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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와 '4대강 국민소송단',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등 3개 단체는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녹색연합 등 시민 환경단체들이 지난 2월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4대강 사업반대 단체에 대한 사찰과 공작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국정원이 관련 문건 8건을 공개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을 앞둔 2008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작성한 문건들로 4대강 사업반대 주요 단체 현황을 요약하고, 4대강 사업반대 단체, 인물들의 관리 방안, 종교계 반대 활동 실태 및 순화 방안 등이 나와 있다.
이 가운데 종교계 관련 문건은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 활동 실태 및 순화방안’ 문건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단의 4대강 사업반대 활동에 따라 순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4대강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종교계 각 단체와 인물을 사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계를 길들이고 관리해 순화시킬 대상으로 여긴 이명박 정권의 관점을 이미 제목에서 볼 수 있다. 천주교의 경우 2009년 3월 12일에 있은 춘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의 4대강 반대 성명을 언급한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이 우려된다’는 성명 발표 등 4대강 사업반대를 교단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고 실태보고를 하며, “이에 따라 좌파 성향 단체가 산발적으로 진행해오던 반대 활동에 인권위 등 좌파 단체들의 가세로 교단 차원에서 본격 추진양상”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이름을 지운 좌파 성향 단체는 4대강 사업반대 주요 단체현황에 포함된 인천 가톨릭환경연대(당시 대표 김일회 신부)로 추정된다. 인천가톨릭환경연대는 당시 경인운하 반대 활동에 앞장섰다.
종교계 반대 단체에 대한 국정원 사찰 내용. (사진 제공 =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이어 “불교, 천주교는 각각 제1교리인 불살생, 생명존중을 내세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자연환경 훼손과 생명파괴를 수반한다면서 반대 활동을 당연시하는 등 정책반대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원인을 진단하며, 특히 천주교는 현실비판 성향을 가진 천주교 교구장이 다수 배출된 점도 반대 원인으로 언급했다. 또 당시 주교회의의 4대강 반대 성명 발표 등을 계기로 종단별 반대 활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해 각 종단 대상을 설득하는 순화 활동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종교계 순화 활동은 각 종단 고위층에 대한 설득 활동과 반대 활동 주도 인물들에 대한 견제 강화를 적고 있다. 천주교의 경우 ”청와대 정무수석 또는 천주교 신자인 인사(이름 지워짐)로 하여금 전국 15개 교구를 순회 방문토록 하여 더 이상 반대 활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고 적혀 있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에는 2009년 3월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생명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성명채택에 반대 입장을 취한 주교를 파악하고 있었고, 이 주교들에게 해결방안을 문의하고 다른 주교의 설득을 당부하는 방법을 적시하고 있었다. 이는 주교회의 내부 갈등을 유발해 천주교의 4대강 반대 활동을 무력화시키고자 한 이명박 정부의 종교에 대한 명백한 공작 시도였다.
또한 4대강 사업반대 활동 주도 인물들에 대한 견제강화 방법으로 보수단체들을 적극 이용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이른바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대수천) 소속의 극우 신자들이 4대강 사업반대 활동을 하던 성당에 찾아가 모형 권총을 들고 사제와 신자들을 위협하고,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었다. 이들의 집회와 불법적 규탄행위가 자발적 의지가 아닌 이명박 정부에 의해 기획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천주교 주교단 설득과 보수단체 규탄 집회 기획 내용. (사진 제공 =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특히 4대강 반대 인물들의 개인별 사찰과 관리방안은 현재 국민의 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박형준 후보(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으로 2009년 7월에 작성된 것이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교 시민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과 공작과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교계 사찰 사례를 발표한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당시 평택에 사시는 어머니께 평택 경찰서 정보관이 접근해 아들의 안부를 묻는 등 연락을 취하며 정보를 수집한 사례를 고발했다. 당시 양기석 신부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이 같은 불법사찰로 취득한 정보들을 청와대에 전달했던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종교계 사찰을 폭로하는 양기석 신부. (사진 제공 =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결국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종교인을 비롯한 단체와 인사들을 불법사찰하고 억압했던 주체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였고, 국가정보원을 포함해 모든 국가 권력이 손발 노릇을 하였다. 국민을 공작과 불법사찰의 대상으로 여긴 자들에 의해 어머니 강은 그렇게 파헤쳐 죽임을 당했다. 4대강 사업 10년, 지금도 많은 종교, 환경시민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그렇게 죽어간 4대강의 재자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 드러난 민간인 불법사찰과 공작을 철저히 밝히고, 지지부진한 4대강 재자연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