쇼크’를 줄 수 있다.
그럼 우리는 하루에 당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성인 1일 설탕 섭취량을 각설탕 16개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당이 첨가된 음료보다는 물을
마시고, 커피는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말고 마시자. 우리나라 30∼65세 성인은 음료수 중 커피를 통해 섭취하는 당이 가장 많다고 한다. 요리를
할 땐 설탕이나 꿀, 물엿의 사용은 줄이는 게 좋다.
출처_ 사이언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