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운대 객사(오늘날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대포 해수욕장, 아미산 전망대, 응봉 봉수대, 장림포구를 지나 낙동강 하굿둑까지 11키로이다.
얼마 전 까지는 다대포에 갈 때는 괴정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갔다. 신평에서 장림고개 넘어 다대포까지 이제 지하철이 지나간다. 다대포해수욕장까지 여섯 역이 늘어났다. 1호선 시발점인 신평역이 101부터 시작해서 노포동 134로 끝난다. 신평역에서 새로운 역 식별번호는 종착역 다대포 해수욕장역은 95로 표기하여 1호선 숫자 1이 사라졌다. 여전히 그 구간에는 차량정체가 심하다. 명지 녹산공단으로 가는 길은 더 심한 체증이다. 을숙도대교에서 장림고개 구간에 지하차도 공사가 2021년 말에 끝날 예정이다.
공단에서 작업자는 종일 공장에 머문다. 물류나 사람의 이동은 차량으로 움직인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적다. 나 역시 젊은 날 일을 할 때 무수히 저 길을 돌아다녔다. 이름이 바뀐 회사도 있고 크게 몸집을 불린 회사도 보인다. S통상 창업주 아들이 우리 또래였다. 수주가가 낮은 주문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열심히 하던 대표 얼굴이 머리에 스친다.
다대포 바닷가를 걷는다. 백사장 길이가 해운대보다 길다. 길 건너 아미산에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 말고는 왼쪽은 몰운대, 오른쪽은 서쪽 낙동강이 펼쳐져 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보는 낙동강과 몰운대가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좌우 강과 바다를 번갈아 보면서 땀을 식힌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숲길 입구까지 올라간다. 아파트가 산을 다 차지하고 꼭대기만 남았다. 종일 비가 내린다. 아미산 응봉 봉수대를 찾아 나선다. 짙은 안개가 앞뒤 온통 뿌옇다. 간간이 빗속에 산책하는 사람을 만난다. 비와 안개가 길을 막아 중턱에서 내려왔다. 다대포 바다를 뒤로하고 아미산을 넘어 반대편 장림공단으로 내려온다. 여기도 산 밑까지 공장이 꽉 들어차 있다. 산을 사이에 두고 온전히 다른 세상이다.
장림포구는 괜한 말이다. 장림공단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작은 하천을 막고 준설을 하여 좌우를 각지게 포구를 만들어 양쪽에 어선들을 묶어 두었다. 어망창고를 색으로 입히고 띄엄띄엄 카페, 음식점이 들어 앉아있다. 이태리 베네치아를 닮았다고 ‘부네치아’ 라고 한다. 어촌 포구와 베네치아는 격이 다르다.
어망창고에 그물을 손질하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인다. 오래전에는 낙동강 김이 유명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삼대(三代)을 이어온 장림 토박이지만 애들은 도시로 떠났다고 한다. 일손이 부족한 요즘 김 양식에 매달릴 사람이 없어 간간이 하고 있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둑을 보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난다.
낙동강 하류의 폭은 정말 넓다. 을숙도대교 통과지점인 신평동과 명지동 사이는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