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민사박물관 특별전 ‘기억할게 우토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거리에 나부끼는 태극기만 바라봐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3월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1919년부터 2019년까지 100년을 이어온 고귀한 대한민국 역사. 그 역사 안에는 또 다른 슬픈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우토로 마을’이야기이다.
또 다른 억압의 아픈 역사를 만나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정 우토로51번지에 있는 ‘우토로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일본 정부가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했던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로 일본은 당시 식민지배 중이던 조선인을 강제로 일본 우토로 마을로 끌고 갔다.
하지만 비행장이 만들어지기 전인 1945년 일본은 패전을 하자 비행장 건설은 중단되었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을 우토로에 남겨 둔 채 그 곳을 떠났다. 수많은 강제 징용자들이 해방 후에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처럼 우토로 마을의 조선인도 그곳에 남게 되었다. 갈 곳을 잃은 조선 사람들은 버려진 땅을 눈물로 일구며 살았다.
이제 이 마을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낡은 우토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뼈아픈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에, 오랜 시간 살아남기 위해, 또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견뎌온 우토로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그 과정을 한국이민사박물관(이하,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김동근 학예연구사는 “우토로 마을은 특수하게 형성된 곳이다. 전시를 통해 또 다른 한인 이민자들의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일이지만 4년 전쯤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장되었고 잊어서는 안 될 우리역사다. 많은 분들이 한국이민사박물관에 방문해서 관람을 통해 우토로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라진 우토로, 기억해야할 역사!
침묵이 흐르는 전시장은 엄숙하다. 몰라서 묻힐 뻔했던 역사를 전시물을 통해 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겁고 숙연하다. 전시된 누런 사진 속의 주인공들이 품고 살았던 슬픈 역사와 마주하는 관람객들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관람객 박지희 씨(33, 남동구 논현동)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역사적 사실을 우연히 박물관에 왔다가 알게 되었다.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며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국민이면 꼭 알아야하는 역사를 알고 가게 돼서 좋고 의미 있는 가족 나들이가 된 것 같아서 흐뭇하다.”라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우토로 마을이 많이 알려져 억울한 역사가 파묻히지 않게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우토로 동포에게 보내는 엽서’에 글을 남겼다.
전시된 사진 속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살았던 함바집과 우토로 소학교 단체사진, 우토로 마을 입구에 세워진 강제철거반대 항의 피켓 등 우리민족의 비참하고 참담했던 생활환경과 우토로 이주의 배경들이 사진과 함께 이야기로 담겨 있다.
차별과 억압의 시간들은 흘러서 한때 1300여명이 모여 살던 우토로 마을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200여명도 채 남지 않았다.
생존권투쟁에서 거주권투쟁으로 이어진 우토로 역사의 기억은 이제부터이다. 우토로 기억을 위한 평화 기념관 건립을 시작한 것이다.
방송인 유재석씨와 배우 김혜수 씨 등 유명 인들이 직접 쓴 응원메시지와 함께 시민들이 우토로 마을에 보내는 따뜻한 응원 글도 볼 수 있다.
우토로 마을에 드리워진 슬픈 그림자의 역사는 그 역사를 오래 기억하는 사람들의 것일 게다. 역사는 기억하는 것만큼 그 사람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일 테니까.
한편, 오는 30일(토) 오후4시, 한국이민사박물관 지하1층에서 ‘우토로를 위한 작은 음악회’가 무료로 열린다. 우토로 관람과 함께 음악회도 감상하면서 지난 역사를 기억 속에 담아보자.
<‘기억할게, 우토로’ 관람안내>
관람기간 : ~4월14일, 오전 9시~오후 5시30분까지 입장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료 : 무료
전시해설시간 : 1회 10시30분, 2회 13시30분, 3회 15시
문의 : 032-440-4710, 4711
위치 : 인천시 중구 월미로 329 (북성동)