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시인의 텃밭 가꾸기 강사님은 박재화 농사꾼 교수님이셨습니다.
강의가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긴장을 했었습니다.
교재 내용도 쌈채소, 감자, 고구마 심기 등 예시에서 심는 간격, 개체당 수확예상량, 두둑의 가로폭과 세로폭
그리고 전체수확 예정량 등 제시가 컴퓨터 기판 보듯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자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제가 제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무엇을 언제 심고 거둘 것인가?"
"왜 텃밭을 가꾸는가?"
"얼마나 필요한 가?"
"어떤 작물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준비를 해야하나?"
기억에 남는 말씀은 "거꾸로 계산해서 예상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아름답게' 두둑을 만들고 지지대를 설치한다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부터 정리를 해봅니다.
1. 지지대 설치
저는 지난 주 부터 밭 이랑 만들기를 시작해 15m정도 길이의 외이랑(폭50cm정도) 하나와
평이랑 (폭1m정도)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눈대중으로 삽이 가는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외이랑도 평이랑도 전체적으로 약간
구불어졌습니다. 평이랑의 폭이 어떤 곳은 넓고 어떤 곳은 좁고, 또 높 낮이도 약간씩 달랐습니다.
이번주 월요일(4월 24일) 읍내에 모종시장이 생겨서 고추 모종 5개와 토마토 모종 3개를 사와서
평이랑 한 쪽으로 골고루 섞어서 한 줄로 심었습니다.
한줄로 심었다고는 하지만 위치는 제각각, 삐틀빠틀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지대는 눈에 보이는 대로 몇개를 골라 설치했습니다.
고추지지대, 대나무, 나무가지 등 지지대 재료가 다 달랐는데 길이도 1.5m, 1m, 70cm 등 서로 다 달랐습니다.
지지대를 모두 꼽지는 않아서 벌써부터 바람에 쓰러질 듯한 모종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 해놓고 스스로는 제법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제가 사는 지역의 복지회관에서 그림을 배웁니다.
난을 치고 대나무를 그리는데 자연스럽게 그리는 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래서 밭이랑도 그렇게 '아름답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스스로 만드신 밭이랑 사진을 보여주고 일직선으로 칼로 자른 듯한
두둑이며 고랑이 "아름답지 않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지대도 모종 보다 먼저
설치를 하는데 모종이 10개 이상이 넘어갈 때는
두둑의 양 끝에 먼저 지지대를 박고 줄을 이어서 질서정연하게 군대에서 사열하듯이
사이사이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그곳에 모종을 심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놓으시고 아주 아름답다고 하셨습니다.
강의실에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었지만 집에 와서 교재를 다시 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만든 밭 이랑과 지지대로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제 밭에서는 생산량 예측이 안됩니다.
어떤 고추는 두둑의 가장자리에 치우쳐있고, 어떤 고추는 두둑의 중앙쪽으로 몰려있습니다.
또 어떤 토마토는 면적을 넓게 차지하고 어떤 토마토는 고추사이에 터를 좁게 잡고 있습니다.
각 모종마다 차지하는 땅의 면적이며 수분을 받을 환경이 서로 다 다릅니다.
교수님의 밭은 칼 잰듯이 각 모종이 차지하는 면적이 거의 같고, 고랑으로 부터의 거리가 동일하고
아마도 저 처럼 각기 다른 모종을 섞어서 심지는 않으셨을 테니까 관리하기도 쉬울 겁니다.
고추와 가지의 지지대가 1m-1.5m이고 토마토와 오이는 2m이상의 지지대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저의 밭은 지지대 설치도 복잡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작물의 수확량을 정확하게 예상하실 수 있는 것은
각 작물의 거리며, 간격, 너비를 계획적으로, 매년 똑같이 심으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금년에 이렇게 아무렇게나 심고, 내년에도 무계획적으로 심으면
고추 1그루 당 나오는 고추 열매가 제각각 일 것이고, 토마토도 제각각일 것 같습니다.
생산 결과물이 매해 다 다를 것이니 경험이 쌓이지 않고 쓸만한 데이타가 쌓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언제고 저는 제 밭의 고추들이며, 토마토가 열매를 정확히 얼마나 생산하는 지 모를 겁니다.
만약 제가 교수님처럼 다시 반듯하게 두둑을 정리하고,
모종들의 간격과 고랑에서의 거리를 정확하게 재서 일사분란하게 다시 심는다면
금년에 생산된 열매 수량으로 내년도 수확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사는 과학이다."고 하는데 오늘 강의의 핵심내용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경을 똑같이 만들면 농작물은 거의 똑같은 수량의 열매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꾸로 계산해서', 생산량과 생산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지지대 재료로 25mm 하우스파이프가 좋다고 하셨는데 저는 쌓아놓고도 몰랐습니다.
이미 설치한 지지대를 다시 뽑고 하우스파이프를 잘라 30cm정도로 깊게 박아야 겠습니다.
철근 팩으로 미리 구멍을 내고 박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지지대를 박으면서
망치로 박다가 손을 쳐버렸는데, 돌망치를 써야겠습니다. 작년에 돌망치를 쓰다가 제 무릅을 두번이나
쳐버린 적이 있었는데, 돌망치 손잡이 길이를 잘라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농기구도 큰 것은 잘라쓰고 짧은 것은 길게 만들어쓰고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것도 꼭
기억해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2. 모종 키우고 심기
저는 벌써 고추 모종과 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심고나서 날씨가 추워져
아무래도 냉해를 입었을 것 같습니다.
"오이, 토마토, 호박은 모종을 5월 5일 이후에 심고,
고추, 오이, 옥수수, 땅콩은 5월 15일 이후에 심는다."
이런 말씀이 교재에도 나와 있는데 너무 서둘렀습니다.
다음주 5/1에 또 읍내 시장에가서 모종을 사려고 했는데
교수님 말씀 대로 5월 5일을 넘기고 너무 서둘지 않아야겠습니다. 5월 10일이후는 제일 안전하다고 하셨으니
5일부터 15일사이의 날씨를 잘 체크해야겠습니다.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점 세가지를 설명하셨는데, 첫번째가 온도라고 했습니다.
주의해야할 것은 최저 온도이며, 특히 밤중 최저기온이 몇도인가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산골이어서 밤에는 여름에도 서늘합니다. 농작물이 그렇게 까지 온도에 민감한 줄은 몰랐습니다.
농작물이 20도에서 30도이상의 기온에서는 성장이 중지한다는 사실도 신기합니다.
날씨가 무더우면 더 잘자라는 줄 알았습니다.
농사에서 중요한 두번째는 풀인데 정말로 작물을 키울 때 제일 무서운 것입니다.
저도 농작물을 심어놓고 매번 실패한 것이 풀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풀을 뽑아주다가 나중에는 풀하고 같이 자라게 하다가
결국에는 제가 먼저 포기합니다. 금년에는 두둑을 새롭게 만들었으니 잘 관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과유불급이라고 하셨습니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과 같다.' 씨앗을 뿌릴 때도, 모종을 구할 때도, 물을 줄 때도,
비료를 줄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모종 키우는 기간이 토마토가 2달, 고추, 가지, 고구마는 3달인데,
이 기간동안에 시간을 잘 지켜서 물을 잘 주고, 온도와 빛을 잘 관리해주어야 하며,
애기나 애완동물 관리하듯이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모종키우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토마토, 가지, 고추는 아예 씨앗 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종묘상에 가면 무턱대고 이들 작물의 씨앗을 주워담았는데,
한 겨울인 1월부터 혹은 2월부터 힘들게 온도관리를 해가며
정성을 쏟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쓸데없이 이런 작물의 씨앗을 사들고 끙끙댔던 자신이
바보였습니다. 전혀 환경을 맟추지도 못하면서 금방 싹이 나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어리석었던 거지요.
콩은 15일, 대부분의 잎 채소와 오이, 호박, 배추는 모종키우는 기간이 1달이라고 하니
바짝 시도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들 작물의 심는 시기를 잘 참고해서 미리부터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정성과 관심을 모종값과 잘 비교해봐야 겠습니다.
3. 가을 농사, 농사와 사람, 그리고 처음으로
8월 15일 광복절 부터 가을 농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은 5월 5일 어린이날 부터 시작한 여름농사에서 해방된 날로 기억하고, 가을 작물 밭갈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24절기를 배우기 전에는 가을이 9월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못되었습니다.
8월 20일에 배추를 심고, 무를 파종하고, 쪽파 종구를 구해서 심고, 그리고 10월 중순에 마늘을 심으며
1달쯤 뒤에 무와 배추를 수확해야하니 가을도 바쁩니다.
교재의 '농사와 사람'이라는 제목의 항목에서
"사람이 작물을 키우는가? 작물이 사람을 키우는가?"라는 문장을 읽고 잠시 "무슨 말이지?" 했습니다.
사람이 1년에 한번 농사를 지으면 평생에 70번을 짓는다라는 문장도 그랬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1살 때부터 농사를 지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5번정도 농사를 더 지을 수 있을지, 아니면 10번 정도 가능할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작물이 저를 잘 키우도록 해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입니다.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1년간 재미있게 농사를 지으면 된다."
"자기에게 맞게 지으면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무리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안되겠지요.
너무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머리가 뜨거워지는 지도 모르고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약을 조금은 써도 된다."
"검증된 농약이 알 수 없는 자연농약보다 안전할 수 있다."
그리고 농사일에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환경에 따라 지역에 따라 종자에 따라, 그리고 농사꾼의 사정에
따라 지으면 되겠지요. 그래서 즐겁게, 건강하게 농사일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강의의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저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무엇을 언제 심고 거둘 것인가?"
"왜 심을까?"
"얼마만큼 필요한 가?"
"어떤 작물을 언제, 어떻게 심을까?"
직업적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농산물을 판매할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잘 따져서, 불필요한 일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꼭 필요한 일만 해야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키워도 감당이 안되고, 또 너무 어려운 작물을 키우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습니다.
1년 농사를 모두 망쳐도 굶어죽을 일은 없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겠습니다.
교수님이 콩이나 들깨 등 탈곡하는데 품이 많이 드는 곡류를 수확하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지만 중요한 경험담이었습니다.
중요하지 않는 잡일에 매여서 자괴감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교수님은 1시간당 5평정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시는데,
저는 금년에 농사를 지으면서 잘 체크해봐야겠습니다. 고랑과 두둑에 잡초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잘 살펴보고 그 잡초들을 제거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시간, 그리고 제가 투입할 수 있는 시간도
잘 계산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재에 여러가지 작물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가 나와있는데,
예를 들면 쌈채소들은 20cm 간격으로 줄뿌림, 감자, 고구마는 30cm간격,
고추, 가지, 토마토는 40cm, 배추는 30cm간격, 그리고 마늘, 대파, 양파, 쪽파는 15cm간격 등을
그대로 따라해보고, 제가 만든 두둑에서는 개체당 수확은 어떤지, 전체 면적당 수확은 얼마인지
그 데이터와 비교해서 잘 정리해두어야 겠습니다. 그러면 내년부터는
정확한 수확물 예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텃밭농사는 자기 수준에 맞게 취미로 하되 과학적이어야 한다."
오늘 배운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